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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지구 Jul 23. 2019

곰국을 끓이다가

곰국을 끓이다

둥둥 올라오는 기름을 체로 건져낸다


핏기를 빼고

생기를 빼고


솥을 닮은 집에서 혼자

긴 시간에 잠기면


불현듯 아주 멀쩡한 날

불순물이 끓어오른다


기름지고 비린 웃음

거품 같은 안부

말 찌꺼기


집요하게 올라와

달아나버리고 싶지만


곰삭은 뼛국은 좋은 식사가 될 테니


더 가만히 더 깊이


기억을 졸인다

밑바닥 보일 때까지


한 그릇 싹 비운 미련을

자랑처럼 내 보이고 싶어서


가만히

시간을 켜고

오래된 생각을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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