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지구 Jul 12. 2019

당신 참, 벽 같네

눈을 감으면

말들아


왜 죽지도 않고 줄줄이 서있어


주인 떠나간 말들

누가 내게 맡겨놨어?


그들 입에서 나온 거니까

그들이 거둬가야 하는데

왜 눈을 잠그면

줄줄이 비엔나처럼


박힌 말들에 물도 준 적 없는데

왜 얘네는 더 굳세져 있어



내가 시간이란 먹이를 준 거겠지

넉넉한 시간 먹으며 잘 자랐구나

내가 혼자란 먹이를 준 거겠지

혼자인 걸 알고

벽으로 벽으로 내 모는구나


어서 따라와! 계집애가 안 따라오고 뭐해!

할머니들의 호통

됐고 들을 필요 없고 내 말을 따라라

아버지들의 호통


뭐래 어딜 자꾸 따라오래


약하고 작고 밝은 넌 주눅이 들었네



네네 하다가



모같은 모가 났지 모얌


왜 내 말을 들어줄 생각 않고

무시무시한 말만 남기고 가나요?


거둘 수 없으면 하지도 마세요



백날 말하면 뭐해


할머니들은 이미 저세상


아빠들은 다 까먹고

보살 웃음 짓고 있는데

이전 08화 시간의 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