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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지구 Jan 13. 2019

나의 젓가락

치매에 걸리신 할머니, 치매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이런 마음이시지 않을까

한 해 두 해 젓가락이 늘어간다


밥달라 입을 벌리던 아이들이 젓가락질 하는 순간부터


하나 둘 제 밥그릇이 생기고

하나 둘 짝 하나 찾아오더니


비슷한 모양새의 식구들이 식탁 앞에 줄줄이 앉는다


매 해 늘어난 자식들의 입에

음식 넣어주던 손을

제 짝과 식구들 챙기는 손에 넘기고


분주했던 밥상이 단촐해 지는 동안

내 빈 손은 묵주알을 굴린다


한 번의 뒤척임에도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었고

무의미한 돌멩이 하나 집어와도 감격했는데


그 귀여운 입에 젓가락 물리던 손으로

묵주알 굴리는 만큼

여기, 한 세기를 이뤘다


이보다 더 큰 생일상이 어디 있을까

어느새 다 자란 손들이

제 입에 스스로의 행복을 넣는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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