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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에 입국한 날, 가족들도 입국했다. 공항에서 가족들을 기다리는데 어찌나 신기하고 기분이 몽글몽글해지던지. 발가락이 저절로 굽혀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고작 반년만에 만나도 보고 싶었던 기분들이 탄산수 병을 처음 딸 때처럼 왈칵- 올라오는데 해외에서 혼자 떨어져 사는 건 글렀다고 생각했다.
입국장으로 들어오는 가족들 얼굴은 생각보다 어제 본 것처럼 익숙했지만 함께 하는 시간들은 매 순간 신기했다. 같이 식당에서 여러 메뉴를 고르고, 같이 도시 이동하는 버스에 올라타고, 같이 일몰을 보는 게 가끔 믿기지 않았다.
신기했던 이유 안에는 2015년에 크로아티아를 왔을 때 "꼭 가족들 데리고 오자!" 다짐했던 것도 한몫 이상 했을 거다. 그걸 정말 이루다니. 대체로 내 인생은 원하는 대로 다 이뤄진다고 여행하면서 자신 있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것까지 이루니 마음껏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내 곁에는 보이지 않는 알라딘의 지니가 있다.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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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왔을 때는 먹어보지 못한 것들에 새삼 놀라고 있다. 트러플 소스가 뿌려진 아귀 생선 구이. 깔라마리. 라벤더 레몬 젤라또. '그때는 왜 안 먹었지?' 의아해하며 새로운 크로아티아의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심지어 자다르에서 동그란 해가 떨어지는 일몰을 볼 수 있는 줄 몰랐다. 보랏빛 핑크빛이 뒤섞인 하늘이 감탄 나올 정도로 아름다워 '이래서 세계적인 일몰 명소라고 했구나' 생각했는데, 해가 떨어지네?
자다르는 1박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여행에 있어 충분한 도시는 없다는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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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여행할 때마다 여기 오는 게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건 바쁘게 다니는 여행 스타일과 별게로 이유 없이 매번 생각했던 거다. '그리울 거야'라고 아련한 눈빛과 감정으로 마무리했던 것 같다.
이제는 생각이 다르다. 스페인도 두 번째 미국도 두 번째 그리고 크로아티아도 두 번째. 어쩌면 세 번째도 가능할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