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간단남 Dec 14. 2023

오늘의 운세

활쏘기로도 볼 수 있습니다

매일(은 아니지만) 아침마다 루틴처럼 하는 것이 있다.

A4 용지로 최대 3쪽 이내로 아침에 일어나서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을 마구 적어 내리는 글명상 하나.

폭풍처럼 비워내고 남은 빈 공간을 10분 명상을 통해 밝고 따뜻하게 채워준다.

눈을 다시 떴을 땐 염화미소 일발 장착. 내 주변과 세상 사람들의 마음의 안녕을 기원하며 합장하고 인사하며 마무리.


오늘 하루 일진을 본다. 만세력을 통해 오늘은 어떤 기운이 들어와 있는지를 살핀다. 분별심을 갖지 않는다. 들어온 기운에 맞춰서 내가 취할 태도만을 생각한다. 타로 카드도 한 장 뽑아본다. 늘 그렇듯 웨이트 계열로. 요즘엔 거기에 더해 주역 카드를 조언 점으로 사용 중이다.


누군가 그랬고, 나도 격하게 동의하는 바는 미래는 고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현재라는 실제 삶의 무대 위에 이미 가능성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으며 매 순간 우리가 내리는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하나의 선택이 하나의 결과를 낳고, 그 결과는 또 다음 선택을 낳는다. 미래를 보고 싶거든 나의 지금 현재가 어떠한지를 보면 된다.



ⓒPenghao Xiong (Unsplash)


누군가 내게 왜 활을 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몸과 마음을 하나 되게 하기 위해서라고 답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둘을 두루 관찰하고 평온한 상태를 일관되게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활을 낼 때 매 순간 의식의 초점을 맞춰야 할 곳은 화살이 어디로 날아가 맞는지가 아니라, 흐트러짐 없이 일관된 자세와 마음으로 화살을 내보냈는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순간에 얼마나 집중했고 의도한 바를 달성했는지는 일관되게 떨어져 맺히는 화살의 군집을 보면 알 수 있을 테다. 일정하게 떨어지는 그곳에 과녁이 있다면 맞힌 것이 되고, 과녁이 아닌 곳이라면 적어도 일정하게 모여 있는 모양새는 되는 것이다.


활에 화살을 먹이고 내보내는 과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중 어느 한곳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여 몸이 흔들리거나, 자기 화살이 과녁에 맞고 안 맞고에 마음이 흔들린다면 필시 내보내는 화살들 역시 몸 따라 마음 따라 좌우상하로 넘나들게 된다.



아침에 나가서 활을 내보면 오늘의 하루를 점쳐볼 수도 있다. 화살이 떨어진 모양새가 곧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몸과 마음상태를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매일 뽑는 타로 카드나 주역의 괘상만이 오늘 하루를 점쳐주는 건 아니다.



역(易)을 잘 아는 사람은 점(占)을 치지 않는다.


순자의 말이다.


변화에 대한 학문인 '역학'에 도통한 사람은 구태여 아침마다 점을 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매일 아침 활을 쏘며 몸과 마음을 바라보는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그런 이치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마음 같아서는 매일 아침 루틴으로 활쏘기를 추가하고 싶다. 요가 수행자 분들이 아침 또는 저녁마다 요가를 수행하듯 말이다. 하지만 최소한 2시간은 족히 드는 데다가 이동시간까지 합치면 3시간 정도는 금방 지나가버리니 매일 하기가 아직은 부담이 된다. 매일 3시간 정도는 너끈히 낼 수 있는 시간 부자가 되어야겠다. 돈 많은 사람보다 시간 많은 사람이 더 부럽다.

이전 02화 함께 나이 들어감에 대하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