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온 세상이 레퍼런스, 길거리에서 배우는 매장 관리

고객에서 사장으로, 안목을 키우는 3가지 일상 여행 방법

by 카마

매장 관련 업무를 시작하고 난 이후로는 정면을 바라보면서 길을 걸은 적이 도통 없다. 항상 좌우를 살피면서 지나느라 고개가 바쁘다. 볼 데가 너무 많으니까.


사실 우리도 문밖을 나가면 누군가의 고객이 된다. 길을 걷다 보면 마주치는 매장들이 곧 우리 매장을 발전시켜 줄 교보재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고객으로서 불편한 점, 편한 점, 배울만한 점을 캐치해 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그냥 밖에 나가 돈만 쓰고 오는 소비자가 아니라, 사장으로서 안목을 높이는 기회로 바뀌는 순간이다.


방법 1.
사진을 찍고, 소재를 만져본다

한 연예인이 유튜브에서 그러더라. 초대된 자리에서 밥을 먹다가 그릇을 들어 바닥을 확인한 거다. "아~ OO 브랜드거구나. 너무 예쁘다, 나도 살래!" 로고를 확인했던 거다.


멋진 물건은 그리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좋은 경험을 주는 순간이 있다면 반드시 만져보고, 사진을 찍어두자. "좋아 보이네"에서 끝나지 않고, "이렇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떠올려보는 것이다.

레퍼런스로 가득한 사진첩

좋은 건 일단 만져보고, 사진 찍어두자. 생각보다 기억은 빨리 휘발되니까. 가능하다면 사진, 영상으로 기록해 두는 게 가장 좋다. 그렇게 쌓인 기록이 곧 나의 안목이 되고, 나중에 우리 매장에 적용할 때 구체적인 기준이 생긴다.


책이 공중부양된 게 신기해서. 들어보니 이런 모양의 거치대가 드러난다.
어린이 치과를 알리는 방법


방법 2.
바닥 → 벽 → 천장 순으로 공간을 감상한다

《건축가의 공간일기》를 집필한 조성익 교수님이 말해주신 꿀팁이다. 처음 공간에 들어서면 바닥 ► 벽 ►천장 순으로 감상해 보는 것이다. 어떤 색과 자재를 썼는지, 크기와 높이는 어떻고, 어떤 점이 특별하며, 그래서 지금 나는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보다 보면 안목이 높아지고 좋은 공간에 가면 왜 좋은지 구체적으로 감각할 수 있게 된다. 실제 홍익대 수업 때 신입생들에게도 가르치는 방법이라고 한다.

멀리서. 가까이서 각각 찍으면 전체적인 느낌 + 디테일이 파악된다.
가까이서 본 기둥. 격자 무늬에 하나씩 찍어누른 디테일.
멀리서 한 컷. 가까이서 한 컷. 타공 뚫어둔게 보인다.

모 북토크에서 그 꿀팁을 듣고, 열심히 의식하면서 다녔다. 어느 날은 실제로 성수동의 한 매장에 갔더니, 노란색 바닥이 눈에 띄었다. 제품이 파란색 위주라서 의도적으로 노란색을 써서 제품이 더욱 돋보이게 설계한 것 같더라. 꾸준히 바닥, 벽, 천장을 보고 다니다 보면 이런 특이점이 눈에 잘 보이게 된다. 처음엔 어색하겠지만 몇 번 해보면 습관이 된다.


방법 3.
마음속에 구체적인 질문을 품고 다닌다

운동화 살 때가 되면 거리에서 운동화만 보이고, 머리 자를 때가 되면 헤어스타일만 보인다. 간판이면 간판, 메뉴판이면 메뉴판. 내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숙제를 품고 거리를 다녀보면 보이는 게 달라진다.


어느 날은 발매트만 보이고, 어떤 날엔 pop 거치대만 보인다

나의 경우는 POP 거치대를 사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그날은 퇴근하고 성수동에 가서 팝업, 카페, 매장 가리지 않고 이것만 보고 다녔다. 옷가게에 들어가서 옷은 안 보고, 이벤트 홍보 거치대만 후딱 보고 사진 찍고 나온 적도 있다. 점원 입장에서는 좀 이상했을 텐데...


그렇게 한 번 보고 오면 핀터레스트 3시간씩 헤매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원하는 그림을 구체화시킬 수 있다. 실제 크기감도 알 수 있고, 어떤 재질이 좋은 지도 체크할 수 있거든.


<구체적인 질문 예시들>

우리 매장 카운터에 어떤 거치대가 좋을까?

이 크기의 공간에는 몇 개 테이블이 적당할까?

조명은 어떤 색온도가 우리 제품과 잘 어울릴까?

고객 동선은 어떻게 설계하는 게 좋을까?


이런 질문을 품고 다니면 평범한 외출도 공부하는 시간이 된다.


관찰의 기술을 늘리는 사소한 팁들

매장에 들어가면 일단 한 바퀴 둘러보자. 고객 동선을 따라 걸어보면서 어떤 느낌인지 체크해 본다.

계산대 앞에서는 잠깐 멈춰서 시선 높이를 확인해 보자. POP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얼마나 잘 보이는지.

화장실 가는 길에도 관찰 포인트가 많다. 안내판은 어디에 있는지, 물비누와 티슈는 어떻게 배치하는지. 화장실 비밀번호는 어떻게 안내하는지. 상세하게 보다 보면 배울 점이 투성이다.


사진 찍을 때 주의사항

매장에서 사진 찍을 때는 조심하는 센스를 보이자.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최대한 자연스럽게 찍자.

제품이나 사람이 나오지 않게 주의하고, 인테리어나 POP 위주로 찍는 게 좋다. 집에 와서는 사진을 정리해 두자. 폴더를 만들어서 "조명", "거치대", "바닥재" 이런 식으로 분류해 두면 당장은 귀찮더라도 나중에 찾기 편한 나만의 기밀폴더가 된다.


길거리에서 배워서, 우리 매장에 써먹기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에서 영감을 찾는 것도 좋지만, 직접 보는 게 백배 낫다. 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는 질감, 크기감, 분위기가 있거든. 특히 조명 같은 경우는 사진으로는 절대 알 수 없다. 직접 가서 봐야 어떤 느낌인지 안다. 바쁘다고 집에만 있지 말고,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서 다른 매장들을 구경하러 다니자. 그냥 일상적으로 친구, 가족 만날 때 눈으로만 열심히 훑어봐도 좋다.


'어떻게 하면 우리 매장에 써먹을 수 있을까?' 이 마음으로 거리를 걷다 보면 온 세상이 학교가 된다. 자 이제 바깥으로 나가보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