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공양 먹고 싶다'
며칠 전, 회사에서 문득 든 생각이다. 몇 시간 뒤 점심시간을 앞두고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다가 사찰음식이 먹고 싶어졌다. 사찰음식은 마치 한식 양식 일식처럼 음식 구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찰음식도 크게는 한식에 포함되지만 회사 근처 한식집으로는 충족이 안 되는 맛이라 평소에 이렇게 생각나면 참 곤란하다.
템플스테이를 하기 전에도 공양이라는 단어는 어디선가 주워 들어 익히 알고 있었다. 절에서 스님들이 드시는 식사라는 사전적인 의미 외에도 '단무지로 씻어서 남는 음식을 다 드신다'거나 '물을 부어 마신다'는 호불호가 극히 갈릴 수 있는 방법의 식사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실제로 첫 템플스테이를 신청했을 때 그런 식사를 경험하게 될 거라 생각했으니까. 비위가 없는 편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아직도 템플스테이 얘기를 꺼내면 지인들은 물어본다.
'진짜 단무지로 다 씻어 먹어?'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대다수의 사찰이 공양간에서 뷔페식으로 식사를 한다. 자신이 담은 음식만 다 먹으면 되고 무엇보다 단무지로 그릇을 닦아 먹지 않는다. 스님과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앉는 구역이 분리되어 있거나 먹는 시간대가 다르기는 하지만, 스님도 템플스테이 참가자도 가끔은 일반 관광객도 동일한 메뉴를 동일한 접시에 담는다. 넓은 접시에 국 밥 그리고 반찬을 먹을 만큼만 담아 먹는다. 경험상 단무지는 지금까지 반찬에도 나온 적이 없다(만약 전통적인 발우공양을 체험하고 싶다면 서울 은평구의 진관사 등 발우공양을 체험할 수 있는 사찰을 찾아 예약하면 된다).
공양간은 생각보다 친숙하다. 회사 구내식당 같기도 작은 한식뷔페집 같기도 하다. 단지 먹는 소리 외에는 들리지 않는 경건한 분위기와 아무도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만 다르다. 공양간에는 대부분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곳이 없다. 다 먹고 스스로 개수대에서 설거지 후 정리까지 해야 하는데 음식물을 버릴만한 곳이 없어 무조건 받은 건 다 먹어야 한다.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딱 한 곳만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한정으로 잔반을 버리는 곳을 마련해 주셨다. 단무지는 없지만 단무지가 의도했던 절약 정신은 그대로 있는 거다.
사찰음식은 집밥보다도 간이 약하고 재료 본연의 식감을 살리는 반찬이 주다. 음식의 결과만 두고 보면 싱거운 음식이 사찰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땡. 사찰음식은 '과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찰에서는 요리 또한 수행으로 본다. 식재료가 오는 것부터 재료의 각 부위를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과정 모두 자연과 먹는 사람을 연결 짓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7년 사찰음식에 대한 한 다큐멘터리로 전 세계적으로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 다큐멘터리에서도 음식이 우리 앞에 놓이는 과정이 주로 언급되는데 시청자들이 그 대목 때문에 사찰음식에 더 큰 호기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사람 생각은 다 똑같나 보다.*백양사의 정관스님은 다큐멘터리에서 비와 바람 햇빛 그리고 뜨거우면 뜨거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다 자란 그런 식재료를 가지고 만든 것이 사찰음식이라 말씀하신다. 실제로 어느 사찰이든 공양간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온갖 욕심을 버리고서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삼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이 음식을 받습니다.]
그저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을 보고 '맛있겠다!' 허겁지겁 먹기 바빴던 성급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어 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생각하면서 먹는 식사라니. 항상 공양간에서는 먹기 전에 속으로 이 문구를 따라 읽고 합장 후 식사를 하게 되는데, 사찰음식을 음식 이상으로 보게 되는 시간들이다.
전시나 건축물 등을 볼 때 그 역사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보면 훨씬 오래 기억에 남고 볼 때도 더 많은 것들이 보인다. 사찰음식도 마찬가지다. 맛 이상을 알게 되면서 파스타나 피자보다 더 애정 하게 됐다.
*정관스님과 함께 하는 공양은 백양사 템플스테이에서 실제로 경험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