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경기도 안산시 수암동,
안산 중학교 '김재경' 영어 선생님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공재경' 학생을 유독 예뻐하셨더랬다.
학교에서 이름이 같은 아이들끼리 유독 친해지는 걸 볼 수 있다.
이지은과 박지은, 최민지와 김민지, 조민호와 권민호, 김유정과 최유정 등등.
'Lawrence' 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중에는 유난히 변호사(Lawyer)가 많고,
'Dennis' 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중에는 유난히 치과의사(Dentist)가 많다고 한다.
이런 '이름 유사성' 효과에서 알 수 있듯이 이름에는 뭔가 특별한 힘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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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름이 아니어도 괜찮다.
직업이든 직책이든, 일단 비슷하기만 하면 우리는 쉽게 동질감을 느낀다.
심지어 '발음'이 달라도 그 '의미'만 같으면 된다.
우리나라 [농부] 와 미국의 [farmer], 우리나라 [배우] 와 미국의 [actor] 처럼.
혈연과 학연을 포함한 내집단 편향은
인류 보편적인 뿌리 깊고 본능적인 현상인 듯하다.
그렇다면 세상 모두의 이름이 똑같다면 어떨까?
이탈리아, 스페인, 잠비아, 마오리족, 투루카나족,
전세계 80억 인구의 이름이 전부 '조융' 이라면...?
엄마도 조융, 아빠도 조융, 할머니도 조융, 할아버지도 조융, 옆집 친구도 조융, 친구 아빠도 조융, 아빠 친구도 조융, 학교 선생님도 조융, 의사 선생님도 조융, 택배 아저씨도 조융, 여자친구도 조융, 국민 엠씨도 조융, 국민 여동생도 조융, 아프리카 세살배기도 조융, 소말리아 해적도 조융, 조융조융조융...
뭔가 이상하지만 세상 사람 모두가 '조융' 이라면, 서로가 서로에게 깊은 동질감을 느끼게 될까?
단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가족을 대하듯 이웃을 대하고 친절한 미소를 건네게 될까?
말도 안되지만 이렇게라도 세상이 더 친절하고 편안한 곳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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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미 세상 사람들의 이름은 전부 똑같다.
지역마다 발음은 다르지만 그 의미는 정확히 같다.
세상의 모든 사람 전부는 스스로를
'나'
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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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하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