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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촬영감독 김정욱 Oct 21. 2021

프롤로그 (prologue) _

매스 미디어의 영향 

 긴박한 상황을 알리는 뉴스 앵커의 목소리에 카메라를 쥔 손에 땀이 난다. 여기는 세계무역센터(WTC), 세계 경제 무역의 중심지, 미국의 심장 뉴욕이다. 뉴욕은 전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이며 상업. 금융. 미디어. 패션. 교육 등 많은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세계적인 대도시이다. 현재 시각은 오전 8시 45분 몇 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긴장과 불안감으로 속이 뒤 틀린다. 

뉴욕 경찰(NYPD)의 삼엄한 경계 속에 도착한 현장의 모습은 마치 전쟁터와 같았다. 유독 가스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100층이 넘는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리고 있었고, 소방관들은 땅에 떨어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미친 듯이 건물의 잔해를 파헤치고 있었다. 패닉 (Panic), 공포 그 자체였다. 92명의 승객을 태운 아메리카 항공기 보잉 767이 항로를 벗어나 맨해튼에 위치한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에 충돌했다. 항공기는 북쪽 건물의 93층과 99층 사이에 그대로 박혔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속에서도 공격받지 않았던 미국의 심장부가 공격당한 사상 초유의 대테러 사건이었다. 그날 내가 겪었던 현장의 모습은 그 어떤 사건보다 처참했다. 

세계무역센터의 건물 사이로 새까맣게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는 마치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한 바벨탑처럼 하늘을 뚫을 듯 치솟고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 내가 사는 한국은 우울했다. IMF 구제 금융 요청으로 인한 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안락한 내 사무실과 친구들 그리고 가족과 함께 내가 누리던 조용한 휴가가 생각난다. 지난 30년 동안 촬영감독과 프로듀서로 일하며, 나는 전 세계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서 인터뷰하고, 촬영하며, 여러 사건사고의 현장에 있었다. 94년 성수대교 붕괴. 95년 삼풍백화점, 97년 괌 KAL기 폭파 사고에 이르기까지 사고의 현장에 있었고, 세계 각국의 문화와 오지 탐험 “KBS 도전 지구 탐험대” 휴먼 다큐멘터리 “KBS 인간극장” 여행 다큐 “KBS풍경이 있는 여행”을 촬영하며 프로듀서와 촬영감독을 양성했고, 미디어 강의도 수없이 해왔다. 


 사실 갈등 중에서 가장 무서운 갈등은 종교 갈등이다. 1, 2차 세계대전은 기독교도들의 끝없는 탐욕 때문에 발발했었고, 십자군 전쟁과 30년 전쟁 등은 수백 년 동안 유럽을 전쟁터로 만들었다. 구 유고 슬로비아의 내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전쟁도 역시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충돌이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일어나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2021년 8월 현재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고, 탈레반의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인 ‘릴리스 인터내셔널’(Release International)에 의하면 “기독교인으로 확인된 이들은 누구나 신앙 때문에 살해될 수 있으며, 가족에 의한 명예살인이나 배신을 당할 위험이 있다”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2021년 4월부터 코로나19 봉쇄 기간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보코하람에 의해 1년간 3530명의 기독교인들이 신앙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2001년 9월 11일 미국 쌍둥이 빌딩 대테러 사건의 테러리스트 빈 라덴을 찾기 위해 시작됬고, 미국의 전쟁은 결국 20년이 지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고, 탈레반은 세력을 키워 4개월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다.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9.11 테러는 종교적인 이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메스미디어의 영향도 컸다. 당시 미국의 텔레비전에서는 드라마 소재로 동성애가 빈번하게 등장했고, 할리우드의 영화는 폭력적인 내용으로 관객 몰이를 하고 있었다. 이러한 미국의 텔레비전과 영화는 전 세계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9.11 테러범들의 평균 연령은 20대 초반으로, 그들은 어려서부터 미디어를 통해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교육을 받아왔을 것이다. 원인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했던 사람들, 9.11 테러는 미국의 타락한 문화에 의한 매스 미디어의 영향으로 우리와 우리 아이들, 세상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었다. 미디어의 메시지가 세상을 바꾸고 있었다. 

 2003년 1월 보스턴 대학의 연구원들은 전 세계의 십대들이 미국에 대하여 얼마나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조사 대상인 세계의 많은 십대들은 미국을 세상에서 가장 부도덕한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미국이 폭력적이고, 범죄가 많으며,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탈레반은 과거와 달리 결정적으로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미디어’ 활용 양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일(현지시각) 탈레반이 과거 인터넷을 금지하고 TV·라디오 방송을 통제하던 것과 달리, 최근 카불 점령을 앞두고 SNS 등을 이용해 적극적인 여론전을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의 미디어 활용은 SNS에서만 그치지 않고 외신과의 인터뷰에도 적극적이다.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은 “누구에게도 복수는 없다”며 “우리는 나라와 국민의 하인”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미디어와 SNS를 통해 변화된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에서 새로 생긴 탈레반의 공식 계정이나 친 탈레반 개정이 100개가 넘는 것으로 분석했다.     

 

 2020년 초,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계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처음 코로나가 전파됐을 때 우리는 과거의 SARS와 메르스 사태를 떠올리며 1-2개월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코로나 4차 대유행과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2021년 10월 하루에도 이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염되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 백신이 나오면 종식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1년이 넘는 시간을 견뎌왔다. 그러나 코로나는 종식되지 않고 있다.

이제 코로나는 위드 코비드(WITH –COVID)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 언택트 비대면 시대 우리는 미디어를 올바로 사용하여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매스 미디어의 모든 것들은 추하게도 시청률 위주의 엽기적인 영상으로 우리에게 영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폭력적이고 엽기적인 영상들이 업로드되고 있으며 그로 인하여 우리 사회는 추하게 변하고 있다. 


 세계가 놀랄만한 수많은 죽음이 있었던 9.11 대 테러가 일어난 지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미국은 테러가 일어난 동기에 대하여 자세히 밝히지 않고 있다. 9.11 테러의 동기는 심지어 공식 보고서에서도 찾을 길이 없었다. 많은 이들이 기독교 정신을 받아들이고 하나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원인도 모른 채 죽어가고 있고, 하나님이 소통의 도구로 사용하셔야 하는 미디어가 악하게 사용되는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믿음을 잃어 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9.11 테러는 타락한 매스 미디어와 종교 간의 갈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사는 문제였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은 과거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잊고 지내는 과거는 대개 아프고, 하루빨리 잊어버리고 싶은 것이기에 우리는 습관처럼 그것들을 내던져버린다. 하지만 우리가 그것들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고 내팽개쳐 버린다면, 우리는 그 아프고 서러웠던 아픔의 역사를 다시금 반복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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