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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예 Oct 14. 2017

첫번째 섬, 데시마에 가다

섬에서 절반 #1 데시마

가장 먼저 들른 섬은 자급자족의 섬으로 불리는 데시마였다. 한문으로는 豊島. 말 그대로 풍요로운 섬이라는 뜻이려나, 하고 생각하며 다카마츠 항에서 데시마로 가는 배를 찾았다. 그런데 상상했던 커다란 페리가 아니라 작은 스피드 보트다. 이런 보트는 한번도 타본 적이 없는데 멀미로 고생하는게 아닐까 걱정하며 보트에 탑승했다. 생각보다는 흔들림이 적어 별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물 위를 나는 듯한 느낌으로 사방에 물을 흩뿌리며 질주하다보니 어느새 데시마의 이에우라 항(家浦港)에 도착. 35분 정도 걸렸다.


이쪽 동네의 섬 이야기를 하면서 세토우치 예술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동네 섬들 중, 잘 나가던 시절에는 들썩들썩했지만 이제는 많은 이들이 도시로 빠져나가고 몇몇 노인들만 남은 섬, 환경 오염 등의 원인으로 텅비어버린 섬(물론 지금은 오염에서 회복하였습니다) 등을 무대로 하여 3년마다 한번씩 국제적인 규모의 예술제가 열리는데 이 예술제가 바로 세토우치 예술제이다. 이 예술제는 각 섬의 모습과 어울리는 작품들이 전시되는게 특징인데, 주로 폐가를 리모델링한다든지, 그 지역의 지형을 그대로 반영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이런 작품들은 관객들의 '체험'이 바탕이 되는 작품들이 다수여서 단순히 눈으로만 관람한다기보다는 직접 작품 속으로 들어가 이런 저런 경험도 해볼 수 있다. 덕분에 예술제가 열리는 해가되면 이 조그만 섬들에 100만명 이상의 사람이 몰린다고 한다.


예술제가 열리고 있을 때 방문한다면 좀더 흥겹고 복작거리는 느낌에, 아마 여러 부대행사도 많이 열리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도 작품 관람은 가능(물론 아무 때나 모든 작품을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하니 선호하는 분위기에 따라 방문 시기를 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무튼 데시마에는 섬의 주요 포인트를 들르는 셔틀버스가 있긴 하지만 배차 간격은 한 시간에 한 대도 안되는 꼴이라 버스만 이용해 섬을 다 둘러보기는 좀 어렵다. 물론 택시도 있으나 섬 전체에 택시가 1대 뿐이라는 얘기가 있어 이 또한 만만치는 않을 듯. 결국 데시마에서의 이동 수단은 뚜벅이나 자전거(혹은 스쿠터)로 압축되는데, 구불구불한 산길에 오르막 내리막도 심해 자전거든 스쿠터든 숙련자가 아니면 위험할 것 같은 느낌이라 결국 우리는 뚜벅이와 셔틀버스의 콜라보를 활용하기로 했다.

만약 자전거를 빌린다면 반드시 전동 자전거로 하시길. 안 그랬다간 중간에 버리고 가고 싶어질 것이다.


이우라 항에서 셔틀버스를 타면 대부분의 승객들은 데시마 미술관까지 간다. 하지만 우리는 데시마 미술관보다 몇 정거장 앞인 시미즈마에(淸水前)에서 내리기로 했다. 버스 안의 승객들과 함께 우르르 미술관에 들어가고 싶지 않기도 했고 미리 주변 산책도 좀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버스 안에 벨이 없다. 이번 정거장에서 내려달라는 신호를 기사 아저씨께 어떻게 보내지? 하고 고민하다 다급하게 "내려주세요!!"를 외치자, 별일 아니라는 듯 느긋하게 버스 문이 열린다. 역시나 여기서 내리는 사람은 우리 뿐이다. 

시미즈마에(淸水前), 하지만 맑은 물이 아니고 푸른 물이었다.


"무사히 내렸어!"라는 안도감이 지나가고 나자 그제야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 선 것 같은 데시마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의 산책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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