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낮잠이었다
동그랗게 몸을 말아 조그맣게 잠이 들었다
그러다 잠에 갇혀 버렸다
오랜만이라서 그랬을까, 조그맣게 잠들어서 그랬을까,
잠이 너무 세게 나를 잡는다
방은 낯선 공간으로 몸을 바꿔
어지럽게 나를 휘감아 조이고
알 수 없는 존재가 검은 그림자로 내 주변을 맴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어
버둥거리지 못하는 발버둥을 하느라 등이 땀에 젖는다
깨도깨도 끝없이 잠 속인 엉켜 버린 공간에 완전히 갇혀 버렸다
공포다, 그런데
등에서 느껴지는 조그많고 따뜻한 호흡
내 늙은 개의 작은 호흡과 체온이 나를 부른다
온통 부서져 나를 둘러싸고 있던 낯선 공간은
차츰 흔들림을 멈추고 가라앉기 시작한다
꼼짝할 수 없었던 몸에 조금씩 힘이 들어간다
눈이 떠지고
드디어 낯익은 풍경
등에 느껴지는 작은 것을 돌아본다
아, 따뜻하다
눈이 뜨겁다
2019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