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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묘슬 Jan 09. 2024

자살드론 #4

연재소설

[서울 한복판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드론!!]

뭔가에 홀린 듯 차도로 돌진하는 여자와 뒤따라가 붙잡는 남자보다 도로 위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드론에 초점이 맞춰져 성공적으로 촬영된 영상에 대해 사람들은 환호했다. 영상을 시청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드론에 대해서 수상하다는 반응이었지만 아닌 것 같다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는데 현우 또한 영상을 통해 드론을 아무리 뜯어봐도 도로에 뛰어든 여자와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네 저 맞습니다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누가 찍고 있는지도 몰랐네요"

"사람을 구하다니 멋져요. 오늘 저녁에 한잔 어때요??"

"네 좋습니다^^"


우진이 반가운 메시지를 보내오자 현우는 드디어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내심 기뻤다.  우진은 일류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방송국 공채시험에 합격한 엘리트였다. 힘들다는 방송국 인턴까지 마치고 6년 동안이나 기자로 승승장구하다가 왜 돌연 작은 인터넷신문사로 오게 되었는지는 아직 의문으로 남아있었다.  


작은 키와 단단한 몸집에 야무진 인상으로 나이는 어렸지만 형님 같은 느낌 때문인지 눈을 마주치면 기에 눌릴 정도로 매서운 눈빛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다가가기가 어려웠지만 오늘 얼굴을 보게 되면 기필코 취재에 데리고 가달라고 부탁해 볼 참이었다. 경찰서 들락거리며 직접 써본 기사도 몇 개 프린트해서 파일 안에 넣어 챙겼다. 카메라 다루는 법은 책과 인터넷을 통하여 이미 익힌 후였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뭐라고 말해야 할지 연습했다.


. 선배님 현장에 데리고 가주신다면 성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사진촬영도 자신 있습니다! 이제 기사 짜깁기는 그만하고 싶어요. 제발 저도 취재에 껴주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무리 연습해도 입에 붙지 않는 건 아직 사회생활이 익숙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긴장하지 않기 위해 일찍 가서 술을 한잔정도 미리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사 근처 맥주집에서 만난 우진은 역시나 기자다운 포스와 날카로운 눈빛으로 존재감을 뽐내며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선배님?"

현우는 벌떡 일어나 우진에게 허리 굽혀 인사한 후 자리로 안내했다.

"일은 할만해?"

우진의 갑작스러운 반말에 현우는 잠깐 당황했지만 미리 주문해 놓은 술을 술잔에 따라 건네자 살짝 웃으며 우진이 말했다.

"아. 편하게 말 놓을게. 같이 놓으면 좋고"

"아닙니다. 선배님께 어떻게 감히......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저 한 달 동안 공부 많이 했습니다. 저 그래서 말인데......"


현우는 우진의 눈치를 잠깐 보며 준비해 놓은 파일과 함께 말을 꺼내려고 하자 우진이 말했다.

"겨우 한 달 해놓고?? 3개월은 수습기간인 거 알잖아. 나는 6개월이나 했어. 운 좋은 줄 알아. 요즘 혼자 취재하고 촬영하고 쓰려니 죽겠네 아주"

우진이 한숨을 쉬며 소주를 입안에 털어 넣자 현우는 꺼내려던 파일을 가방 안에 다시 살포시 넣었다.


"오늘 민수선배님과 함께 다니신 거 아닙니까?"

". 민수선배 몸이 안 좋아서 쉰다고 했는데 대표님이랑 이쪽으로 온다고 했으니까 기다려보자고"

"네? 우리 둘만 마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한잔 하는 김에 다 같이 얼굴 보면 좋을 거 같아서 내가 연락했어. 그건 그렇고 오늘 낮에 있었던 일 얘기 좀 해봐"

"아.. 네. 그냥 평범한 젊은 여자였어요. 왜 그랬는지는 저도 잘......"

"아니 드론 말이야"

우진의 눈빛이 빛났다.

