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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꽤나 Oct 09. 2024

4월 이야기 - 장나라

귀하니까 CD로 듣는 노래

CD로 듣는 노래

테이프와 CD가 공존하는 시대가 꽤 길었다. 편히 듣는 건 테이프였지만, 정말 사랑한다면 CD를 샀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스트리밍의 시대지만 사랑한다면 CD나 LP를 사지 않는가.

CD 플레이어보다 먼저 사버린, 나의 첫 CD는 장나라 1집이었다.


뭐 학창 시절에 연예인 좋아하는 것에 많은 이유를 댈 필요가 없지만, 그래. 구차하게 대보자.

맑고, 귀엽고 순수한 이미지의 가수가

좋은 목소리로 좋은 노래를 부른다.

더군다나 <뉴 논스톱>에서 나온 것처럼,

양동근같이 구리구리한 캐릭터를 사랑으로 보듬는다니

다들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하.. 논리적이야..)


장나라는 저 멀리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친한 누나였다. 장나라와 성시경의 열애설에 눈에 불을 켜고 싸웠고, 청소년 잡지에 장나라가 나오면 선생님이 가위로 잘라서 나에게 챙겨줄 정도였다.


방송반 대장이었던 나는 점심시간 음악 선곡을 쥐락 펴락했다. 몇 주간 장나라 음악을 틀다가 결국 신청곡 시스템이 생겨버렸다. 니들이 아무리 신청곡을 써봐라. 그래봤자 우리 학교 점심시간 음악 방송에는 장나라가 노래가 한곡은 나와야 한다.

나의 장나라 앓이는 중증이었다.



고백

학창시절에 누구를 가장 좋아했냐고 묻는다면 짝사랑했던 보습학원 국어 선생님을 꼽을 것이다. 나보다 여덟 살 많았던 대학생 선생님이었다. 장나라의 설레고 달콤한 노래들을 들을 때마다 떠올렸던 사람은 I Pray4U의 소녀보다는 국어 선생님이었다.


신기했다. 눈알이... 참 까맣고 흰자가 깨끗하게 하얗다.

어떻게 눈이 저렇지? 렌즈를낀건가? 하고 빤히 보고있다가,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머리가 하얘져 아무 말도 못하고 당황만 했다. 내 생각 보다 마음이 앞서나갔다.

선생님이 다른 친구를 예뻐하면 질투하고, 나에게 작게 내민 호의에는 밤잠을 설쳤다.

선생님은 저 멀리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만남과 결별을 반복한 깊은 사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공부. 열심히 하고 시험 잘봐서 선생님께 예쁨받는것, 그것밖에 없었다.

기쁜일, 속상한 일을 곱씹어 선생님에 대한 일기를 쓸 정도로 많이 아꼈다.

(하늘색 블루베어... 자물쇠 있는 비밀일기장)



4월 이야기

내가 선생님에게 좋아한다고 말을 했던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내가 선생님을 어떻게 좋아했는지, 장나라를 어떻게 좋아했는지는 잘 기억한다. 결국 나는 장나라도 잘 모르고, 국어 선생님도 잘 모른다.


하지만 내가 짝사랑하며 ‘만들어 낸’ 장나라와 국어선생님은 여전히 참 예쁜 사람들이다.

짝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들 하는데 눈물 쏙 뺀 깊은 짝사랑은 꽤 의미가 있다.

그렇게 한껏 만들어 내고 또 괴리감을 느껴 부서져야 앞으로 올 사람도 잘 마주할 수 있지 않은가. 그제야 사랑앞에 선 자신의 모습도 제대로 마주 할 수 있다.


영화 <4월 이야기>에서 부러진 빨간우산을 들고 "이걸로 충분해요." 라고 말하는 결말처럼.

부러졌을진 몰라도 붙들고

미련할지는 몰라도 기대하는

그 마음을 즐기고 소중히 여기는 시간 자체가 사랑스러운 것이다.

나의 4월 이야기도 여전히 사랑스럽다.




장나라 1집 First story


난 오늘 같은 하루를 만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지만 나 이제는 달라졌어요 
내 관심 없던 전화벨 소리도 귀찮지 않아 
그대 일거란 그 생각에 미소 지어요 

불안해 하지도 않을래요 부끄러워 하지도 않을래요 
내가 가진 작은 숨소리로만 그대에게 속삭이면서 살래요 
떨리는 맘을 전하고 싶은 그대 왼쪽 귓가에 닿고 싶은 
내 여린 목소리를 위한 핑곌 찾아 꿈속 깊은밤을 서성이죠


장나라는 신드롬이었다. 데뷔 후 음악방송 대상, 드라마 시청률 40%, CF, 영화 종횡무진이었다. TV만 틀면 장나라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영화 <오 해피데이>는 참.. 안타깝지만) 라이브 참 잘한다라는 생각보다는 목소리가 참 좋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데뷔 앨범인 1집에서 <고백>, <4월 이야기>가 사랑을 받았다. 장나라의 1집 앨범은 이현정 작곡가의 곡이다. 무려 휘성의 <안되나요...>를 쓰신 분. 장나라 1집에 랩과 코러스로 휘성의 데뷔전 활동을 엿볼 수도 있다. 당대 유명 작곡가들이 곡을 많이 주어 장나라의 앨범과 사운드는 꽤나 훌륭하다.

성시경의 <두사람>을 작곡한 윤영준 작곡가의 <별이 빛나는 밤에 2nd ver>라는 곡이 장나라 3집에 있다. 밤에 이어폰 끼고 듣기를 추천한다. 풀벌레 소리 앰비언스가 포함된 곡, 밤하늘을 빤히 바라봤던 어느 날로 이끌기 좋은 곡이다.


https://music.bugs.co.kr/track/90693

https://music.bugs.co.kr/track/497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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