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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자전거 국토종주_이틀

by 조융한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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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을 맞춘 네 시에 눈을 떴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몸은 천근만근이었고

오른쪽 무릎이 구부릴 수 없게 아팠다.


밖은 아직 캄캄했다.


오늘은 어제 못 간만큼

더 가야한다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일어나 샤워를 하고

파스 반 통을 무릎에 뿌렸다.


밖으로 나왔지만 근처에 문을 연 식당이 없었다.

편의점에서 라면과 빵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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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안개로 가득했다.


숨을 쉴 때마다

내가 뱉은 입김 때문에


안개가 더 짙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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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통이 끔찍했다.

자전거에 앉기가 두려웠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사타구니를 삽으로 파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오른쪽 무릎의 통증으로

일어서서 탈 수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어제 낭비한 시간을 메꾸려면

오늘 이화령은 넘어야 했다.


못해도 15시간 정도는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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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길이었지만

비포장 도로에서의 안장통은 몇 배 더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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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에 종주 코스를

구체적으로 숙지해두지 않았다.


그냥 '표지판을 따라가면 되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생각없이 페달을 밟는데,

이 다리 끝에 '강원도 원주' 라고 써 있는 표지판이 보였다.


강원도를 지난다는 걸

이때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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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를 따라 펼쳐진

모든 길이 예뻤다.


하지만 안장통 때문에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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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울면서 달렸다.


비내섬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바로 옆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몸과 멘탈이 모두 만신창이였지만,

맛이 없었다는 건 똑똑히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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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벌써 세 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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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충청도였다.


충주 탄금대 산책로가 너무 예뻤다.

여기에 살고 싶을 정도로.


무릎 보호대와 자전거 젤커버를 사기 위해 시내를 헤맸지만,

사십 분 정도를 낭비하고 약국도 못 찾았다.


할 수 없이 그냥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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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통은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뜨거운 철가루가 사타구니 살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오른쪽 무릎의 때리는 듯한 통증이 심해졌고,

왼쪽 아킬레스 건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새로 생겼다.


로드 자전거를 탄 두 명의 라이더가 나를 추월했다.

몇 초만에 그들은 내 시야에서 보이지 않았다.


내 자전거가

장거리 라이딩에 부적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이때 처음 했다.


차체가 무겁고,

안장이 딱딱하고,

서스펜션도 없었다.


힘이 빠지고 눈의 초점이 흐려졌다.

페달을 밟는 속도가 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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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해를 완전히 이길 때쯤,

수안보 온천에 도착했다.


2015년 2월 19일 목요일 일곱시 반.

'설날'이었다.


온 가족이 함께 놀러온 인파들로

거리가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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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을 잡고 저녁을 먹었다.


편의점에서 붙이는 파스와 뿌리는 파스를 샀다.

무릎과 아킬레스 건의 통증이라도 달래야 했다.


이대로라면 생각했던 것보다

완주가 훨씬 오래 걸릴 것 같았다.


적어도 토요일,

아니 일요일까지는 끝내고 싶었다.





맥주 한 캔과 초콜릿으로 피로를 달랬다.


내일은 이화령을 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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