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라도 쪽에서 부르고스 방향으로 가는 산을 넘으면, 넘자마자 산 후앙 데 오르테가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아마도 이 마을의 위인 혹은 성인인 성(San) 후안(Juan)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듯 하다. (검색해보니 그는 엊그제 지나온 마을의 성인 산토 도밍고의 제자로, 도밍고의 뒤를 이어 순례길을 닦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마을 초입에 다다르면 바로 요 피자집(?) 겸 바르(bar) 겸 알베르게인 엘 데스칸소 데 산후앙이 나온다. 산길을 걷는라 지친 순례자들이 절대 지나칠 수 없는 길목!
아담한 롯지같은 느낌의 예쁜 집인데일반적인 바처럼 커피 맥주 와인 간단한 스낵류가 있고 더불어 식사로 먹을 수 있는 피자를 구워서 판다. (보통 바에서는 식사는 할수 없다. 간단한 빵이나 스페인식 계란찜 토르티야가 최대의 칼로리)
난 이런 스타일에 좀 약한가보다. 보자마자 바로 하룻밤 쉬어가기로 했다.
아스트랄한 개미 장식,
예쁜 마당에 울려펴지는 음악,
자세히 보니 삼성 사운드바를 대충 걸쳐놓은 음향시스템.
입구는 발이 쳐져있고 내부는 나무 재질의 소박한 바.
유튜브 알고리즘을 그대로 재생시키는지 뜬금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보첼리 노래와 살짝 헐렁하신 주인장, 그때그때 좋은걸 하나씩 추가한것 같은 일관성 없는 내부 장식물까지 넘나 내스타일이다. 난 왠지 이런 약간은 일관성 없고 세련되지 않고 덜 정리되었지만 뭔가가 정성스레 퇴적된 가게가 좋더라.
심지어 침대 머리맡에는 벨라스케스 그림 액자까지 있는데 무려 퍼즐을 맞춘거였다!
갬성 완전 완벽하도다.
그리고 점심으로 먹은 매운 피자와 샐러드.
맛있었다.
마을엔 산후앙의 묘지겸 수도원하고 작은 예배당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새들이 피자바에 남은 빵쪼가리 먹으러 열심히 날아오고, 저 멀리선 염소들이 돌아다니고, 한쪽편에서는 닭들이 돌아다닌다. 마을 주민들보다 동물들이 더 많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참 정겹다.
그렇게 오늘도 겪어본적이 없는 것에 대한 향수와 함께, 참 한적한 마을에 평화을 느끼며 저녁으로 피자 한판을 더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