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촬영감독 김정욱 Oct 22. 2021

인터뷰 "거룩한 경청 "

인터뷰란?  

    

 인터뷰는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는 카메라라는 도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인터뷰해야 한다. 인터뷰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우리는 그들의 삶 속에서 방향을 찾기도 하고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의 삶에 투영시켜보며 삶을 배운다. 

 인터뷰를 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출연자가 제작진에게 개인적으로 친근감을 느끼며 높이 평가받는다고 느낄 때 출연자는 마음을 열고 인터뷰할 수 있다. 일상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된다. 또한 출연자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기도 하고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인터뷰에 있어서 상대방이 긴장을 풀고 자연스러운 상태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은 인터뷰하는 사람의 천부적인 능력과 재능으로 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런 능력과 재능은 오랜 훈련을 통해 키워지기도 한다. 인터뷰의 기본은 ‘경청’과 ‘소통’이다.      


‘거룩한 경청’ 

 

대화의 기술 가운데 ‘파레토 법칙’(2:8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의 이름을 따서 붙인 법칙으로, 간단히 말하면 “상위 20%가 전체 생산의 80%를 해낸다”는 법칙이다. 상위 20%의 축구 선수가 80%의 골을 넣는다거나 올림픽에서 상위 20%의 국가가 메달의 80%를 가져간다 등으로 적용할 수 있다. 우리는 인터뷰어(interviewer, 인터뷰하는 사람)가 전체 대화의 20%만 이야기하고 인터뷰이(interviewee, 인터뷰하는 대상자)가 80%를 이야기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경청’은 진심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고 진심으로 공감하는 것이다.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터뷰 중에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고 경청하여야 하며, 고개를 숙이고 메모를 보고 있으면 안 된다. 인터뷰 내용이 부족한지의 확인은 마지막에 질문 중에 잊은 것이 없는지 정도로 메모를 보고 확인하면 된다. 인터뷰의 반복된 훈련을 통해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는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지상파에서 인정받는 MC들은 진정으로 남의 말을 잘 듣고 공감을 잘하는 사람들이다.      


 얼마 전 대구에서 우울증을 앓던 시어머니(57)가 며느리(34)를 살해하고 본인도 목숨을 끊으려 했던 사건이 있었다. 20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은 시어머니는 이 일을 저지르기 전 평소에 “우울증 때문에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나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거나 ”내가 사라지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다”와 같은 말을 자주 하거나 짜증을 내며 화를 견디지 못하거나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자살 예방 상담센터 응급 전화를 받는 상담원 교육 훈련 중에는 상대방의 말을 듣는 법, 즉 ‘경청’하는 법을 배우는 훈련이 있다고 한다. 화를 내거나 비난해서는 안 되고, 충고하는 말투로 “자살은 나쁜 것”이라며 훈계하지도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네가 힘들었구나”라며 공감하는 자세와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경청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한다. 경청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도 한다. 


 우리와 하나님의 관계도 ‘경청’은 중요하다. 우리는 하나님께 우리의 이야기만 한다.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 현대 신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덴마크의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키르케고르(Søren Aabye Kierkegaard, 1813~1855)의 기록이 있어 옮겨본다 

“나의 기도가 가장 신심 깊고 내적인 것이 되어 갈수록 나 자신이 말하는 것은 줄어들었습니다. 나중에는 완전히 입을 다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모순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기도하는 나는 오히려 듣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기도라는 것은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기도는 그냥 묵묵히 있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역시 기도는 자신이 말하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는 조용히 있는 것이며, 그리하여 기도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소리를 들을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것입니다.” 

나는 조용히 침묵 속에서 하는 기도가 더 좋다. 어떤 의미에서 그의 말에는 하나님 말씀을 듣는 ‘거룩한 경청’으로서의 올바른 기도 자세가 담겨있다.     


침묵을 두려워 말라 

    

촬영 현장에서 스텝들은 일정과 시간에 쫓기면서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인터뷰 중 원하는 답을 듣기 위해 답을 유도하기도 하고 상대방의 말을 자르기도 한다. 모두 좋지 않은 방법이다. 경험이 많은 인터뷰어는 출연자가 이야기를 끝냈거나 다음 질문을 기다릴 때 생기는 침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것은 출연자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고, 그런 기다림 끝에 주옥같은 답변을 듣기도 한다. 정말로 좋은 인터뷰는 후반부에 가서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마음이 열렸을 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조용히 기다리는 것도 깊은 이야기를 하게 하는 도구이다. 인터뷰어가 침묵을 지킬 때 인터뷰이는 설명이 부족했나 싶어 인터뷰어를 이해시키기 위해 구체적인 예를 들어 자세히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구체적인 예는 우리의 이해를 돕는다. 인터뷰 중간에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침묵의 시간을 가져라!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하라   

