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토리가 기본이라고 보면 됩니다. 대부분 2층 침대 이고, 한 방에 최소 4인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화장실 샤워실도 공용으로 쓰게 되구요. 공립 알베르게는 커다란 공간에 40명 이상이 머무는 곳도 많이 있어요. 사립 숙소도 기본은 도미토리이고 2인실이나 1인실을 운영하는 곳도 있어요. 물론 2인실 1인실은 요금이 조금 더 비쌉니다. 숙박비는 공립은 10유로 정도, 사립은 하루 10 ~ 20유로가 평균적인 가격이었던 것 같아요. 코로나 전에 비해 비싸진 가격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아주 싸죠.
2. 잠은 잘 오나요?
아무래도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불편한 침대에서 머물게 되니 처음에는 낯설어서 잠이 잘 안오지만, 며칠만 걸으면 피곤해서 바로 기절하게 됩니다. 다만 나를 포함하여 방에 있는 누군가는 분명히 코를 골 것이기 때문에 일찍 잠들 자신이 있다면 먼저 잠들어 버리는게 승자?
3. 숙소에서 난감한 상황은?
2층 침대 배정받았는데 안전바가 없을 때.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지만 떨어질까봐 조마조마해서 선잠을 자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누군가는 코를 곤다지만 그분이 너무 심하게 거대한 소리로 코를 골 때.
4. 숙소 예약이 되나요?
됩니다. 가장 편한 방법은 부킹닷컴에서 검색해서 예약하는 거에요. 저도 예약이 필요한 경우에는 거의 부킹닷컴을 썼어요. 전화도 된다고 하지만 영어로 전화하기도 부담스럽고 스페인어도 못하기 때문에... 예약을 하면 그날 갈 숙소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마을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아볼 마음의 부담 없이 편하게 걸을 수 있어요. 한편, 숙소 예약을 하지 않으면 그날 도착할 마을을 정하지 않고 걷고 싶은 만큼 걸을 뒤 자유롭게 마을과 숙소를 정할 수가 있죠.
5. 공동 숙소가 아닌 곳도 있나요?
네 물론이죠. 사립 알베르게는 1인실 2인실을 함께 운영하는 곳도 있고, 화장실이 딸린 독방 숙박이 가능한 숙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여정 내내 공동 숙소 생활하는 것도 고되기 때문에 대도시에 머물 때나 가끔 혼자만의 휴식이 필요할 때는 독방 숙소에도 종종 머물렀어요. 그래도 와글와글하고 부엌도 있는 그런 숙소에 머무르는게 조금 더 카미노스럽달까?
6. 다음에도 꼭 선택할것 같은 숙소는?
론세스바예스 공립 - 피레네를 넘어 머무르게 되는 여기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하지만 시설도 쾌적하고 전통도 최고인 알베르게. 신입생 연수원같은 기분이 드는 곳이고 여기서 만난 친구들은 카미노 동기같은 생각이 듭니다.
팜플로나 공립 - 론세스 공립이랑 비슷하게 카미노 초반의 상징적인 장소 같아요. 여정 초반에 사람들이랑 처음으로 대도시에 와서 좀 신나기도 하고 친해지기도 하는 장소.
나헤라 공립 - 시설이 다소 노후되고 한 50명 들어가는 전형적인 공립 알베르게. 휑한 창고같은 공간에 침대를 때려박아 놓고 공기도 퀴퀴하니 그런데 왜 편안하게 잠이 잘 올까?
산볼 알베르게 - 메세타 한복판에서의 하룻밤과 그 다음날 아침 드넓은 황무지의 깜깜하고 아무것도 없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곳. 그런데 이번에 걷다가 보니 산볼 지나서 평원 한복판에 숙소가 하나 더 생긴 듯 하여, 이제 산볼 외에도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듯 하군요. 찾아보니 이름은 Albergue Fuente Sidres
까리온 데 로스꼰데스 산타마리아 알베르게 - 수녀님들이 하시는 곳으로 매우 순례자 숙소다운 곳. 순례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어 함께 모여서 이야기하고 노래하는 시간이 있는데 적당히 조용하면서 너무 엄숙하지도 않고 좋아요.
레온 Hotel La Posada Regia - 레온의 중심가 한가운데 있는 오래된 호텔. 위치도 좋고 건물이 오래되서 삐뚤빼뚤한 유럽호텔만의 매력이 있어요.
라바날 델 카미노의 라면 김치 파는 알베르게 - 여기서 김치를 못먹다니 억울해서 다시 가야함. 근데 사실 라바날에는 이제 수도원 알베르게를 운영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수도원 쪽을 시도해보는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네요.
폰페라다의 Guiana Hostel - 시설이 엄청 깔끔하고, 1층의 공용공간도 매우 넓직하고 시원해요.
멜리데의 알베르게 아라이고스 - 사립 알베르게 이지만 사장님이 예전에 카미노를 걷고 와서 무척 카미노스러운 느낌이 살아있는 곳.
