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꽤나 Oct 11. 2024

Close To You - Carpenters

테이프로 처음 들은 노래

테이프로 처음들은 노래

기억 속 테이프로 처음 듣는 노래는

Carpenters의 (they long to be) close to you 이다.

물론, 그 무렵 올드팝 믹스테이프에 있는 여러 노래를 들었었다.  하지만 단순하게 ‘들었다’라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 생명력 있게 남은 노래는 이것이었다. 노래는 노래고, 기억은 기억이지만 서로를 품고 있는 노래와 기억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지 않은가.


클로즈 투유는 차만 타면 잠드는 우리 엄마를 깨우고, 흥얼거리게 만드는 노래다.

엄마는 모든 가사를 외우지도 못했고 발음도 멋지지 못했지만, 


Why do birds- 


하고 첫 운을 뗄 땐 참 멋졌다. 나긋했다.

엄마의 상징적인 노래다.

물론 엄마는 박강성의 장난감 병정을 최애 곡으로 꼽겠지만….


첫 이별 그날 밤

첫사랑이 끝나는 날의 밤은 길었다. 슬퍼하다가 미워하다가 다시 좋아하다가를 반복했다. 장래희망이 몇 차례 바뀌고, 우주여행도 다녀오고, 전생 체험도 했다. 밤새 울며 몇 편의 시나리오를 썼는지 모르겠다. 머리밀고 출가해야하나 고민까지 했다. 첫 이별 그날 밤, 희열이형, 종신이형, 시경이형, 승환이형, 동률이형이랑 함께 허우적 거렸다. 꼽아보니 좋은 형님들이 많다 참. 

아침이 왔고 아무도 모르게 운 흔적을 정리했다고 생각했다. 방문을 열었을 때 엄마는 말했다.

 

다 울었니. 


나는 이별 후에도 이제는 짝사랑이라며 붙들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는 자신이 더 깊고 오랜 짝사랑을 해왔다며 나에게 고백을 해온다.

내 사랑만 중한가. 엄마도 누군가의 소중한 사랑이었는데 

거울 열심히 보고, 머리 예쁘게 묶고, 친구들과 떠들고 놀기 좋아하고,

학교 도망 나와서 몰래 쫄면 사서 먹던 고등학생 시절의 엄마도 참 예쁜 사람이었다. 


엄마도 꿈이 엄마는 아니었을 텐데 

클로즈 투유의 가사처럼

새들도 별들도 따라다닐 사람인데 

이름 모를 소년이 밤새 애달프게 찾던 사람이 우리 엄마였을 텐데

내 사랑만 중한가. 엄마도 누군가의 소중한 사랑이었는데

그 대단한 사람의 사랑을 못보고 있었다. 

여자친구가 있는 줄도 몰랐을거라 생각했다. 꾹꾹 눌러 담은 “다 울었니?” 한마디.

거기에 담긴 애달픈 짝사랑의 크기를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다.

엄마는 저- 멀리서 날, 항상 보고 있었다. 


Close to you

등굣길 차 안, close to you가 나왔지만, 엄마는 따라 부르지 않았다.

카렌 카펜터의 목소리

엄마의 길고 외로운 짝사랑은

모두 나긋했다. 

나의 화살표, 엄마의 화살표, 엄마로의 화살표. 각자 방향의 사랑이 참 소중해졌다.

그리고 첫사랑은 금세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더 이상 망치기 싫었다.

그리고 close to you 처럼

소중한 마음을 담아

나긋하게 이별했다.




Why do birds suddenly appear, Every time you are near?
당신이 가까이 올때 마다, 왜 새들은 갑자기 나타날까.
Just like me, they long to be close to you
당신과 가까이 있고 싶은 것이다. 마치 나처럼.

Why do stars fall down from the sky Every time you walk by
당신 곁을 걸을 때 마다, 왜 별들은 당신 옆으로 쏟아질까.
Just like me they long to be close to you
당신과 가까이 있고 싶은 것이다. 마치 나처럼.

On the day that you were born The angels got together
당신이 태어나던 날, 천사들이 모여
An' decided to create a dream come true
꿈을 이루어 보기로 했다.  
So they sprinkled moon dust In your hair
천사들은 당신의 머리에 달빛 가루를 뿌리고 
of golden starlight in your eyes of blue 
당신의 눈에 황금 별빛을 담았다. 

That is why all the girls in town
그래서 온동네 소녀들이 
Follow you all around
당신 주변을 맴돌고 있다. 
Just like me they long to be close to you
당신과 가까이 있고 싶은 것이다. 마치 나처럼.


이지리스닝 올드팝의 상징 아바와 카펜터스! 저음이 상당히 매력적인 보컬이다. 성시경의 ‘이윽고’ 같이 웬아이 영아이 리슨 투더 래디오~ 나오면 “캬!” 하는 탄성이 나오기 마련이다. 카펜터스는 남매다. 악동뮤지션처럼 오빠인 리처드 카펜터가 작곡하고 연주하고, 동생이 노래를 하는 시스템인데, 조금, 아니 많이 다른 것은 동생 드럼 능력자다. 좀 치는게 아니라 정말 잘친다. 노래를 부르며 드럼을 친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아소토 유니온 생각이..) 심신 안정에 참 좋은 그들의 음악과 다르게 카렌은 속상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래도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따뜻한 목소리로 기억되고 있으니, 이제 카렌이 편안하길 바란다.

스페이스 카우보이의 close to you도 참 좋다. 이 곡을 누가 손을대서 편곡해! 라고 생각했는데 일렉트로닉으로 멋지게 옮겼다. 윤상과 함께 원피스 작곡팀으로 활동하며 러블리즈 곡을 썼던 작곡가이다. 스페이스 카우보이의 앨범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스페이스 카우보이가 만든 김아름의 <선>이 국내 시티팝의 GOAT라 생각하여 강력히 추천한다.


https://music.bugs.co.kr/track/80155090

https://music.bugs.co.kr/track/249549

https://music.bugs.co.kr/track/2400842


이전 06화 4월 이야기 - 장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