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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면서 긴 여정을 지속하는 이유를 생각하고 있다. 적지 않은 돈과 시간. 굳이 하는 고생. 모니터로도 다 볼 수 있는 곳들을 굳이 이렇게 많은 것을 감수하고 소비해서 가는 이유를 생각한다. 단번에 명료한 몇 가지가 나올 거라 기대하지는 않지만 다닌 도시가 늘어날 때마다 '아마 이래서 가는 것 같아'라며 몇 가지가 떠올랐다. 나에게만 해당될지 모를 여행의 이유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풀어 정리해야겠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내가 여행으로 삶을 완성하고 싶은 이유를 잊지 않도록. 그런 삶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걸 상기시켜 주는 글을 따로 풀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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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상들은 이탈리아 로마와 피렌체에서 나눠 쓰고 있고 이 글이 발행되는 시점에는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도시, 베네치아로 넘어가 있을 거다. 가는 나라마다 큰 감동을 받고 있고 언제나 기대 이상의 모습들이라 이제 표현하는 것도 진부해졌다만, 이탈리아 또한 좋아하는 나라가 됐다(또?).
물론 이탈리아에 있는 동안 즐거운 추억만 쌓은 건 아니다. '이건 책으로 펼쳐내고 싶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별의별 에피소드가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더니 그게 딱 내 꼴이다. 심지어 성수기 시즌에 들어서면서 대부분의 입장권과 교통권 가격이 두 배로 올랐다. 그럼에도 이탈리아에 대해 계속 호감을 쌓아가고 있다는 건 이탈리아 풍경이 보통 아름다운 게 아니라는 거다. 초록 빨강 하늘색의 총합이다. 어딜 가나 맑고 단정하다. 그리고 경쾌하다.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내 행복지수 또한 키가 날로 자란다.
특히 오랜 역사를 지닌 건축물들은 신기하다. 영국 런던 또한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건물들이 많지만 중세시대 그리고 르네상스가 주축인 이탈리아의 모습은 런던과 완전히 다른 역사의 산물이다.
작년 연말부터 유럽이란 유럽은 다 쑤시고 다니는데도 질리지 않으니 그건 훅훅 바뀌는 풍경들이 모두 사랑스럽기 때문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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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면서 당황스러운 일도 서러운 일도 화나는 일도 많이 만나고 있다. 그때마다 그 어떤 것에도 기댈 수 없다는 게 함께 의논할 사람이 없다는 게 여행 초반이었던 작년에는 서글펐다. 이렇게까지 여행을 해야 하는 걸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여행뿐만 아니라 인생이 애초에 그렇다는 것을 계속해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상황을 마주하면서 배웠다. '인생은 혼자 사는 것'라는 말은 이런 의미에서 태어난 말이겠구나 알게 됐다. 짜증도 낼 수 있고 울 수도 있지만 어차피 모든 상황의 마무리는 내 태도에 달렸음을 이번 여행을 통해 반복 학습하고 있다. 그리고 짜증과 해결의 시간차가 많이 짧아졌다는 걸 이번 주에 알게 됐다. 어차피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걸 이제 머리도 마음도 인정한 듯싶다(그렇다고 짜증을 안 내는 건 아니다. 혼잣말을 어찌나 많이 했는지. 한국어로 혼자 투덜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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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상집 메인 사진은 갓 나온 사진이다. 어제 친퀘테레의 다섯 개 마을 중 세 개의 마을을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그중 마지막으로 갔던 '리오마조레' 사진.
사진으로 봤던 곳을 실제로 왔다는 게 유독 신기했던 장소다. 내가 이 구도의 풍경을 보다니! 어떤 장소는 오히려 사진으로 많이 봐서 감흥이 덜하기도 한데 친퀘테레 마을들은 대체로 신기함에 가까웠다. 그만큼 직접 볼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알록달록 귀여운 것 이상으로 감탄하게 되는 요소들이 많았다. 친퀘테레에 대해서도 콘텐츠 하나를 잘 만들어야지. 나중에 그림으로도 그려봐야지. 요목조목 모든 조각을 오래 기억하고 싶은 친퀘테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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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 한국에 있지 않아서 아쉬운 점 세 가지.
곧 인생영화 - 국내 편에 들어가는 <범죄도시4>가 개봉한단다. 하지만 극장에서 못 볼 예정.
곧 현시점 가장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인 <최강야구> 새 시즌이 곧 시작이란다. 하지만 본방사수 못 한다.
한국 가면 혼자 열심히 뒷북치느라 바쁠 예정이다(지구마블 세계여행도 못 보고 있음).
* 지난달 25일에 발행했어야 하는 단상집이 발행은 제때 했는데 카테고리 설정을 잘못해서 이번 연재 목차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혹시 뒤늦게라도 보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