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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동진 Oct 06. 2020

좋아서 하는 일

주는 마음이 다르면 받는 느낌도 다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좋아서 하는 사람을 못 이기고,
좋아서 하는 사람은
즐기며 하는 사람을 못 이긴다.


많이들 알고 있는 말이지만, 살아온 세월이 20년을 넘기고 세상 물정 다 알것 같은 나이가 되면 '맞아 역시 그렇지'라며 동감하기보다 '세상에서 몇 명이나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살겠어, 다 하기 싫어도 참고 사는 거지'라며 현실과는 동떨어진 한 줄 명언으로 치부하게 되는 말인 것 같아요.


지금 준비하는 일을 얼마나 좋아하고 있나요?


저는 광고대행사 인사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광고를 직접 만드는 역할은 아니지만, 인사팀으로서 항상 그들의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며 생활하죠. 보고 있자면, 그들이 얼마나 이 일을 좋아하는지 느껴집니다. 물론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으니 회사 지침도 따라야 하고, 광고주로부터 일을 받으니 광고주 간섭도 받아야 하는지라 언제나 즐기기만 하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도 최소한 그들은 진심으로 광고를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느껴져요.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냥 일이니까 열심히 하는 광고인은, 최소한 제가 입사한 이래로는 한 명도 못봤다고 단언합니다. 그런 그들이 가끔은 사뭇 감동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고요.


그래서일까요. 우리 회사의 광고기획이나 광고제작을 지원하는 이들의 자기소개서를 보면 광고에 대한 열정을 어필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자기가 광고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지금까지 얼마나 즐겁게 준비해 왔는지마치 친구들 앞에서 애인 자랑하듯이 어필합니다.


똑같이 우리 회사에 지원하더라도 지원 분야가 일반직무일 경우에는 자소서 스타일이 많이 다릅니다. 아마 대부분의 일반 사무직에 지원하는 이들의 자소서와 크게 다름이 없으리라 생각해요. 그러한 자소서의 주인공들은 (모두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는)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를 설명합니다. 좋은 학점을 유지하기 위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하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서 네트워크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내용들이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안타깝다는 생각도 감출 수가 없어요. 목적지가 그려지지 않은 지도를 들고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길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저는 취업이 목적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다시 같은 비유를 하자면, 취업은 지도 위에 그려진 수많은 길들일 뿐입니다. 어느 길을 통해서 어디에 가고 싶은 것인지, 그것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결국 취업 준비의 가장 첫 번째 단계는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도 위에 목적지를 먼저 찍고, 그 다음으로 거기에 갈 수 있는 길에 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순서 상 맞지 않을까요?


그러기엔 이미 늦었어요, 당장 올해가 가기 전에 취업을 해야 먹고살아요,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럼 급한 대로 지원하는 분야를 억지로라도 좋아하도록 노력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게 말이야 막걸리야, 하지 말고 진짜로 그렇게 한 번 노력해 보세요. 식품분야 회사에 지원하는 것이라면 지금부터라도 다양한 식자재에 관심을 가져보고, 직접 요리도 해보는 겁니다. 쇼핑분야 회사에 지원하는 것이라면 지금부터라도 다양한 쇼핑몰을 구경하러 다니면서 입지조건도 알아보고, 점포 간 점원들의 서비스 태도도 비교해보면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것이죠. 신문에서 관련 분야 기사만 찾아서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그 분야를 좋아하려고 노력해보세요. 처음에는 그냥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 정말로 그 일에, 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좋아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좋아한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고 나니 진짜 좋아하게 되었다, 라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좋아서 하는 일은 누가 봐도 티가 납니다.


우리 회사는 정기적으로 전 직원이 참석하는 조회를 실시합니다. 2020년은 코로나19 사태로 무한정 보류되었지만, 그 이전에는 매월 또는 격월로 전 직원이 참여하는 회사의 대표적인 행사였죠. 조회의 마지막엔 항상 대표이사님이 특정 주제를 가지고 발표를 하십니다. 주로 회사 경영상황에 대한 이야기나 다양한 사내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다 한 번은 어느 여름 조회시간에, 휴가시즌도 다가왔는데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하자며 본인이 좋아하시는 책과 영화를 소개하는 걸로 발표를 대신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때만큼 신이 나서 이야기하시는 대표이사님을 본 적이 없어요. 회사의 실적이 어떻고, 올해의 목표 대비 달성률이 어떻고, 앞으로 광고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할 때보다 훨씬 생기있는 말투로 발표를 이어나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할 때 스스로 신이 나고 즐거운 법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취업 준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그렇고 면접을 볼 때도 그렇습니다. 쓰는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쓰는 것 마냥 신나게 써 내려가야 읽는 사람도 즐겁게 술술 읽어나가는 법이며,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서 말하는 것 마냥 재미나게 이야기를 해야 듣는 사람도 화자의 진심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이야기를 듣는 법입니다. 이 사람은 없는 내용을 열심히 쥐어짜서 글을 썼구나, 혹은 이 사람은 자기 자신이 한 일을 과장해서 이야기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되면 솔직히 독자로서도, 청자로서도 재미가 안 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소서도 결국엔 하나의 글이고, 읽는 사람은 한 명의 독자인 셈이니까요.


취업은 목표가 아닌 수단입니다.


부디 취업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말고 목표로 삼은 분야에 취업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합니다. 사실 취업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께 꼭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이 이번 챕터의 주제입니다. 이것만 가슴 속에 새겨주신다고 하면, 나머지 챕터들은 읽지 않고 덮으셔도 됩니다. '열심히 해보려는 일'이 아니라 '좋아서 하는 일'에 지원하기를, 그러한 일을 꼭 찾아 내기를, 온 마음으로 권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입사하고 나서 금새 퇴사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버리고 말겁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한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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