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인이 유독 산티아고길에 많을까

13일차, 벨로라도

by 걷는수달


어제 머물렀던 산토도밍고까지 리오하Rioja 주가 끝나고 이제 카스테야이레온Castilla y Leon 지방으로 접어들게 된다. 카미노를 걸으며 총 4개의 주를 지나게 된다고 하는데 목적지인 산티아고가 속한 갈리시아주에 닿기 전까지는 이제 계속 이 지역을 걷게 되는 셈이다.

나바라와 리오하는 며칠 안걸렸던 걸 보면 새로 시작하는 지방은 굉장히 큰가보다. 위키를 검색해 보니 스페인에서 가장 큰 주라고 하고 유럽 전체로도 가장 큰 지자체에 속한다고 한다.


오늘 도착한 벨로라도는 이 카스테야이레온 주의 첫번째 마을. 순례길 위의 예쁘고 작은 마을이다. 마을 진입할 때 입구에 굉장한 벽화가 마주보고 순례객들을 맞아주었다.



이 마을에도 중심에는 광장이 있는데, 광장 한가운데는 멋진 나무그늘존을 조성해 놓았다. 잘 다듬어진 광장 중앙 나무그늘은 참 시원하고 운치있었다. 걸을땐 그렇게 비가 오더니 도착하니 활짝 개어버렸네. 광장의 나무그늘을 거닐면서 엄마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나무그늘 사이로 햇살이 드는 마을의 풍경을 보여드렸다. 엄마가 주로 저녁 이후로만 컨디션이 괜찮기 때문에 매일 한국 시간 9시 이후 즈음에 맞추어 전화를 하는 편이다. 여기 시간으로는 2시 이후이니 마을 도착하고 숙소 체크인하고 씻고 나면 시간이 딱 맞는다. (한국과 시차는 7시간)



햇살이 쨍하니 신발 말려야지! 하루 종일 고생한 신발 겉면을 물티슈로 닦고, 오후의 뜨거운 햇살에 잠시 말려두면 살균 되는 느낌도 나고 기분이 좋다. 기다리는 동안 근처 동네 약국에 갔다. 물집 관리를 위해 중간에 보이면 하나씩 사라고 카미노 카페에서 사람들이 많이 추천했던 스페인 미니 바세린을 사면서 왠지 한국산 마스크팩도 발견해서 두어 개 사보았다.



숙소는 아늑하고 한가했다. 3층의 10명 쯤 수용 가능한 공간에 불가리아에서 온 친구하고 나밖에 없다. 저녁에는 다른 숙소에 머물던 마커스도 불러서 우리 숙소 1층의 휴게공간에서 함께 오늘의 메뉴를 사먹었다. 저녁은 미리 신청을 해 두면 숙소에서 인원수에 맞추어 준비하여 함께 먹는 시스템이다. 사진은 영 아니게 나왔지만 꽤 맛있었다.


저녁식사 중에 함께 식사하던 외국인 순례자가 한국 사람들이 왜 이렇게 산티아고길에 많이 오는지 물어보았다. 길을 걸으며 꽤나 자주 들었던 질문이다. 그간 대충 얼버무렸었는데 이번에는 왠지 좀더 정확히 대답해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응 나도 잘 모르지만 생각하는 몇가지 가설이 있어. 일단 한국에는 천주교나 개신교 신자들이 꽤 많은데 함께 그룹으로 많이 오시지. 그리고 몇년 전 티비쇼에서 유명 배우가 알베르게를 운영하기도 했고 유명 가수들이 함께 걷기도 했어. 그래서 이 길이 사람들 사이 좀더 유명해진것 같아.


자신있는 듯한 말투로 얘기했다만 사실 전혀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있다는걸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번한 기출문제에 대답은 필요하니 유용하긴 했다)

내가 걷는 이유도 정확히 모르겠는데 남의 이유까지 되도 않는 영어로 설명하기는 내공이 너무 딸린다. 그렇다고 한국의 삶은 너무 치열하고 팍팍해서 그런것 같아라고 둘러대기엔, 다른 나라라고 과연 그렇지 않다고 할수 있을까나?


한국 사람은 정말 많긴 하다. 순례길을 걷는 아시아인10명 중 9명은 한국인으로 생각될 정도다. 이렇게 많은 이유는 무얼까. 등산의 민족이어설까, 스트레스 가득한 사회인 만큼 개인들의 실행력도 높아서일까 아니면 여행과 위시리스트에 타국보다 진심이어서일까?

그러는 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을까.


9월 30일 금요일 벨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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