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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Sep 02. 2019

주 6일 출근하는 엄마의 해외여행

엄마는 주 6일 출근에 연/월차가 없는 직장인이다.

'놀토'를 거쳐 토요일에는 쉬는 것이 그리 특별하지 않고 최근에는 주 52시간 근무의 법까지 생긴, 휴일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엄마는 평범한 듯 결코 평범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직장인인 것이다. 아니 주 6일도 심한데 연차가 없다니. 행이 가고 싶어 지면 "팀장님, 저 이 날 연차 써도 될까요?" 당연히 되지만 예의상 물어보고 쓰는 그런 휴일이 아예 없다니. 나라면 애초에 지원도 안 할 회사를 엄마는 나의 총 사회생활 경력까지도 훌쩍 넘길 만큼 오래 다니고 있다. 그런 엄마의 사회생활로 인해 1박 이상의 가족과의 해외여행은 많이 간다고 해봐야 1년에 딱 한 번이다. 사가 정한 휴일, 토/일을 포함해 딱 3박 4일. 올여름에도 그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여행을 하면서 딱히 엄마가 희귀한(?) 해외여행을 하는 만큼 요란스럽거나 웃기만 하고 행복해 보였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기분이 안 좋은 것도 아니지만 그냥저냥 우리들의 여행 중 모습과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먹을 때 맛있네-짜네-별로네- 여전히 모든 음식에 맛 평가를 하시고, 힘들면 가이드인  탓을 하고 예상했던 엄마의 모습 그대로였다. 누구의 가족이라도 비슷할 평범한 가족여행이었다.

그런 여행에서 딱 한 번 엄마에게는 이 여행이 특별하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 해안을 따라 달려 한국의 지하철과 똑같은 전철의 창 밖으로 보이는 푸른 바다의 풍경을 엄마가 휴대폰 사진으로 남기는 그 순간. 다리가 약한 편이라 여행 중에 앉을 수 있으면 틈틈이 앉는 엄마는 빠르게 움직이는 전철 밖 풍경을 휴대폰에 잘 담아보려고 자리에서 일어나 열심히 휴대폰 액정에 손을 댔다. 그 모습은 직접 보지 않으면 다 헤아릴 수 없지만, 엄마가 이 여행을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지가 보이는 순간이었다.

사실 나는 여행 준비에 설렘은 없었다. 출장 외에도 여권에 도장을 꽤 자주 찍었고 무엇보다 그 여행의 가이드가 나였기 때문에 여행을 가기 전부터 피곤하고 힘들었다. 

그런 사적이기보다는 일에 가까운 감정이 눈 녹듯이 사라진 것은 그 순간쯤이었던 것 같다. '엄마가 저렇게 또 일어서서 사진을 남기는 모습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내년에도 어딘가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엄마의 모습은 첫 나 홀로 여행의 순간을 생각나게 하는 모습이었다. 초심에 가까웠으니까. 생각해보면 나는 가이드하느라 잘 눈치채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나라면, 국내여행을 포함해도 일 년에 2박이상의 여행을 세 번을 할까말까 한 손 안에 꼽는 사람이었다면 매년 초심의 마음으로 여행을 했을 것 같다. 다녀오면 내년에 가야 하니까. 말이 내년이지 다시 D-365를 세야 하니까.

심지어 여행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365일은 결코 빨리 가지 않을 테니까. 마음도 달력도.

나는 그런 상황을 언제나 끔찍하게 생각하지만 엄마는 내가 끔찍하게 생각하는  현실 속에 살고 있다.




"엄마 그냥 주 5일제 회사로 이직하면 안 돼?"

"이 나이에 어딜 이직해. 식당 일 밖에 못 해."

일요일 24시간, 그중에서도 잠을 자는 시간을 빼면 최소 8시간이 빠지는 짧은 시간을 쉬고 내일 출근을 준비해야 하는 직장인의 삶을 가진 엄마는 과연 얼마나 더 많은 곳을 여행할 수 있을까.

퇴사를 한다 쳐도 100세 시대인 지금 절반을 달려 이제 여행 중 "좀만 쉬었다 가자", "몇 분 남았어?"라고 자주 묻는 엄마랑 나는 과연 얼마나 앞으로 더 우리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만을 일정에 넣어 다니는 자유여행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그냥 엄마한테 돈 아끼지 말고 좋은 곳 가자고 툴툴대지만, 엄마는 매번 경비에 예민하다. 이게 기댈 곳 있는 철없는 20대 딸과 집안을 책임지는 엄마의 차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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