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관님 집행관놈
끔찍하다 아니 끔찍했다.
열쇠기사로 하여금 강제로 출입문을 열게 하자 내부에서 악취가 심했다.
예전에 부패한 사체를 검시했을 때 맡은 냄새와 비슷했다.
혹시, 거주하던 임차인이 고독사 한 것인가...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채권자(집주인)가 세 놓은 주거용 오피스텔 내부로 들어가니, 개 3마리가 싸놓은 똥과 오줌 등으로 거실은 물론, 안방 바닥, 침대 위, 화장실까지 역겨운 냄새가 진동 했고,
안방 화장실과 거실 화장실은 새까만 때가 덕지덕지 붙어 청소를 해도 벗겨내기 힘들 정도라 구역질이 났다.
개 배설물 외에 임차인 K가 벗어놓은 신발과 브래지어, 입었던 팬티 등 속옷, 일상복들이 현관이나 거실, 방을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로 너저분하게 널려, 아니 쌓여있었고,
열려 있는 붙박이장에는 명품 옷과 가방을 쑤셔넣어 잡풀 무성한 무덤처럼 삐죽삐죽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명품을 저렇게 험하게 대할 정도라면 속칭 짜가 명품인가 의심할 정도다.
"개 같은 년, 개만도 못한 년."
"강아지를 키우는 게 아니라, 완전히 강아지들을 학대하는 거지."
"나이도 젊은 아가씨가 어떻게 저렇게 사냐..., 저 강아지들은 무슨 죄가 있다고 저렇게 케이지에 넣어두고..., 천벌 받을 것 같으니."
집행에 함께 참여한 집주인은 집안에서 풍기는 냄새와 쓰레기로 가득한 집안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지 중얼중얼 욕을 해댔다.
집행사건 기록을 검토했을 때 임차인 K는 20대 후반 여성이었다.
집주인은 임차인 K가 10개월 동안 차임(월세)을 지급하지 않고, 관리비 마저 연체하자 계약 해지와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최고)를 했음에도 오피스텔을 비워주지 않자, K를 상대로 부동산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집행을 한 후, 부동산인도소송 판결을 받아 집행관사무실에 인도 집행을 의뢰하였고, 강제집행을 하기 전 K에게 자발적으로 집을 비우라는 인도집행 예고를 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다.
일반적인 주택임대차계약은 2 기분 이상의 차임을 연체하면 계약 해지를 할 수 있고, 임차인은 계약 해지가 되면 정산 후 남은 보증금을 반환받고 집을 비워줄 동시이행 의무가 있다.
집을 비워주지 않는 경우, 집주인은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세입자가 점유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거나, 명의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절차)을 진행한 후 부동산인도(명도) 소송을 진행하거나, 가처분과 동시에 부동산인도소송을 진행하여 판결을 받아, 집행관을 통해 강제로 내보내는 절차를 밟는다.
수회 인터폰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으나 응답이 없고 문도 잠겨 있어, 민사집행법에 따라 열쇠공을 통해 강제로 문을 열게 한 후 주거지로 진입하였고,
임차인 K가 주택을 점유하고 있다는 근거를 확인하기 위해 주거지를 수색하던 중, 식탁 위나 서랍에서 K 명의의 약봉투, K가 별도의 오피스텔을 임차하여 주거지로 사용하고 있는 임대차계약서도 있어 K가 점유하고 있음을 확인 하였다.
# 해당 주택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차인 K가 아닌 다른 사람이 점유하고 있을 경우, 집주인은 위 K가 임대차계약 당사자라도 집행을 할 수 없기에, 집행 전 위 K가 점유자라는 근거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며,
# 동산압류나 부동산인도집행은 채무자에게 사전 예고 없이 강제로 실시할 수 있는데, 그 근거는 민사집행법 제5, 6조에 따라 증인 2명(증인이 없을 경우,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나 경찰관 입회하에 강제 개문을 할 수 있음) 입회 하에 적법성 등을 확보한 후, 열쇠공으로 하여금 문을 강제로 열게 한 후 주거지 수색 등 강제집행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K가 점유하고 있음을 확인한 집행관은 채무자가 잘 볼 수 있도록 현관 중문에, '채무자는 2주 뒤 기한 내에 자발적으로 채권자에게 집을 비워주거나, 강제집행 취하서가 접수되지 않으면, 그 이후 사전 통보 없이 강제로 인도집행을 하겠다'다는 내용의 예고문을 부착한 후 그날 강제집행을 종료하였다.
"누구야, 사전에 연락이나 허락도 없이 내 집에 들어간 집행관놈이 누구야."
임차인 K가 중문에 부착해 둔 집행예고문에 기재된 집행담당 직원의 연락처를 보고 전화를 해왔다.
"강아지가 안방에서 탈출하여 거실로 나오지 못하도록 안방문을 닫아두고 나갔는데, 니 들이 안방 문을 열어두고 가는 바람에 강아지가 거실로 탈출한 후 이물질을 삼켜 죽다 살아났으니, 사과하고 배상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라고 욕설을 해댔다.
K는 집행관이 집행을 하고 간 뒤 강아지가 다쳤고, 이물질까지 삼켜 병원에 데리고 가 치료를 해서 죽다 살아났다며 흥분해서 전화를 한 것이다.