   

촬영 스텝의 움직임은 출연자의 시선을 흔들리게 한다. 시선이 흔들리는 영상은 시청자에게 신뢰를 떨어트린다. 촬영 감독은 스텝의 움직임으로 인해 감정이나 흐름이 깨질 수 있음을 고려하여 촬영을 자주 중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촬영 전 배터리 점검, 테이프나 C.F. 카드의 여유분을 점검하여 인터뷰의 흐름을 깨지 않도록 한다. 우리의 태도나 진정성에서 출연자는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고 좋은 이야기로 우리와 소통할 수 있다. 

출연자의 감정이 무너져서 눈물을 보일 때는 조용히 곁에 있어주며 격려하라. 그것은 출연자를 존중하는 태도다. 나의 반응으로 현장을 흐름을 깨지 말아야 한다. 눈물을 흘리는 출연자에게 손수건을 건네는 정도로, 스텝들은 평정심을 잃으면 안 된다      


질문의 방법  

    

폐쇄형 질문: 예, 아니오로 답변할 수밖에 없는 질문 

개방형 질문: 6하 원칙(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했나)으로 답변을 하도록 하는 질문

폐쇄형 인터뷰는 우리 일상에서 많이 사용한다. “식사하셨어요? 잘 지내셨어요?” 등의 질문이 그런 것이다. 그런 인터뷰는 “예”나 “아니오” 같은 짧은 단답형의 대답만 얻는다. 

폐쇄형 질문을 6하 원칙(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나)에 의한 개방형 질문으로 바꿔야 한다. “오늘 식사 메뉴는 무엇이고 맛은 어떠셨어요? 점심에 무엇을 누구와 어디서 드실 거예요?” 등으로 개방형의 질문으로 한다.

 

 뉴스나 보도에서는 긴박한 상황의 취재 현장에서는 폐쇄형 인터뷰를 통해 사실 여부만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방형과 폐쇄형 질문을 상황에 따라 적당히 혼합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한편, 개방형 질문에서 “왜?”라는 질문의 반복은 상대방이 공격을 받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인터뷰 질문은 효율성을 위하여 개방형과 폐쇄성의 질문을 번갈아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터뷰 시 상대에게 여러 가지 내용을 한꺼번에 묻지 말고 하나씩 끊어서 질문하는 것이 좋다. 또한 어떤 상황의 전체적인 이야기보다는 그 당시의 상황 에피소드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그때의 감정들과 현재의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스스로 설명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내용의 핵심적인 질문 하나로 상대방의 답변을 듣고 답변을 통해 다음의 이야기를 발견하여 질문한다.      


인터뷰 장소 

    

인터뷰 내용 중 출연자의 내면적인 이야기나 깊이가 있는 내용은 출연자가 친근하고 안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집이나 사무실같이 감정적으로 편안한 장소에서 하는 것이 좋다. 공원이나 거리와 같은 공공장소에서의 인터뷰는 현장에서 가벼운 내용이나 감정이 표현되지 않는 경우가 좋다.      


반복된 작업 가운데서의 인터뷰 

     

출연자의 자연스러운 인터뷰는 우리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마음에 감동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인간 극장의 휴먼 다큐멘터리에서 현장 인터뷰를 예로 들면, 출연자에게 손에 익은 일감을 주어 반복된 작업을 할 때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자연스러운 인터뷰를 할 수 있다(예: 설거지나 집안일을 반복하는 주부, 반복된 작업을 하는 아빠). 또한 인터뷰하는 사람이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하거나 움츠려 들었을 때는 출연자의 친구나 아내, 동료 등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인터뷰한다. 그러면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인터뷰할 수 있다. 생각이 같은 두 사람을 함께 인터뷰하면 생산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인터뷰는 소통이다. 

인터뷰어는 2:8의 ‘파레토 법칙’에 따라 인터뷰이의 말을 경청하면서 나의 생각도 2 만큼은 이야기해야 한다. 인터뷰는 상대방과 소통하는 과정이며 옳고 그름을 따지는 과정이 아니다. 인터뷰어는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는 것을 표현하거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보충하는 발언을 할 필요도 있다. 인터뷰이에 대한 충분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인터뷰한다면, 인터뷰어가 인터뷰를 감동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럴 때에 인터뷰이는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다. 상대방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느낀 점을 적절하게 표현 함으로써 더 풍성한 인터뷰를 할 수 있다. 


이어서 _ 촬영의 기술 / 조명 / 편집....에 대한 방법 (초고 완성) 

 

 

이전 09화 구성(構成)과 연출(演出)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