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420, 인천에서 타이페이 구간.요즘 항상 그렇듯 오늘도 역시 만석이다. 내 구역에는 대만 아주머니, 아저씨 승객들이 빽빽히 타셨는데 어찌나 짐을 많이 가지고 타시는지 저 짐을 다 정리할 생각에 앞이 깜깜하다.
우리 항공사는 승무원의 안전을 위해 승무원들이 승객들의 짐을 선반에 대신 올려주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짐을 스스로 올리기 힘든 임산부나 노약자의 경우에도 절대 혼자 올리지 말고 다른 승무원과 함께 짐을 올려야 한다고 트레이닝 스쿨에서부터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짐은 승객들이 스스로 올린다 하더라도 제한되어 있는 공간에 승객들의 짐을 모두 보관할 수 있도록 선반을 정리하고 선반 문을 닫고 하는 것은 승무원의 몫. 오늘은 승객 몇 분이 큰 상자를 가지고 타셨는데 마지막에 탄 승객 한분도 큰 상자를 가지고 타셨다.
이럴 수가.. 자리가 없다.. 안전 규정상 좌석 밑에는 큰 짐을 둘 수 없고 복도에는 아예 짐을 두어서는 안된다. 반드시 올려야만 한다..!! 사명감(?)에 불타 승객에게 양해를 구한 후 좌석 위로 올라가 요리조리 짐을 정리해본다.가방을 넣었다 빼었다, 상자를 이렇게 놨다가, 저렇게 놨다가..한참을 짐과 실랑이를 벌이다 드디어 모든 짐을 선반에 정리해 넣고 선반 문을 닫는 순간..나를 지켜보던 주위의 승객들이 "와~" 하는 감탄사와 함께 일동 박수를 쳐주는 것이 아닌가.. 저 조그만 승무원이 제대로 잘 넣고 선반 문을 닫을 수 있으려나 하고 걱정스럽게 쳐다보시고 있었던 모양인가보다.
뜬금없는 승객들의 박수에 나는 멋쩍은 미소로 같이 박수를 치면서 의자에서 내려와 민망함과 알 수 없는 뿌듯함을 가지고 갤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