정리하고보니 아예 대형 공립이거나 수도원/수녀님 운영하는 곳 또는 아예 쾌적한 사립이 보통 인상깊은 숙소 경험이었던 듯 해요.
7. 큰 도시 외에 기억에 남는 좋은 마을은 어디인가요?
아스토르가, 까리온 데 로스꼰데스, 오세브레이로가 가장 기억에 남고 라바날 델 카미노, 폰페라다, 에스떼야, 산토도밍고, 포르토마린도 혹시 타이밍이 된다면 다음엔(?) 연박을 고려할 만 할 것 같아요.
연박까지는 아니지만 스쳐 지나가서 아쉬웠던 마을은 카스트로헤리스, 아헤스, 폰세바돈, 비아나, 엘아세보 정도가 생각이 나고 이런 마을은 하룻밤 머무르고 가도 괜찮을 듯 해요.
8. 기억에 남는 깡촌은 어디인가요?
로스아르코스, 보아데야 델 카미노, 칼자디아 데 라 케자 등. 메세타 길에는 특히 엄청 작은 마을들이 꽤 있는데 정말 작은 마을들은 슈퍼나 식당을 찾기도 어려운 경우도 있어요.
9. 카미노 중 마주치는 대도시들은 어떤가요?
팜플로나 - 오래된 고성과 전형적인 스페인스러움, 관광지 스러움이 있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초반에 만나게 되는 곳이라 대도시 중 유일하게 연박을 하지 않았군요.
로그로뇨 - 단연 최고의 핀초스를 만날 수 있는 왁자지껄한 멋진 먹자골목. 도시가 정감도 있고 언젠가 스페인 여행 하면 핀초스 먹으러 또 찾아가고도 싶은 곳.
부르고스 - 엄청나게 크고 멋있는 대성당과 시원스런 광장이 기억나는 곳.
레온 - 어쩌다 보니 4박이나 해서 정이 든 도시. 뭔가 혼란스러운 듯 한데 재미도 있는 곳. 순례자들이랑 삼겹살을 즐기는 공쌤이 계시는 곳.
10. 기념품을 사기 좋은 곳은?
단연 산티아고. 일단 도착해서 짐이 늘어나는 부담이 없고 기념품 가게도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순례길 중이라면 기념품을 가급적 사지 않는게 정답이지만 혹시 맘에 쏙 드는 것을 발견하면 다음이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담아야죠. 폰페라다, 부르고스같이 비교적 규모가 있는 도시들이 기념품 상점이 괜찮았어요.
묵주나 성당 기념물은 산티아고에도 많이 있지만 너무 관광지스럽고, 라바날 델 카미노의 예배당 상점이나 사하군 수도원의 상점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특히 사하군 수도원 상점에서는 유명하다는 반지를 사야 한다는데, 순례길 공부를 영 하지 않고 온 저는 사하군도 들르고 수도원 상점도 들렀지만 멀뚱하게 나온 뒤 반지 이야기는 산티아고에 도착해서 뒤늦게 듣고 말았죠...
11. 만약 생장 외의 시작지점을 선택하라면?
론세스바예스 - 피레네만 넘지 않을 뿐 사실상의 시작점 같은 곳인데, 겨울 등 피레네가 위험하다면 여기 시작도 나쁘지 않을 듯.
부르고스 - 멋진 도시고 고생길 메세타의 시작점. 하지만 여기서 시작하면 도시를 빠져나올 때 부터 좋지 않은 인상에 메세타 황무지를 바로 마주치기 때문에 초반이 안좋을 거에요. 고진감래 메타랄까?
아스토르가 - 복잡한 레온보다 시작지로서 나을수 있을 것 같아요. 메세타가 완전 끝나는 곳이기도 하고, 성당이랑 가우디 건축물을 보면서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 듯.
오세브레이로 - 최소 100km 순례 인증을 받기 위해 사리아부터 걷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틀 정도 여유가 더 있다면 사리아보다 훨씬 나은 시작점이지 않을까 싶은 곳. 카미노를 재발견한 신부님 동상도 보고 홀리한 순례자 미사와 아름다운 내리막으로 길을 시작하면 스토리도 괜찮군요.
12. 기억에 남는 멋진 성당이라면?
부스고스 대성당, 아스토르가 대성당, 산토도밍고 대성당
13. 산티아고 이전 마을 성당에서 감동적인 미사와 기도시간은 언제 어디서였나요?
대부분의 순례길 마을에는 마을 성당이 있고, 저녁 미사시간에는 순례자들을 위한 기도를 해 줍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 참여해 보면 마음이 차분하고 편안해져요. 아래 네 군데의 미사가 기억에 남는군요.
오세브레이로 - 순례자들 각국의 언어로 기도하는 감동적인 시간
까리온 데 로스꼰데스 - 한참 고생중일 때 그저 홀리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
라바날 델 카미노 - 그레고리안 성가 비슷하게 노래로 기도해 주시는 한국인 신부님을 만날 수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