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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촬영감독 김정욱 Oct 21. 2021

KBS 인간극장 “저너머 봄이 오면”

하나님의 일이란 ? 

“인간극장”은 KBS 휴먼 다큐멘터리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2000년 5월 “어느 특별한 휴가”를 시작으로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국내 최초 5부작 다큐 미니시리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 이웃들의 ‘가장 평범하지 않은 삶의 순간들’로 이루어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는 이 프로그램에 “감자밭 그 사나이”(2011년 7월)를 시작으로 “넝쿨째 굴러온 황티쿡”(2017년 6월)까지 촬영감독으로 참여했다.  

“저 너머 봄이 오면.” 방송[일]: 2013년 월 일      


  2013년 3월, 나는 경상북도 안동면으로 귀농한 다섯 공주의 가족들을 만났다. 오공주 아이들이 살고 있는 월곡 분교의 사택은 안동에서 2시간 정도 차로 이동해야 하는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인생은 만남‘이라 하는데 좋은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먼저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데, 내 생각에 좋은 사람은 좋은 꿈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와 선생님, 그리고 디자이너를 꿈꾸는 안동 산골 마을의 다섯 공주들이다.

 아이들의 아빠와 엄마는 귀농 1년 차 초보 농사꾼으로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았지만, 마을 분들을 도와 품앗이와 집수리 그리고 농촌에 홀로 계신 할머니를 돕는다. 작가 김현은 그의 소설에서 “마을의 인심은 하느님 마음하고 통한다”라고 했던가, “농사꾼의 후하고 박함은 하늘의 일기에 달려 있다”고 했다. 아이들의 아빠가 농사를 깨우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오공주의 가족은 땅주인도 경작을 포기했던 산 중턱 작은 땅을 얻어 잡초를 뽑고, 비닐을 걷고, 땅을 일궈 역경에서 삶을 개간하듯 밭에 감자를 심었다. 공부할 책상도 없던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 세숫대야 하나를 두고 가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해야 했다. 주일 아침 촬영팀과 오공주의 아이들은 뒷마을 작은 교회를 가기 위해 수백 미터가 넘는 높은 산을 넘기도 했다. 

 

 어느 날 아빠는 하루 온종일 농촌에 홀로 계신 할머니를 도와 겨울 땔감을 준비해 드렸다. 할머니는 고마움의 표시로 오공주 아빠에게 논에서 직접 수확한 귀한 쌀을 담아 주셨다. 그날 저녁 아빠는 할머니에게 받아온 쌀을 아내에게 전해주며 부부는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다. “집에 쌀이 떨어질 때가 되면 쌀이 들어온다”는 아빠의 기도와, “하나님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신다”라고 하는 아내의 기도는 은혜로웠다. 감동이었다.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하루 종일 소득도 없는 일을 했던 아빠와 촬영을 함께 했던 나는 세상속에서 하나님의 역사 하심을 체험 했다. 부부가 육신의 고통을 이겨내고 다섯의 예쁜 공주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드렸다. 그날 저녁 오공주의 가족은 맛있는 쌀밥을 행복하게 먹을 수 있었다. 


“아빠 사랑해요! 얼마만큼 사랑해요? 죽을 때까지 사랑해요” 촬영 마지막 날 아이들은 아빠의 생일파티에 편지를 썼다. 아빠는 남의 일을 도와줄 때가 제일 멋있다는 큰딸 아이의 편지와 함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찬송하며 오공주 가족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였다. 나는 아이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함, 열정, 반복된 훈련을 견디고 결국 꿈을 이루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감자총각(방송2011.7.11-15)” 그리고 “너는 내 운명” 등 "KBS 인간극장" 촬영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 그들 또한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이 되어 어려운 환경에서 삶을 개척하고 있었고 스스로 하나님의 자녀로서 어둠 속에서 빛이 되기 위해 엄청난 인내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기독교인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나는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모습을 본다. 그런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동참하는 것이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다!      

  

이어서 _ 20여편의 인간극장 이야기 (초고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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