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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가 말수가 적은 건 죽음이 미루어질 순 없다는 이유로 오늘까지 휴일없이 일해온 탓이다.
이제 막 죽음을 맞이한 말론은 그런 사정을 알 리가 없었다.
"아침이면 창을 열고 책을 읽었어요. 매일 다른 차를 마셨죠. 그러다 오후가 되면 고양이를 안고 산책을 나갔어요."
넉살 좋은 미소와 함께 말론은 무해한 것들에서 얻는 소소한 평안과 행복에 대해 말했다. 듣기만 해도 아름다운 일상이었다.
문제가 있었다면, 피곤에 절은 저승사자다. 대화 따윈 바란적이 없었다. 결국 참지 못한 저승사자가 나직하게 읊조렸다.
"네가 사랑한 무해한 것들만을 말하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너의 관점이지. 한가하게 책을 탐하고 고양이와 산책만 했다고 죄가 없을까? 네 작은 평화를 위해 이웃을 외면하고 신이 내려준 자원을 갉아먹은 유해한 인간이여. 그만 입 다물고 강을 건너거라.“
다음 순간, 뱃사공 카론의 시커먼 손이 나타났다. 말론의 외마디가 아케론 강에 묻혀 사라졌다.
안녕하세요, 일상에서 찾은 소재로 소설과 동화를 쓰는 문수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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