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표현] ‘계륵’(鷄肋)은 ‘닭갈비’를 말하는 것인데, 닭갈비라는 것이 “‘갈비’라고 해도 먹을 게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고, 또 먹을 게 없다고 해서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버리자니 아깝고 함께 가기에도 그렇고……. 먹을 것은 없으나 버리기에는 아까운 존재. 현재 기독교에게 미디어는 ‘닭갈비’(=계륵)와 같은 대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독교에게 있어서 미디어는 결코 ‘먹을 것도 별로 없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닭갈비와 같은 존재가 아니다.
미디어는 기독교의 역사 및 성경의 역사 아주 초기부터 존재해왔다. 현대 사회가 미디어를 중시하기 때문에, 또는 기독교회가 현대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디어는 기독교의 본질적인 부분 매우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독교는 미디어의 영역에 있어서도 그것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화란의 신학자이자 정치가인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yper)가 주창했던 '영역 주권' 이론(“하나님께서는 인간 사회와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주님이시며,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은 그 모든 ‘영역’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이 제시하는 것처럼,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미디어의 영역도 그것이 하나님의 주권적인 뜻에 따라 사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희극 배우 찰리 채플린과 세계 전쟁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 그들은 공통점이 많다. 며칠 사이를 두고 1889년 에 태어난 그들은 똑같은 콧수염을 길렀고 예술가를 꿈꿨으며 쇼펜하우어의 애독자였다. 그중에서도 두 사람의 결정적인 공통점은 미디어를 활용하여 대중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찰리 채플린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긍정적인 영향으로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1차 세계대전 이후 휴머니즘이 가득한 무성 영화를 통해 미국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는 영화에서 ‘리틀 트램프’라는 캐릭터를 통해 경제 대공황으로 고통받던 서민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반면, 어린 시절 싸움을 좋아했던 골목대장 히틀러는 패전의 시류와 좌절된 예술가의 꿈이 뒤엉켜 정계에 진출, 영화를 통해 활발한 선전 활동을 벌인다. 나치는 미디어가 지닌 힘에 주목했고, 나치의 선전이 담긴 유성 영화가 전국의 영화관에서 상영하여 국민들을 세뇌시켰다. 히틀러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선전 영화 “의지의 승리”는 1934년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전당 대회를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영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선전 영화이다.
같은 해에 태어나 닮은 외모로 공통점이 많았던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다. 영화를 통해 인간을 향한 긍정과 사랑으로 웃음을 줬던 채플린과 열등감과 폭력으로 유대인 600만 명의 대학살 주모자였던 히틀러. 그들의 삶에서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인간의 선과 악을 볼 수 있다. 채플린과 히틀러 그들 세계의 전쟁은 바로 미디어 전쟁이었다.{(참조, <채플린과 히틀러의 세계대전> 사계절, 2017)}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심각한 소셜 미디어 전쟁에도 불구하고 SNS의 잘못된 정보나 유튜브의 잘못된 영상을 분별할 수 있는 미디어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에 떠도는 가짜 뉴스로부터 청소년들과 아이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청소년을 위해 그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하고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것은 올바른 미디어 교육을 통해 가능하다.
사도 바울은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로마서 12:1-2)고 말한다. 유튜브나 먹방 등 엽기적이고 가학적인 행동의 모든 이미지로부터 아이들의 눈을 보호해야 한다. 또한,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1인 미디어 시대의 가짜 뉴스 등 현세대를 본받지 말고 하나님의 뜻을 본받아 미디어를 올바로 사용하는 방법과 분별력을 키우도록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