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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Oct 28. 2019

내년 추석 항공권을 끊었다

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임과 동시에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약 1년 전에 끊어둔 크리스마스 유럽 여행이 D-100도 남지 않았다.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잊고 있었는데 찾아왔다고 해야 더 맞을만한 여행이다.

슬슬 설레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나는 또 카드를 긁었다.

내년 추석, 나는 또 떠나게 되었다.




"1년 전에 끊는 사람이 진짜 있네?"

지인은 올해 크리스마스 항공권을 작년에 끊어놨다는 나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더랬다. 그런데 나에게는 너무나도 평범한 일이다. 내년 항공권을 끊는 일은. 매년 해내야 하는 일종의 필수 미션이랄까. 미션인 이유는 막상 목표 시기의 항공권이 열리면 살짝 생각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진짜 끊어도 되나?'

'지금 가고 싶어 하는 곳이랑 내년에 가고 싶은 곳이 다르면 어떡해'

'나중에 취소도 안되는데 괜찮나....'

사실 쓸 데 없는 고민임을 이미 몇 차례의 여행을 통해 깨달았지만 역시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용기를 내는 일'이다. 이번에도 역시 2주쯤을 고민한 끝에 포르투갈을 목적지로 항공권을 결제했다. 앗싸! 여행 간다! 기쁨은 그때부터다. (돈이 나갔는데도 기쁘다니. 이제 그 돈 어떻게 벌어낼 거냐.)


인생이란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지만, 내가 만들어가는 것 또한 맞는 말이다. 이것저것 도전을 하면서 느낀 점이다. 도전의 결과와 상관없이 나는 그것들로 인해서 여기까지 왔고 그 모습이 완벽하지는 않아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그런 의미에서 지금도 나는 한 치 앞도 모르면서 묵묵히 씨앗을 이곳저곳에 심어 두고 있다.

물론, 지금 심고 있는 씨앗들도 막상 키우다가 내 취향이 아니라서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을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태풍에 안녕을 고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흔적 또한 추억일 테니. 그거면 충분히 만족한다. 항공권 또한 그 씨앗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여행지를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다. 일찍 끊지 않으면 특가도 없다시피 한 비싼 시즌이기 때문에 티켓이 열리자마자 결제를 했고 그렇게 나는 버킷리스트를 이룰 예정이다. 이렇게 미래를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나는 심지어 그 사이에 이직을 했는 데도 불구하고 갈 수 있게 되었다.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있어서이지 사실 안 되는 건 없을지도 모른다.




누가 그러더라. '내가 선택한 일을 기어이 옳게 만들 것'이라는 문장을 마음에 늘 품고 산다고. 그 문장에 크게 감명을 받은 뒤로 나 또한 그 문장을 품고 살고 있다. 올해 크리스마스 여행이 임박했듯이 내년 가을쯤에도 완성이 임박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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