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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묘슬 Jan 02. 2024

자살드론 #3

연재소설

서울의 어느 중심 번화가. 현우는 출근을 하기 위해 횡단보도로 향하고 있었다. 거리에는 상인들과 직장인들, 학생들로 가득했고 신호등 불빛이 적색신호로 바뀌자 길을 건너지 못한 사람들이 멈춰 섰다. 그때 한 명의 젊은 여자가 갑자기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여자가 멈추지 않고 횡단보도로 걸어가자 뒤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몰려들었고, 수십대의 당황한 차량들이 하나둘 멈추며 여기저기서 경적을 울렸다.  여자는 멈추지 않고 걸어갔다. 시선이 더욱 집중되는 가운데 현우가 달려 나가 다급하게 여자의 팔을 잡아 세웠다. 초점 잃은 눈동자와 떨리는 손. 자신의 직감이 맞다는 것을 현우는 확신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 평생 악몽 꾸게 하고 싶어요?”


여자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떨리는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라며 반복해서 말하고는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현우는 신호가 바뀌길 기다렸다가 사들을 피해 여자를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때 뭔가가 순식간에 옆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낀 현우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날렵하게 생긴 드론이 마치 눈동자처럼 붉은색 불빛을 반짝이며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급속도로 늘어난 사들의 자살소식은 연일 뉴스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이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은지 오래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지만 몇 개월 사이 체감될 정도로 하루에도 수십 명씩 안타까운 소식은 끊이지 않았고, 유래 없는 현상에 외신들까지 앞다투어 보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은 인터넷이나 매체로만 접하는 죽는 사람들에 대해 크게 관심 갖지 않았다. 국가는 늘 그렇듯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한발 늦은 수사로 자살현상을 전혀 막지 못했고 안일하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 그렇게 사람들은 세상을 등지고 있었다.


‘저게 그 드론인가’

드론은 잠시동안 현우를 응시하더니 곧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얼마 전 한 여배우의 자살과 함께 이슈가 되면서 등장한 것은 드론이었다.

드론이 날아다니는 영상이나 사진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자살현상과 함께 나타난 드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명확한 설명이 필요했던 국민들에게 드론은 하나의 비밀스러운 원인으로 분석되며 소문은 걷잡을 수없이 늘어났다.


여배우의 자살은 대단한 충격이다. 그 주에 알려진 사람들만 9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사망전날 시상식 영상이 조회수 100 만회를 기록하며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중의 높 관심 끊이지 않고 있었다. 우울증과 악플때문에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고 알려졌지만 유서도 없었으며 사망하기 얼마 전 드론에 대해 언급했다는 경비원의 진술과 그녀의 영상에서만 드론이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자살인지 타살인지 여전히 의문으로 남겨진 가운데, 드론은 나라 곳곳에서 목격되었다. 그리고 떠도는 말에 의하면 목격된 장소에는 어김없이 자살하는 사람들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염세주의자들은 드디어 종말이 가까이 왔다며 떠들어댔고 음모론자들은 극비리에 운영되는 정부단체의 드론 화학테러 전조현상이라며 두려움에 떨었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전형적인 자살신드롬과 사회의 집단적 불안현상이 빚어낸 비극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냥 날아다니는 드론일 뿐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차도로 뛰어들었던 여자가 감사인사를 하고 돌아가는 동안에도 현우는 죽을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을 처음 보게 된 충격적인 상황이 진정이 되지 않아 날아가는 드론을 멍하니 바라보며 한동안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겪게 될 고통의 무게를 짐작도 하지 못한 채 바쁜 일상으로 돌아갔다.


현우가 도착한 곳은 높은 빌딩 숲 사이에 초라한 5층짜리 건물, 3층 사무실. [e브레이킹뉴스] 라고 적힌 작은 간판만큼 초라한 사무실이었다. 군대와 대학을 마친 후 6년을 고시생으로 살다 서른이 한참을 넘어서야 뒤늦게 대학 선배의 추천으로 입사하게 된 작은 인터넷 언론사였다.

대기업 신문사에서 임원까지 지냈다던 대표 한 달에 한번 만나기도 어려웠다. 면접 때 그를 보자마자 내뱉은 첫마디는......

"잘생겼네! 합격!"

다른 기업처럼 1차, 2차, 3차, 필기시험, 임원면접 등등... 모두 생략한 건 감사한 일이었지만 잘생겼으니 합격이라니...... 두꺼비 같은 인상에 호탕하게 웃는 그를 만난 후 내심 걱정하던 현우에게 선배가 말했다.

"우리 작은아버지잖아. 예전부터  나한테 니 얘기를 많이 들으셔서 다른 건 물을 필요가 없으셨겠지. 요즘 언론사 취업 만만치 않은데 서울인 게 어디야. 잘 한번 배워봐 "


기자는 현우포함 3명이었는데 사람은 모두 고대표가 퇴직할 때 데리고  경력이 어마어마 선배기자들이었다. 나이가 40대로 제일 많은 임민수 기자와 1살 차이인 문우진 기자는 입사첫날 통성명한 것이 다였지만 경력과 연륜이 느껴져 친해지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우진 나이 어린 선배라 더더욱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하나밖에 없는 여직원 미연은 대표님과 기사로 올릴 맛집탐방을 다니느라 사무실엔 늘 현우 혼자였다. 현우의 업무는 사무실관리와 광고관리 등 다양했는데 주 업무는 다른 메이저 신문사에서 기사를 퍼오는 것이었다.

"그냥 퍼오면 안 되고 짜깁기를 잘해야 돼요"

". 알겠습니다"


짜깁기 한 기사는 매일 오후 우진의 메일로 보내야 했다. 기사를 많이 보고 읽고 써보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기에 현우는 우진이 지시한대로 여러분야의 인터넷기사들을 정독하며 짜깁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입사 한 달째. 아무리 나이 많은 신입이라도 취재에 한 번도 데려가지 않은 건 너무 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자괴감이 드려던 찰나, 문자가 도착했다


"이거 용현우 씨 맞죠?"

우진 보낸 문자에는 영상링크가 있었고 링크를 클릭하자 오늘 아침 횡단보도에서의 현우가 찍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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