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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죠 Oct 21. 2024

성심당을 만나다, 튀김소보로가 아닌 빵에서

대전을 넘어 아이콘이 된 브랜드, 성심당

서울에 사는 친구도,
전주에 사는 친구도 모두가
성심당 멤버십을 가지고 있다.


내 친구들의 이야기다. 대전을 방문할 때마다 맨날 성심당을 문턱 닳듯 다니더니 결국은 멤버십을 가입했다. 도대체 성심당은 뭐길래. 이토록 전국에서 찾아오는 빵집이 된걸까?


대전을 넘어 전국에서 팔리는 K-브랜드, 성심당. 우리가 성심당을 좋아하게 된 순간을 다시 떠올려 짚어본다.


튀김소보로 빼고 다 맛있어


사실 성심당은 나에게서 2번 태어났다. 첫 만남은 중학생 때 맛본 튀김소보로였는데, 소신발언을 하자면 그닥 맛이 없었다. 친척어른이 대전에 다녀오며 사다 주신 건데, 다음 날 먹으니 눅눅하게 기름 쩐내가 느껴지더라. '나랑 성심당은 안 맞네. 느끼하고 헤비하군.' 생각했다.


그랬던 첫인상이 산산조각 깨진 건 다름 아닌 '감자 치아바타'였다. 친구들이랑 대전에 놀러 가서 우연히 성심당에 들렀는데, 왠지 수수하게 생긴 감자 치아바타가 그날따라 유독 맛나보였다. 3,000원 정도로 부담 없는 가격에 크기도 엄청나게 크고 말이지. 바로 한 입을 뜯어먹었다. 헉... 부드러운 감자가 톡톡 씹히는데 엄청나게 구수했다.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피어오르고 속살은 쫀쫀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혼란스러우면서 좋았다. '아니, 뭐야? 성심당 빵 왜 맛있지?'


이후로 빵 탐험은 계속됐다. 소금빵, 잠봉뵈르 샌드위치, 명란바게트, 크로와상, 순수롤.... 다른 동네빵집이나 프랜차이즈에 비해서 성심당은 가격이 확실히 저렴하고 부담 없다. 덕분에 빵 쟁반에 담는 속도가 거침없었다. 저렴한데도 속재료를 아끼지 않아서 내용물이 튼실하고 맛있었다. 버터 동굴이 은근하게 파인 소금빵이 다른 곳에서 3,500원할 때 성심당은 단돈 1,200원에 팔았으니까. 다른 데서 2개 살 돈으로 성심당에선 5~6개의 빵을 살 수 있었다.


평균을 뛰어넘는 맛과 알찬 속재료, 거기에 부담 없는 가성비 가격까지. 성심당에 가면 '평범한 빵'을 먹어야 한다는 진리를 깨우쳐버린 것이다.

우리는 대전에 갈때면 언제나 성심당을 찾는다


줄 서서 사는 케이크
딸기시루 신드롬 그 이후

하지만 빵의 힘만으론 전국구 1티어가 될 순 없었다. 빵집을 넘어 성심당이라는 브랜드가 되는 것. 그 시작에는 '딸기시루'가 있었다.


2023년, 딸기시루의 등장은 성심당의 새 시대를 여는 시작이 됐다. 2.3kg짜리 딸기케이크에 1kg가 훌쩍 넘는 딸기가 들어가는 딸기시루. 광고 문구보다도 실제 딸기가 더 많이 들어갔다고 해서 일명 '과소광고' 논란으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다. 덕분에 크리스마스 전날 7~8시간씩 웨이팅을 하면서까지 딸기시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진짜로 재밌는 건 딸기시루 그 이후에 등장한 케이크들이다.


생귤시루, 망고시루, 알밤시루 등 성심당만의 시그니처 'OO시루' 케이크 시리즈가 줄줄이 출시되면서 연속적으로 히트를 쳤다. 계절에 맞는 제철과일과 재료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신상품을 출시하는 족족 웬만한 대기업 뺨치는 이슈를 만든 것이다.


이제는 성심당에서 새 케이크를 출시했단 뉴스를 보게 되면 어김없이 친구들과의 단톡방이 울린다. "얘들아, 우리 또 성심당 가야 해.. 이거 먹으러ㅠㅠ"


그렇게 우리는 새 케이크가 나올 때마다 성심당을 찾았다

 

사실 성심당에는 '성심당 케익부띠크'라는 별도의 케이크 전문 군단이 있다. 오래전부터 케이크, 제과류에 집중해서 신메뉴를 개발하고 만들어오던 팀이 존재했고 지금에서야 빛을 발하게 된 셈이다. 작년 '딸기시루'가 우연히 바이럴 되었다면, 이후로도 꾸준히 이슈를 만들고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는 케이크를 연속적으로 탄생시켰던 건 운이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실력의 증명이라고 생각한다.


‘주방에서 셰프 위에 있는 건 단 하나, 재료다’라는 흑백요리사 속 명대사가 떠오른다. 고소한 생크림과 꾹꾹 눌러 담아 풍성한 속재료. 이토록 단순한 원칙을 지킨 성심당의 특별한 케이크를 맛보기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전국에서 사람들이 KTX를 타고 대전을 찾는다.


성심당의 시루 케이크 시리즈는 이제 빵과 함께 성심당을 방문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가 된 것이다.


성심당 케이크 부티크에서 먹은 판나코타와 타르트. 한 조각의 디저트에도 이렇게나 진심이다.

 


전국 팔도, 지역 곳곳에 수많은 명물 빵집이 있다. 그중에서도 오직 성심당은 유일하게 지역 빵집의 차원을 훌쩍 뛰어넘은 존재가 됐다. 다른 곳은 놀러 간 김에 겸사겸사 들러서 사 오는 기념품 쇼핑용 빵집이라면, 성심당은 이곳의 빵을 맛보기 위해 일부러 대전을 방문하게 만든다. 일명 '성심당 퀵턴' 여행이라고, 성심당에서 빵을 사 오기 위해 대전을 방문하는 방문객도 늘어나고 있을 정도니까.


그러면서도 동시에 지역 사람들의 인정과 사랑도 여전히 두둑이 받는다. '관광객에게 유명한 식당/카페는 현지인은 절대 가지 않는다'라는 불문율을 깨고 성심당은 꾸준히 대전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는다. 안과 밖에서 모두 인정받는 브랜드. 아낌없이 팍팍 넣는 재료에 마음 편한 가격. 성심당의 꾸준한 롱런이 앞으로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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