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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Sep 12. 2019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의 한마디

쟤는 것이 많아지고 겁이 나면 나이 든 거래

내가 언제나 응원하는 친구는 해외에서 일을 하고 있다. 디즈니랜드에서 일하고 싶다 말했던 친구는 진짜 해외취업의 문을 두들기더니 해외에서 일하게 되었다며 그렇게 정말 한국을 떠났다.

카톡으로나 안부를 주고받던 시간이 흐르고 최근 그 친구가 한국에 잠시 들어와 반가움이 묻어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나) "나도 대학생 때로 돌아가면 중국으로 유학 가고 싶다."

친구) "지금 가면 되지!"

나) "지금은 회사 다녀야 해서 안돼."

친구) "너 나이 들었구나!"

이게 바로 팩트 폭행이구나. 친구가 웃으면서 준 핀잔은 다 사실이었다. 올해의 나는 꼭 유학이 아니더라도 많은 것들을 따지고 있으니.


최근의 나는 첫 회사를 관두고 떠났던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자주 떠올린다. 그때 아니었으면 영영 못했을 일이라는 생각에 과거의 내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곤 하는데 정말이지 지금 혹시 퇴사를 해도 한 달씩이나 별생각 없이 140만 원 이상을 투자하며 제주도에서 맘 편히 지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자소서를 쓰며 경력을 어떻게든 빨리 이어보려 하지 않을까. 아니다 퇴사일 전에 타사에 이미 합격하려 할 거다.

제주 한 달 살기를 갔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몇 년 차이도 안 나는데. 120세까지 거뜬히 산다는 지금을 기준으로 치면 오히려 어린 건데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뭐가 그리 달라져 많은 것을 쟤게 된 것일까? 회사가 나를 이리 만든 것일까. 갖고 있는 것이 많아진 탓일까. 안주하는 삶이 좋아진 것일까.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이유일까.


그래서 요즘은 안정감을 벗어나 다시 맨 땅에 헤딩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 가장 존경스러움을 느낀다. 그만큼 그들을 응원하고. 정말 다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안정적이고 익숙해진 루틴을 벗어나는 행위는 공포감이 크니까. 그것이 설령 막상 벗어나면 별 게 아니었을지라도.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놓칠까 겁이 나 새로운 것을 하지 못할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 학생일 때의 난 생각했었다. 그런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 숱하게 다짐했건만 어쩌면 이미 어른이 되었을지도.


친구가 나에게 나이 들었다는 말을 한 후 며칠이 지났지만 나는 매일 그 말에 "아니야"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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