"아....  흔히 볼 수 있는 그냥 드론이었습니다"

"드론이 현우 씨 보는 것 같던데"

"네. 저를요?"


영상을 다시 플레이해서 보니 우진의 말대로 여자가 아닌 현우를 한참 바라보는 것 같다. 심지어는 현우를 잠깐동안 따라가는 것 같기도 했다.

"다시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근데 그게 중요합니까?"

"다시 보기 힘든 광경을 봤는데 중요하냐니.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야 되는데 너무 아쉽네. 다음부터는 절대 그냥 보내지 말고 끝까지 쫓아가서 잡아"


드론을 쫓아가서 잡으라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기자정신이 부족한 자신을  탓하는 것이라 현우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우진이 무심하게 파일 하나를 던져주었다.


[국방부, 드론 촬영 무제한 허가제로 파격적 개선]
e브레이킹뉴스-문우진기자
국방부는 드론 항공촬영 전에 신청, 허가를 받도록 했던 것을 무제한 허가제도로 변경했으며 앞으로는 모든 지역에서 드론비행 및 촬영이 허가된다고 밝혔다. 특정 군사 및 비행 시 설, 청와대 인근을 제외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규제할 수 있는 법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므로 촬영 목적과 보안상 위해성 여부등을 판단할 수 없게 되었다.


"이거 진짭니까?"

"당연하지. 기사를 내가 직접 작성했고 다음날 묻혔어"

"기사가 왜 묻혀요?"

"그날 오선화가 자살했거든. 오선화 죽기 전날 마지막 영상에서 드론이 발견됐고 사망당일에는 아파트 cctv에도 드론이 찍혔어. 우연일까?

"극성팬일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

"다시 봐"


스크랩파일에는 오선화의 영상을 캡처한 사진이 있었고 현우는 잠깐동안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선화의 머리 위로 보이는 드론은 아침에 현우가 목격한 것과 똑같은 것이었다.


"선배님은 정말로 드론이 사건들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가 그거야. 자살과 드론. 그런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줘야 될 책임이 있는 사람이 우리 기자들이고. 누가 조종하는 건지 이유가 뭔지 궁금하지 않아?"


"그냥 드론일 수도 있잖아요. 얼마 전에도 드론조종자 찾았다고 난리법석이었는데 고등학생이었잖아요. 평범한...."

"그건 레저용이었지. 이건 평범한 드론이 아니야. 장난감이 아니라고. 자세히 봐. 아마추어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헥사콥터 원격드론이야. 하이브리드라면 최대 2시간 아니면 그 이상 수도. 원격이니까 지구반대편에서도 조종이 가능하겠지. 물론 튜닝이나 업그레이드도 가능해. 드론을 한번 잡아서 뜯어보고 싶어. 어떤 기능을 심어놨는지. 감시일까? 센서일까? 폭탄일까? 아니면 테러??"


원래 기자들은 저렇게 의심이 많을까. 아니면 의심이 많아서 기자가 된 걸까? 어느 쪽이든 본받아야 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현우는 생각했다.

"드론이 어떻게 테러를 합니까? 설마 화학테러 뭐 그런 거 예상하시는 겁니까? 너무 가신 거 같은데요"

"것도 한번 볼래"

[한강에서 발견된 시신의 신원은 40대 여성 A 씨로 특별한 외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실족사 및 자살 추정]


그때 문이 열리면서 세 사람이 들어왔다. 고대표는 벌써 한잔하고 온 듯 벌진 얼굴로 술냄새를 풍기고 있었고 그 뒤로 민수와 미연이 함께 들어왔다.

"대표님, 선배님 반갑습니다"

"오! 우리 잘생긴 용기자!"


고대표를 소개해주었던 선배는 좋은 분이라고 했지만 왜 메이저 신문사에서 나오게 되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소문으로는 정치부 기자에서 임원까지 승승장구하다 정권이 바뀌면서 이권싸움에 졌다는 것. 소문이 사실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이름 없는 인터넷신문을 왜 창업했는지 의문일 정도로 회사일에는 관심이 없고 맛집취재를 다닌다는 명분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먹기만 한 탓에 날이 갈수록 복부비만 두꺼비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 사람이 모여 조촐한 회식이 시작되었다.