"고소를 하던, 손해배상을 청구하던 K 씨 마음대로 하는 건 좋은데, 집행할 때 건물 주인도 목격하였고,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봐 증인 2명도 참석시켜 강제집행을 직접 목격하여 집행과정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라고 하자, K는 '집행관 사무실로 찾아갈 테니 어디 가지 말고 딱 기다리고 있으라'라고 한 후, 집행관사무소로 찾아왔고, 민원인이 있는 사무실에서 큰소리로 욕을 하고, 책임자 나오라며 소리쳤다.
다른 민원인이 있어 집행관 사무실 안쪽으로 K를 안내하여 상담을 했다.
K는 손에 쥐고 있던 BMW 차량 키와 핸드백에 있던 벤츠 등 외제 차량 키 2개를 자랑스럽게 집행관에게 보여주고, 조만간 해운대해수욕장 근처에서 카페도 개업할 예정이라며 은근 부자임을 과시한 후,
"내가 돈이 없어 그 집에서 안 나가는 줄 아느냐, 집주인이 괘씸해서 월세도 내기 싫고, 관리비도 내기 싫어 안 낸다.", "앞으로도 그 집구석에서 나가나 봐라."며 소리쳤다.
집행관은 먼저, K의 말대로 그녀가 강아지를 안방에 두고 문을 닫고 나간 게 맞는지, 강아지가 다친 것이 맞는지, 어디를 어떻게 다쳤는지 물어보고 다친 것이 맞다면 안타까운 일이고, 많이 다치지 않았다면 다행이라고 위로를 표한 후, K가 화를 내뱉으며 하는 말을 30분 이상 경청하였다.
집행관으로서 정당한 직무집행이었고, 현장에 채권자인 집주인과 증인 2명도 있어 상황을 전부 목격하였기에 책임자 사과와 손해배상은 할 수 없음을 고지하였고, 강아지가 안방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방문을 닫아두었다고 하나 당시 방문 앞에 벗어둔 옷가지 등이 쌓여 있어 방문이 제대로 열리지도 않았었다.
K에게 다른 민원인들을 위해 사무실에서 퇴거하도록 부탁하였고, K도 오랜 대화를 통해 어 화가 수그러들었는지 "만약에 강아지가 계속 아프거나 죽으면 다시 집행관 사무소를 방문하여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겠다"며 겁을 주고 돌아갔다.
본인은 명품 옷과 액세서리를 폼나게 하고, 외제차를 몰고 다니면서도, 집안 구석구석 개 배설물과 오물, 입고 함부로 벗어둔 속 옷과 일상복, 청소할 수 없을 정도 때 낀 화장실 등 쓰레기집으로 방치해 두어 집주인에게 피해를 준 것은 사실이었고, 강아지 2마리는 케이지에, 나머지 1마리는 안방에 가둬둔 것은 엄연히 동물학대임에도 사무실까지 찾아와 항의를 하고 가는 것은 염치가 없는 것은 아닌지 아이러니하였다.
그날 거실 서랍에서 발견한 K명의의 별도의 부동산임대차계약서, 쓰레기가 쌓인 집에 먹이만 주며 강아지 3마리만 방치된 사실 등을 종합해 보면, 임대인을 속 썩이기 위해 본인은 별도 임차한 주택에서 거주하고, 집주인의 오피스텔에는 강아지 3마리만 키운 것으로 쉽게 추정할 수 있었다.
어느 날 공자(孔子)가 길 옆에서 대변을 보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孔子는 그에게 다가가 꾸중하자, 대변을 본 그 사람은 부끄러워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도망쳤다
며칠 뒤 이번에는 길 한가운데에서 대변을 보는 사람을 만났다.
그러나 孔子는 제자들에게 저 사람을 피해서 가자고 했다.
"선생님, 어찌하여 길 가운데에 똥을 싸는 저 나쁜 놈은 피해서 가자고 합니까?
저 놈은 이전에 길가에 똥을 싼 놈보다 더 나쁜 놈인데요."
이에 공자가 답하기를, "저 놈은 아예 양심도 없다. 길가에 똥을 싸는 자는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양심이라도 있으니 가르치면 되지만, 아예 길 한가운데서 똥을 싸는 저 놈은 양심이라는 것조차 없어 보이니 어찌 가르칠 수 있겠느냐?"
천하의 공자도 양심이 없는 인간은 어찌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월세도 안 주고, 관리비도 안 내고, 집도 강아지 똥과 쓰레기로 방치한 게 누군데 집주인 탓하고 있어"
"직장을 은퇴하고 노후를 위해 오피스텔 하나 사서 월세 조금 받아먹고 사는데, 저런 세입자를 내보낼려니 소송도 해야 되고, 강제집행도 해야 되는 등 돈은 돈대로 들고, 집 값도 떨어져 팔리지도 않고, 정말 속 터져 먼저 죽겠습니다.",
"법은 특별법이니 뭐니 해서 임차인만 보호하지, 임대인의 권리는 하나도 보장해주지 않는 개 같은 법입니다."
푸념하던 임대인이 눈에 선했다.
"도둑놈이 몽둥이를 드는 적반하장."이나, "길 한가운데서 똥을 누는 놈."이나...,
이 말을 "역지사지"로 돌려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회가 되면 어떨까 여운이 남는 강제집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