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지구 Jan 13. 2019

시간의 몸

아이가 잠에 들 때까지 품에 안고

나도 모르게 같이 졸다가

이즈음 되면 자겠거니 싶어

저기 밀어둔 책을 넘기는데 아이가 깬다


낯선 엄마 노릇이 설익은 밤


낮이 기우는 건지 밤이 솟는지

어느 틈을 비집고

젖은 제 갈 길을 알아서 텄는지


시간이 언제 이렇게 지나가 버렸나 싶을 때가 되면


내 남은 세월이 내 몸을 벗어나

너라는 형체를 갖추고 저만치 자라고 있다는 뜻이다


무뚝뚝한 나무도 알게모르게

계절을 열심히 먹고 자라고 있음을

단풍의 모양새가 말해주듯


내 시간이 흩어지지 않고 쌓여

잘 자라고 있다는 순리가

옆에서 곤히 자고 있다


시간에 무게가 있고 얼굴이 있다면

그게 이젠 너 이리라  

이전 07화 내가 흘린 강을 건너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