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국을 끓이다
둥둥 올라오는 기름을 체로 건져낸다
핏기를 빼고
생기를 빼고
솥을 닮은 집에서 혼자
긴 시간에 잠기면
불현듯 아주 멀쩡한 날
불순물이 끓어오른다
기름지고 비린 웃음
거품 같은 안부
말 찌꺼기
집요하게 올라와
달아나버리고 싶지만
곰삭은 뼛국은 좋은 식사가 될 테니
더 가만히 더 깊이
기억을 졸인다
밑바닥 보일 때까지
한 그릇 싹 비운 미련을
자랑처럼 내 보이고 싶어서
가만히
시간을 켜고
오래된 생각을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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