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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Oct 17. 2019

여행, 그 처절함에 대하여

여행은 정말 행복에 속하는 단어일까?

여행을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돌아오면 그 힘으로 열심히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에 공감하기 힘들다. 물론 재충전의 시간은 맞지만 그건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기 위한 힘을 재충전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버텨내기 위한 '처절한 행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여행을 가는 것은 좋은 일이기도 하면서 때때로 내 상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슬픈 일이다. 첫 직장을 퇴사하고 떠났던 제주 한 달 여행, 매년 1년 전에 끊어두는 내년 항공권, 갑작스레 떠나는 급 여행 등 내가 떠난 대부분의 여행은 해야하지만 원치 않는 것들을 떠나기 위함이 제일 컸다. 내일도 어김없이 일어나야 하는 오전 6시 35분, 지옥 버스&지옥철, 안 하면 도태될 것 같은 중국어, 하다못해 책상 위 노트북 바탕화면까지도 하긴 해야 하는데 썩 유쾌하지는 않은 것들이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눈에 보이는 것을 차단하고 싶을 때가 있다.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는 요즘 호캉스가 유행하는 이유를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했다. 호텔에 들어서면 해야 하는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공간이 주는 차단 덕분에 받는 위로가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문득 드는 생각이 내 마음에 충분히 행복이 차고 넘쳤다면 오히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로부터 멀어지는 행위는 안 하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여행을 통해 나 자신을 위로한다. 수고가 많아. 여기서는 치여 살지 말자. 우는 내 마음을 토닥이며 함께 울며 여행한다.

이런 여행이 정말 행복하기만 한 여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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