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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지 않으면 일어나는 세가지 비극

잠을 안 자면 몸과, 마음과, 삶이 모두 무너진다.

by 대장장이 휴

나는

잠을 자지 않고 깨어있는

내가 좋았다.

심지어

누구보다 오래 안 자고 버티는 내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지고,

집중을 하지 못하고,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몰랐지만 돌이켜보면,

내 삶을 가장 피폐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은

분명히

잠을 안 자고 버티는 짓이었다.


이건 자살행위였다.

나는 안 자고 버티는 짓이

삶을 농약 속에 푹 담그는 행위인 걸 몰랐다.

서서히 난 죽어갔다.


잠을 덜 자고

그 시간에 더욱 많은 가치있는 것들을

해낼거라 다짐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잠을 줄이면,

삶은 반드시 망가진다.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1. 하루를 원하는대로 보내지 못하게 되는 저주


잠을 줄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실 이건 당신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뿐,

우리의 삶에서도 이미

벌어지고 있는 비극이다.


잠을 적게 자면서 겪게 되는 가장 큰 변화는,

우리가 오늘 하루를 원하는 모습으로

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는 곧,

우리가 결국 우리 인생을 송두리째

내가 원하는대로 살지 못할 것임을 의미한다.


올해 봄 나는 코로나에 걸렸다.


코로나에 걸렸던 걸로 짐작되는 첫날,

나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아예 손발과 팔다리가

안 움직였던 건 아니지만,

정말 온 몸이

물을 잔뜩 먹은 스펀지처럼 늘어져서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화장실 가는데도

팔로 짚고 일어설 힘이 없어서,

침대에서 데구르르 굴러서

화장실에 갔다.

사실 옆으로 구르는 일조차 너무 하기가 싫어서,

옆으로 굴러서 화장실 갈까 말까

한참 끙끙거렸던 거 같다.

당연히 밥을 먹고 움직이고 이런 건

언감생심 엄두도 못냈다.


우리가

계속 잠을 적게 자면서

몸에 그 충격을 누적시켜가면,

서서히 매일매일이

내가 코로나에 처음 걸렸던

그 날의 나와 비슷한 상태가 되어간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나태함과

끝도 없는 무기력이

온 몸과 마음을 칭칭 감아서

정말 옴짝달싹 하기가 힘든 상태가 되어간다.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도저히 의욕이 나질 않고

이걸 해서 뭐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계획대로 하루를 보내보려 하지만,

도무지 계획처럼 되지가 않는다.


설령 계획대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해도,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고

이걸 제대로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겠고

머리가 멍한 채 피로감만 가득한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이걸 전문용어로는

'브레인포그'라고 부른다.

각성상태의 질 자체가 저하되고

집중력도 확 떨어진다.


게다가 인지능력이 심각하게 손상되고,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거나

이를 저장시키는 능력, 기억력 감퇴 등을 가져온다.


의사결정에도 점차 장애가 생기고,

사회적 단서를 처리하는 기능이나

자극에 대한 반응도 둔감해진다.


한마디로,

뭘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인 채

하루를, 1년을, 인생을 살게 되는

끔찍한 일이 "서서히" 벌어진다.




2. 만성적 수면 부족 = 자기안락사


맷 워커의 표현이다.

유명한 수면권위자인 맷 워커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

즉 습관적으로 계속 잠을 적게 자는 일은

'자기안락사'라고 말했다.


매우 탁월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계속 잠을 안 자면,

(과거에 내가 오랜기간 그랬듯이)


경험적으로 봐도,

명백하게 몸이 죽어간다.

신체적으로 모든 것이 망가져간다.


다만 자기안락사와 다른 한가지가 있다면,

한순간에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서서히, 나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죽어간다는 게 다를 뿐이다.


우리가 잠을 적게 자면,

우리는 결국 건강을 잃게 되고,

종국적으로는 빨리 죽는다.


... 잠이 짧아질수록, 수명도 짧아진다는 것이다. ...(중략) ... 미국, 영국, 한국, 일본, 서유럽의 몇몇 국가들 등 지난 세기에 수면 시간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나라들이 앞서 말한 몸의 질병들과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환자의 수가 가장 크게 증가한 나라들이기도 하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 맷 워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잠을 적게 자면,

우리 몸 전체의 염증반응이 증가한다.


나는 개인적인 경험 상

그게 건강검진결과지에

뚜렷하게 나타날 정도였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온갖 염증수치들이 올라가서

개별적으로 전문병원에 다시 방문해

정밀검사를 받아야했지만,

피검사 수치 등 여러 방면에서 나온 염증반응은

병원에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한동안 날 괴롭히던 이 염증반응들이 사라진 건,

내가 잠을 푹 자기 시작하고나서였다.

