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안 된 아기가
유모차 안에서 엄마 손을 잡고 공원을 빙 돈다
자신이 태어날 때
한꺼번에 태어나버린 온갖 것들을
바쁘게 눈에 담으면서
마침 할머니들의 보행기 행렬이 뒤따라 공원을 돈다
앉을 자리를 밀고 걸음마를 떼면서
세월의 끝에 다다라
내가 앉을 자리가 어디인지
명확히 아는 사람들만의
무르익은 비애가 덜덜거린다
노년의 부란 그렇게
자기 엉덩이만한 지분을 밀고 다닐 힘이 있는가 뿐
모든 시작과 끝이
나가고
채워지느라
오늘도 기울지 않는 원형 공원
당신은 그곳 어디 즈음을 걷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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