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
오늘의 커피는 출장에서 복귀한 회사 동기에게 선물 받은 터키쉬 커피.
고운 커피 가루를 물에 타서 손잡이가 긴 동 주전자 ‘체즈베’에 넣고 펄펄 끓여내는 것이 바로 터키쉬 커피다. 뜨겁게 달군 모래나 숯을 이용해 체즈베를 가열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가정 집에서는 어려운 일이라 버너로 대신해본다.
이런 식으로 끓인 커피는 마치 한 그릇의 탕국 같다. 옛날 우리 조상님들이 커피를 처음 접하고는 "양탕국(洋湯麴)"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그 심정이 딱 이해되는 맛. 커피 가루를 따로 걸러내는 절차가 없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커피가 개운하고 깔끔해야지, 뭐 이리 텁텁해?”라고 느끼기도 한다.
커피를 마시고 나면 커피 잔 안쪽에 마치 진흙처럼 커피 가루가 남는데 터키 사람들은 이 가루의 모습을 가지고 점을 친다. 터키의 커피 점은 16세기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오랜 역사를 지녔고 그만큼 복잡, 무려 유네스코 세계 인류 무형 문화 유산으로 등록도 되어있다. 이런 점괘는 역시 현지 뒷골목의 용한 할머니에게 봐야하는데 아무래도 언어적인 장벽이 있으니 쉽지는 않다. 커피 점을 배우고 연습하는 용도가 아닌 한, 보통 자기가 자기 잔을 읽지는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커피 점은 대략 이렇게 본다.
- 마지막 모금을 마시며 소원을 빈다.
- 커피 잔 위에 받침을 얹어 입구를 막고 가슴 높이로 들어올려 세번 정도 돌린다.
- 재빨리 뒤집어서 10분 정도 둔 후, 천천히 커피 잔을 들어 올려 잔 안에서 커피 가루가 어떤 모습으로 흘러내렸는지를 보고 해석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점괘 보기를 시작하기 전에, 마지막 모금을 마시며 소원을 빈다는 대목이다. 마음을 다해 간절히 원하면 커피 잔 안쪽에서 흘러내리는 가루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더 나아가 앞으로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그런 희망은 오랜 시간 우리를 지탱해온 힘이었다. 좋아질 일은 별로 없는데 반해 나빠질 일은 곳곳에 산재해있다는 것, 나아지기보다는 한 번의 실수로 인해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기가 더 쉽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막연하게 ‘내일은 잘될거야’ 하는 근거 없는 희망을 가지는 것이 우리네 인생. 오늘도 감자와 함께 가열차게 커피 잔을 뒤집어 본다.
※ 차이단륵과 마찬가지로 체즈베 또한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 터키에서는 스타벅스에서도 “터키쉬 커피”를 만날 수 있다.
※ 커피 점의 대략 해석은 아래와 같이 한다.
- 커피 잔 손잡이를 왼쪽으로 둔 상태에서, 위쪽은 부정적인 일, 아래쪽은 긍정적인 일. 왼쪽은 먼 미래, 오른쪽은 가까운 미래. 예를 들어 아래 잔은 가까운 미래에 부정적인 일이 약간 있을 것으로 읽는다.
- 그 외 하트 모양 등이 나타나는 것은 모양 자체의 의미에 따라 해석한다.
- 커피 잔과 커피 잔 받침이 밀착되어 떨어지지 않는 경우는 “예언자의 컵”으로 불리는 이른바 대운. 잔 안쪽의 침전 형태를 읽을 필요도 없이 점괘 보기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