술담배도 안 하고,

운동 좋아하고,

음식 주로 해서 먹고,

검사 받아도 어디 문제없다고 나오던 내가

가졌던 염증들은

거의 모두가 수면부족으로 생긴 것들이었다.


꾸준히 잠을 적게 자면

신체 면역체계 자체의 기능이 저하되고,

만성질환들이 생겨나거나 심해진다.


우리에게 가장 악명높은 암.

이 발병할 가능성은

수면시간이 하루 7시간 미만으로만 내려가도

2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고,


암과 함께

가장 심각한 질환 중 하나인 심혈관질환에도

수면부족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혈당수치를 올리고 당뇨 발병률도 높인다.


사실 하나하나 열거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질병의 발병률을

수면부족은 모두 다 기하급수적으로 높인다.


수면부족이 극단적으로 장기화될 경우,

아예 감각지각 능력에 이상이 생겨

환각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수면부족은 신체적 타격을 줌으로써,

관계에도 분명 악영향을 미친다.


덜 매력적이고 호감가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잠을 안 자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다!


잠을 자꾸 적게 자면,

경험했겠지만 눈이 띵띵 붓고 다크서클이 짙어진다.

손떨림이나 눈떨림 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구체적인 증상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수면부족인 사람들에 대해

자기도 모르게 거부감을 느낀다.


스톡홀름대학교에서 실시한 한 실험에 따르면,

한 차례의 적은 수면(5시간 이하)만으로도

사람들은 그 사람이 적정수면을 취했을 때에 비해

훨씬 덜 건강하고 매력이 없다고 느꼈다.


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화두인 다이어트의 적이기도 하다.

잠을 자꾸 안 자면,

살이 북북 쪄가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잠을 적게 잘수록

포만감을 느끼는 호르몬(렙틴) 분비가 줄어들고

허기를 느끼게 하는 호르몬(그렐린) 분비가 증가한다.


그래서 계속 먹을 것을 찾게 되고,

많이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는 진화적으로

수면을 통해 얻는 회복을 얻지 못하게 되면서

이를 외부 음식을 통해서라도 채우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인 거 같다.


잠이 적어지면, 체중이 늘어난다는 것은

실제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검증이 된 사실이다.


비호감인, 소위 '별로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그냥 잠을 적게 자라.

그거면 충분하니까.




3. 잠을 적게 자면, 정서적인 안정감이 무너진다


에디슨은

잠을 시간낭비라고 여긴

위대한 과학자다.


하지만 그는,

살아 생전에 거의 항상 짜증을 달고 살았다고 한다.


수면부족은 정신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잠을 적게 자게 되면,

일단 기본적으로 피로감이 늘어나고

계속 졸리기 때문에 짜증이 많아지고

를 쉽게 내게 된다.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기 때문에

쉽게 우울해지거나 불안해진다.


그리고 모든 일에 대한 열의와 열정을 느끼지 못하고

대신 무기력함을 많이 느끼게 된다.


수면부족이 장기간 지속되면,

이러한 정서적인 무기력함이나 예민함이 만성화되면서

점점 더 우울감이나 쉽게 짜증내고 분노하는 행동들이

만성화된다.


그리고 언제나 피로감에 지치고

자고 싶은 욕구에 시달리기 때문에,

사고 자체가 산만해지고 무질서해지는 과정에서

극심한 정서적 기복나타난다.

이러한 감정기복의 극화는

심각한 우울증이나 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잠을 자야 한다.


잠을

깨어있는 시간을 잡아먹는

성가시고 귀찮은 것으로 착각하는 실수

더이상 그만두어야 한다.


사실 하루하루가

간절하고 소중하지 않거나,

오늘 하루를 원하는 대로 충실히

살고자 하는 절실함이나 열망이 적을수록


잠을 자는 일은

덜 중요하게 느껴진다.


바로 내가 그랬다.


어차피 시키는 일을 기계처럼 하고,

지시받은 대로 움직이다가 집에 와서

맥주 하나 먹고 컴퓨터나 TV 좀 보다가

자는 게 일상이라면,


사실 잠은

그리 중요치 않게 느껴지기 십상이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중요한 시험공부를 해야 하거나

열심히 무언가를 집중해서 성취해야 할 때,

그 때 우리는 비로소

잠을 잘 자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끼곤 한다.


하지만 어차피 비몽사몽한 마음으로

흐지부지 사는 사람에겐

잠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적당히 흐린 의식상태로도

티비 보고 게임하고 술마시고 친구랑 통화하면서

시간을 죽이는 데는 불편함이 없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내가 잠을 적게 자는 이유가,

어쩌면 잠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삶의 문제일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설령 지금 당장 우리가 잠을 잘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더라도,

언젠가 삶을 원하는 대로 변화시키고 싶어질 때

잠은 가장 중요한 소가 될 거라는 사실이다.


잠을 자야 한다.

적어도 삶을 원하는대로 리셋하고 싶다면,

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지금부터 5분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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