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사춘기라고 꾸짖을 시간에, 나를 돌아보자. 아이는 잘 크고있다.
그런 말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중학생 때.
'쟤 요새 중2병 걸렸잖아.'
'사춘기라 그래 쟤가 요새.'
'한창 외모 신경쓰고 머리 피부 신경쓸 때지.'
'자의식 과잉일 나이지. 다 자기 쳐다보는 거 같고 남들이.'
어른들은 예나 지금이나
고만한 나이쯤 되는 아이에게
그렇게 말하곤 한다.
... 근데 형님들.
진짜야..?
진짜 사춘기라 그런거고,
이제 니들은 안 그런 게 맞아..?
혹시 나이 60 넘어서도 여전히 그러면서,
체면 때문에 안 그런 척 하는 거..
아니겠지...?
에이... 아닐꺼야...? 설마..
늘 이야기하지만,
어른들에게 속지 마라.
살만큼 살고 나이를 먹으면
자동으로 성숙해지고 현명해진다는 말은,
당신이 변기에 오래 앉아있었으니
더 매끈한 똥이 나올거라고 외치는 것만큼이나
어이없는 소리다.
이 말이 자기한테 내세울 게 나이밖에 없다고 착각하는
너무 많은 사람들의 심기를 긁을 걸 알지만,
내가 보기에는 더 살았다고 해서
덜 산 사람보다 현명하고 지혜로울 이유는 거의 없다.
더 오래 산 누군가가 더 현명하고 성숙한 건,
결코 그가 단지 몇천번의 밥을 더 먹고 더 잠들어서가 아니다.
그는 자각하든 하지못했든 스스로를 조각해왔던거다.
깎고 가다듬고 가끔은 생채기도 내고 실수도 해가면서.
그러니 어리다고 함부로 들이대는 어른놈들은
말하는 것 중 태반이 구라라고 봐도 무방하다 ㅋ
그렇게 어른이 된다.
내가 소위 말하는 '중2병'이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은 채,
하지만 체면이 있으니 이제 중2병이 지나간 것처럼
그렇게 평생을 연기하며 살고 나면.
그렇게 어른이 된다.
어른은,
망신당하고 조롱당할 게 무서워서
더이상 중2들처럼 함부로 도전하지 않는다.
상처받고 주저앉을 게 두려워서
더이상 온마음을 열고 사랑하지 않는다.
내가 남들을 의식하며 살아온 게 통째로 부정당할까봐
사회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는 놈들을 미리 화형시킨다.
부러우면 지는거라서, 그런 모습은 비웃음을 살거라서,
부러워도 아닌 척, 원해도 안 원하는 척을 열심히 한다.
남들이 날 손가락질하고 욕하고 무시하고 배척할까봐,
나를 배신하고 타인의 기준에 맞는 사람으로 살기로 한다.
결국에 이 '어른'이라는 자들은 어떻게 되는것인가.
글에 굳이 하나하나 쓰진 않겠다.
확실한 건,
그들은 살던대로, 익숙한대로 가다간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자신은 잘못한 것도 없고
남들 다하는대로 할 거 해내며 살았고
착실하게 성실하게 바쁘게 살아왔는데,
오지게 억울하게도 남은 것도 없고
공허하고 왜 사는지도 모르겠고 나이가 먹어간다.
이런 내 삶이 가엾고 괜히 짜증이 치밀어오르기도 한다.
달라질 수 있다.
움켜쥔 걸 내려놓을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중2때처럼
진심을 다해 용기를 내볼 수 있다면.
고로,
중2병은
병이 아니라,
위대함이다.
적어도 중2는 좀 솔직하잖아.
자기가 남의식하는 거 인정도 좀 하고.
젠 체 안하고 대놓고 좀 예민하기도 하고 ㅋㅋ
우리 어른들하곤 다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