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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Apr 30. 2024

[#11. 단상집] 중동의 문턱에서

중동의 향이 나기 시작했다

1.

여행하면서 일부 도시는 가기 전부터 걱정한다. 대체로 치안이 안 좋거나 사기가 유행하는 게 이유다.  그리스 아테네가 그랬고 지금 있는 터키의 카파도키아도 오기 일주일 전부터 잘 찾아갈 수 있을지부터 걱정했다.

그 걱정들이 무색하게 아테네는 내가 사랑하는 도시가 됐고 카파도키아도 별 일 없이 잘 여행하고 이스탄불에 왔다.

걱정이 있을 때면 '이럴 거면 뭐 하러 여행을 하나. 그냥 집에 가서 편하게 이직 준비나 하지'싶다.

그런데 또 막상 새로운 도시에서 낯선 풍경을 볼 때면 '살아있는 게 이런 거지!' 기분이 맑아진다.

그래서 지금까지 돌아다니고 있나 보다! 결국엔 잘 해내서.

'계속 세계여행을 지속하는 이유가 있긴 있구나'

이스탄불을 돌아다니면서 생각했다.


2.

이스탄불의 시작은 썩 좋지 않았다. 카이세리 공항에서 항공권을 잘못 샀다는 걸 알게 됐고 부랴부랴 항공사 사무실에서 변경해 저녁 도착 비행기를 타고 왔다. 공항에 오전 9시에 도착했는데 졸지에 오후 6시 비행기를 타게 됐다.

피로한 채로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해 시내 가는 공항버스를 타려고 버스 앞에서 운전기사한테 카드를 줬는데 데 기사가 "NO!!" 소리를 질렀다. 카드가 안 되면 안 된다고 평온하게 말하면 되지 왜 고함인지. 인종차별이야 여성차별이야 뭐야. 피곤한데 시비까지 거냐며 빨리 숙소 가고 싶은 마음을 가진 채로 자리에 앉았다. 역시 이스탄불은 시끄러워- 생각했다. 모두가 친절하고 조용했던 카파도키아가 그리워졌다.

이스탄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바뀐 건 호스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할 때다. 리셉션 사장님(으로 추측된다)이 너랑 똑같은 사람이 오늘 오전에 체크아웃했다며 한국인은 왜 다 얼굴이 쌍둥이냐고 물었다. 카파도키아 호스텔에서 같은 방을 쓴 서양인도 똑같이 말하더니. 얼굴 인식하면 똑같아서 다 풀릴 거라고 열변을 토하는 사장님 모습에 웃음이 났다.  캐리어를 들어주겠다고 해서 무겁다고 들지 말라고 했더니 "쇼핑할 때 매번 이 정도는 들어" 너스레를 떠시더라. 캐리어가 18kg 나왔던데 사장님도 참.

호스텔 사장님 외에도 마트 케밥집 길거리를 걸으면 웃으면서 인사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밝고 상냥했다.

사람 때문에 받은 우울함을 사람으로 치유하고 있다. 이스탄불이 마음에 든다.


3.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이제 세 국가만 남았다. 모두 중동이다. 인생 첫 중동. 긴장된다. 익숙함이 그리운 시점에 이렇게나 낯선 땅을 가다니. 타이밍도 대단하다.

흥정의 나라들을 잘 여행할 수 있을지! 지금껏 여행한 경험들을 총동원해서 헤쳐 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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