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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돌 Aug 04. 2018

독립출판 워크숍에서 만난 사람들

딴짓 매거진 <아침 출판 워크숍> 후기

독립출판을 하기로 결심한 뒤, 내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독립출판 워크숍을 알아본 것이었다. 뭐든지 학원과 인강을 통해 배우던 근면한 동북아시아인(=나)은 독립출판마저도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직접 시행착오를 겪기보다는, 돈을 내더라도 남이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노하우들을 빠른 시간 안에 배우길 바랬다. 그래서 구독하던 독립잡지 <딴짓> 매거진 사이트에서 본 4주 과정의 독립출판 워크숍을 찾아 신청했다. 


독립출판과 각종 매거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딴짓>이라는 잡지를 아마도 들어 보았을 것이다. 밥벌이하는 모든 이들이 딴짓을 하는 세상을 만들자, 우리 모두 '호모 딴짓엔스'가 되자는 메시지에 반해 꾸준히 열독하고 있는 잡지이다.


https://ddanzit.co.kr/


무엇보다 멋진 건 딴짓 1,2,3호 분들 모두 생업과 여러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딴짓'으로 이 잡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에 1호를 발간했고 멤버들의 퇴직과 이직과 여행과 결혼 등 여러 생애 이벤트들을 거쳐 올해 초에는 8호가 나왔다.  딴짓 시스터즈 1호님은 이렇게 꾸준히 잡지를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누구도 무리하지 않고 쉬고 싶을 땐 쉬면서 각자 사정이 되는 대로 참여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서 수업을 들으면 생업(돈을 버는 일)과 딴짓(돈은 못 벌더라도 즐거운 일)을 슬기롭게 병행하는 법까지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요일 아침 열 시, 눈 반짝이는 사람들의 모임

독립출판 워크숍은 무려 일요일 아침 10시에 열리는 모임인데도 출석률이 거의 100%에 가까웠다. 첫 모임은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딴짓 매거진 1호님이 손수 만든 브런치를 먹으며 아기자기하게 시작했다.


한달간 수업 장소였던 신촌 또라이양성소
1호님이 준비한 아기자기한 브런치


돌아가면서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자기가 어떤 책을 만들고 싶은지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일 사각의 모니터 화면 속에서 숫자만 보다가, "딸기를 좋아해서 딸기에 대해 써 보고 싶어요."같은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듣게 되니 좋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엄마가 되어가는 자신에 대해, 사랑하는 남자 친구에 대해, 좋아하는 노래에 대해 책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사람들을 보니 일주일 동안 모니터 앞에서 굽어버린 등이 펴지는 느낌이었다. 영감이 충만한 일요일 아침이었다.



독립출판 워크숍을 통해 배우는 것들 

2주 차에는 원고 교정 교열에 대해 다뤘다. 틀리기 쉬운 맞춤법, 셀프로 교정 보는 방법, 읽기 편안한 문장으로 고치는 법에 대해 배웠다. 독립출판물이긴 하지만 나 혼자 보는 책은 아니기에, 미래의 독자를 위한 배려로 다시 한번 전체 원고를 인쇄해서 검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날의 다짐을 곧 후회하게 되는데..... )


이 날 수업에서는 출판물에 들어가는 그림과 인용문에 대한 저작권 문제도 다루었는데 이 부분이 무척 유용했던 것 같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구글에서 찾은 이미지를 많이 사용했는데, 늘 마음 한 구석에 '이걸 이렇게 막 써도 되나?"라는 의구심이 있었다. 이날 수업에서 상업적 용도로 사용 가능한 이미지들을 찾을 수 있는 사이트들을 여러 개 알게 되었고 그중에 Unsplash를 애용 중이다.


3주 차에는 유통과 홍보에 대해 배웠다. 독립출판 서점에 책을 어떻게 입고시키고, 내 책을 어떻게 소개하고 홍보하며, 수금(!)은 어떻게 하는지. 그동안 출판/서점계에 대한 환상("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니!")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노동집약적이고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4주 차에는 대망의 인쇄와 출판등록 과정에 대해 다뤘다. 워크숍 첫날 눈을 반짝이며 '꼭 책을 낼 거예요!' 했던 사람들은 '아...... 꼭 책을 내야 할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종이 구매, 인쇄 감리, 실제 인쇄부터 시작해서 자잘하게 챙겨야 하는 일이 정말 많았다. 대한민국에서는 출판사만이 ISBN이 있는 책을 발행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수많은 출판사 중에 꾸준히 영업을 하는 출판사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책을 내는 것은 부지런하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같이 수업을 들었던 분과 함께 독립출판물 마켓인 <퍼블리셔스 테이블>에 참가해 다른 사람들이 만든 책을 구경했다. 별 것도 아닌 것에 대해 꼬닥꼬닥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쓴 개성 가득한 책들을 만났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게 있나'하고 매대의 책들을 쓸어보기도 했다. 나는 이런 작은 이야기들이 좋다. 시시하고 소소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누가 들어주지 않아도 조곤조곤 끝까지 풀어놓은 이야기들을 사랑한다. 어지러울 때까지 실컷 책 구경을 하고 뷔페에서 과식을 하고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왔다.


독립출판물 북마켓, <퍼블리셔스 테이블>


좋은 동료를 만날 수 있는 곳 

독립출판 워크숍은 최대한 빨리, 효율적으로 출판 과정을 밟고 싶어 찾은 곳이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모임이기도 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흔치 않다. 서로가 쓴 글을 꼼꼼히 읽어 주고, 상대방의 독립출판물 기획안을 들어주며 "와 너무 좋아요, 책 나오면 꼭 살게요." 하는 칭찬의 말들을 주고받는 자리는 드물다. 독립출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워크숍을 수강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친구들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당신의 창작욕을 온전히 이해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딴짓 매거진 외에도 독립출판물 기획/제작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하는 곳은 많다. 대부분의 독립출판물 서점에서 매월 또는 매 분기 워크숍을 진행한다. 실제 인쇄, 유통, 홍보에 대해 유용한 팁을 얻을 수 있고, 제작 과정에서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질문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과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제작자'/'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키워갈 수 있다.


https://blog.naver.com/ddanzit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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