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헌윤 May 24. 2021

심리적 산소가 필요해

#11. 딸둥이 상담사 아빠의 심리이야기

생존에 산소가 필요하듯이 영. 유아의 심리적 생존을 위해서는 타인과의 관계가 필요하다. 공감적이고 반응적인 관계 속에서 건강한 자기(self)는 출현하게 된다. 미숙한 영. 유아의 자기(self)는 약하고 뚜렷한 구조. 형체를 가지지 못한다. 이러한 연유로 자기(self)에게 응집성(cohesion), 탄력성(resilience), 항구성(constancy)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타인(주로 부모)의 애정 어린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자기심리학자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은 “공감이 진실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갖는다”라고 강조하였다.

우리는 어떤 사실이나 도덕성에 대한 판단을 통해서라기보다는 개개인마다의 내적 체험에 대한 대리적 성찰, 즉 공감을 통해 변화, 성장한다. 코헛에게 있어서 공감은 관계의 숨통을 열어주고, 관계 안에서 자기(self)를 살리는 심리적 산소가 된다. 이러한 심리적 산소를 제공해주는 대상을 ‘자기대상(selfobject)’이라 명명하였다. 자기 대상(self object)은 영. 유아가 스스로 할 수 없는 기능들을 수행해주는 대상을 말한다. 최초의 자기대상은 모성적 돌봄을 제공해주는 엄마 또는 주-양육자인 부모이다.  

자기(self)의 분화가 아직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아이들은 자신을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는 거울 같은 자기대상(selfobject)을 통해 취약한 자기 구조를 세워나간다. (자기대상에는 이상화 자기대상, 거울 자기대상, 쌍둥이 자기대상 등이 있다. 추후 연재글에서 다룰 예정)

이처럼 인간은 관계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형성하는 특별한 존재이다. 단순히 하나의 심리기제나 기계장치 같은 것이 아니다. 욕구나 소망 등이 포함되는 실제적인 관계성에 초점을 둔 사람들 간의 접촉, 상호관계 경험이 중요하다.


Freud의 주장처럼 인간의 본성을 단순히 기계장치처럼 환원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존재론적 시각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몇 번 강조하여 언급했지만 영. 유아 때에는 자아 경계가 없다. 주-양육자 부모와 자기를 하나처럼 경험하고 느낀다. 나와 타인의 경계가 불명확하다 보니, 생의 초기 부모의 감정과 반응을 자기의 것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부모는 아이의 불안 반응을 마음에 잘 담아서, 다시 명료한 언어로 되돌려주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의 감정은 서서히 차분해지고, 낯선 환경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두려움도 낮아지게 된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온 마을, 온 도시가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영. 유아기 때 타인으로부터 경험한 상호작용이 응집력 있는 건강한 자기(self)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딸둥이들에게 코헛의 ‘공감’을 통한 심리적 산소 제공과 위니컷이 강조한 ‘안아주는 환경’ (Holding Environment)을 제공을 위해 노력 중이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에게 아빠라는 대상이 이상화되고, 감탄할 수 있는 전지전능하다는 인식이 스며들 수 있도록 반응해 주고 있다. 아이들은 이러한 아빠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으로 아빠의 위대함을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하면서 자신의 취약한 자기 구조를 세워나갈 수 있다.


지금은 주로 거울 자기대상으로서 인정과 지지를 통한 공감적 반응으로 아이들을 비춰주고 있다. 마음이 건강한 아이 하나하나가 모여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 지기에, 마음이 내실 있게 다져지는 지금의 시기. 부모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끼며 오늘도 육아에 전념해본다,

이전 10화 완벽한 엄마? VS 그럭저럭 괜찮은 엄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