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잠에 들 때까지 품에 안고
나도 모르게 같이 졸다가
이즈음 되면 자겠거니 싶어
저기 밀어둔 책을 넘기는데 아이가 깬다
낯선 엄마 노릇이 설익은 밤
낮이 기우는 건지 밤이 솟는지
어느 틈을 비집고
젖은 제 갈 길을 알아서 텄는지
시간이 언제 이렇게 지나가 버렸나 싶을 때가 되면
내 남은 세월이 내 몸을 벗어나
너라는 형체를 갖추고 저만치 자라고 있다는 뜻이다
무뚝뚝한 나무도 알게모르게
계절을 열심히 먹고 자라고 있음을
단풍의 모양새가 말해주듯
내 시간이 흩어지지 않고 쌓여
잘 자라고 있다는 순리가
옆에서 곤히 자고 있다
시간에 무게가 있고 얼굴이 있다면
그게 이젠 너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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