"자, 새 식구도 왔고 앞으로 더 잘해보자. 건배! e브뉴스를 위하여!"

민수가 술잔을 치우고 탄산음료를 부으며 말했다.

"제가 요즘 약을 먹고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그래? 이제 40대 중반이잖아. 무슨 약이야? 몸이 어디가 안 좋아? 그러고 보니 얼굴도 좀 안 좋은 것 같은데" 

"근데 너무 빼신 거 아니에요? 한 달 전보다 훨씬 날씬해지셨는데요"


고대표와 미연이 호들갑을 추켜세우자 민수가 말했다.

"괜찮아요. 살 빠지니까 와이프가 좋아해요"

곰돌이푸 같은 인상의 민수가 멋쩍게 웃었다. 민수는 푸근한 인상에 그에 어울리는 둥글둥글한 성격으로  딸만 둘 키우는 아빠라고 했다. 지방 신문사에서 12년간 기자로 일하다 건강상의 사유로 퇴사를 했고 마침 고대표가 영입했다.


행동은 조금 느리지만 기사하나는 끝내주게 쓰는 걸로 유명해서 현우는 벌써 그의 기사는 샅샅이 찾아서 모두 스크랩해 두었다. 친해질 기회가 없어 기회를 엿보던 현우가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이었다. 창간한 지 1년도 안된 코딱지만 한 인터넷신문사 구성원들이 너무 실력자들만 모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소주병이 늘어나고 밤 11시가 넘어갈 무렵이 되자 빈병은 10병이 넘게 쌓였다. 고대표는 대리운전을 불렀다며 먼저 나갔고 우진과 민수가 담배를 피우겠다고 나가자 현우도 일어서려는 순간 미연이 슬쩍 말을 걸어왔다.


"임민수 기자님 먹고 있는 약 좀 알아봐 줄  있어요? 전 물어보기가 좀 그래서"

미연은 눈에 띄는 미인은 아니었지만 웃는 모습이 귀여운 싹싹한 아가씨였다. 회사살림을 도맡아 하며 사이트관리와 대표의 비서일까지 멀티플레이어로서 역할을 잘 해냈고 대표의 기분도 잘 맞추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구석이 엿보여 현우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가끔 궁금했다.


"네 물어볼게요. 마침 저도 궁금했는데"

밖으로 나가자 초겨울의 차가운 바람에 머리가 맑아지며 술이 깨는 기분이 들었다.

담배연기를 내으며 우진이 말했다.

"아침에 봤던 드론말이야. 기사 하나 멋들어지게 써봐. 나한테 컨펌받으면 그땐 용기자라고 불러주지. 사건현장에도 데리고 가줄게"

"넵!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짙은 술냄새를 풍기던 우진이 비틀거리며 현우의 귀에 입술을 바싹 대고 말했다.

"내 감이 맞다면 말이야. 아주 엄청난 특종이야"


집으로 돌아온 현우는 컴퓨터를 켜고 우진이 말했던 기사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최근 자살사건 기사들과 드론에 관련된 모든 기사을 모아 스크랩했다.

그중 제일 관심을 끈 것은 40대 여의사 실종사건과 한강에서 발견된 여자 시신. 우진이 왜 그 사건 자료를 현우에게 보여준 것인지 분명히 이유가 있을 텐데......

'그래 오선화 그 여자가 시작이었지. 그 사건부터 조사해 보자'


열심히 취재해서 우진에게 인정받아 3개월 안에 수습딱지를 떼고 정식 기자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바쁘게 지내던 어느 날 아침,

미연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현우를 향해 뛰어왔다.


"용기자님 소식 들으셨어요?" 

"무슨 일이에요? 왜 그래요 미연 씨??"

울먹이는 미연의 눈에 눈물이 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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