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으면
말들아
왜 죽지도 않고 줄줄이 서있어
주인 떠나간 말들
누가 내게 맡겨놨어?
그들 입에서 나온 거니까
그들이 거둬가야 하는데
왜 눈을 잠그면
줄줄이 비엔나처럼
박힌 말들에 물도 준 적 없는데
왜 얘네는 더 굳세져 있어
내가 시간이란 먹이를 준 거겠지
넉넉한 시간 먹으며 잘 자랐구나
내가 혼자란 먹이를 준 거겠지
혼자인 걸 알고
벽으로 벽으로 내 모는구나
어서 따라와! 계집애가 안 따라오고 뭐해!
할머니들의 호통
됐고 들을 필요 없고 내 말을 따라라
아버지들의 호통
뭐래 어딜 자꾸 따라오래
약하고 작고 밝은 넌 주눅이 들었네
네네 하다가
네
모같은 모가 났지 모얌
왜 내 말을 들어줄 생각 않고
무시무시한 말만 남기고 가나요?
거둘 수 없으면 하지도 마세요
백날 말하면 뭐해
할머니들은 이미 저세상
아빠들은 다 까먹고
보살 웃음 짓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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