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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동진 Aug 06. 2020

서문 : 퇴사하면 행복할까?

일단, 입사부터 해봅시다.

언제부터인가 퇴사에 대한 책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퇴사 준비생의 도쿄, 직장인 퇴사 공부법, 퇴사하겠습니다, 퇴사 후 비로소 나다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등등. 호기심에 저도 몇 권 읽어보기도 했어요. 재미있더군요. 특히 10년째 인사팀에만 몸담고 있는, 뼛속까지 인사쟁이인 제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이러한 책들을 보고서 마음에 확 불이 당겨 내일 당장이라도 사직서를 들고 찾아오면 어쩌나, 장난기 어린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퇴사를 하면 행복할까요?


여기에 대한 대답은 정말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 있고, 당면해야 할 현실이 있고, 그 현실을 지탱해주는 꿈이 있을 테니까요. 힘닿는 데까지 직장인으로 남아있자고 다짐하며 사는 저에게 퇴사가 행복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까지 같으리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퇴사 면담을 하러 온 직원들에게는 온 마음으로 응원을 해줍니다. 회사 업무나 상사가 힘들어서 퇴사하고 싶다는 직원들에게는 돌파구를 찾아줄 수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이 생겼거나 행복을 찾아서 퇴사하겠다는 직원들에게는 제가 줄 수 있는 대안이 없으니, 응원할 수밖에요.


서론을 보고서 착각하실 수도 있겠는데요,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퇴사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와는 정 반대로 입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2019년 실업률은 이전 대비 다소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이슈로 인해 다시금 불안한 그래프를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장기적으로 볼 때, 저성장으로 인한 수축사회로 접어들면서 청년 실업률은 결코 장밋빛이라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죠.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청년들이 직장을 구하기 위해 마음을 졸이며 동분서주하고 있을 겁니다.


인사팀에서 채용, 교육, 평가 등을 담당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니 어느새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인사 업무도 굉장히 다양한 카테고리로 나누어지는데, 그 중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보람찼던 게 채용 업무였던 것 같아요. 인사팀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업무 결과로 인해 누군가는 기쁨을 맞이하고 누군가는 아쉬움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우면서도 보람찼습니다. 합격자에게 결과 통보를 할 때는 저도 같이 덩달아 기뻤지만, 불합격자에게 안타까움을 전달해야 할 때는 반대로 저도 참으로 마음이 안 좋고 힘들었죠. 자칫 위로가 아닌 연민으로 받아들여질까, 쉽사리 위로의 말도 하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느 날 문득, 인사담당자로서의 10년의 생활을 되돌아보면서 그러한 친구들에게 위로가 아닌 응원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단 우리회사뿐만 아니라,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모든 청춘들, 입사를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젊음들에게 그간 인사담당자로서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나누면서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졌다,라고 말하면 좀 건방진가요? 아무튼 저는,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제가 경험한 다양한 인사업무들 중, 채용을 담당하면서 몸으로 겪고, 마음으로 느낀 점들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써 내려가는 글이라, 취업의 바이블이라든지 하는 거창한 부제를 붙일 자신은 없습니다. 최대한 통상적인 내용으로, 최대한 많은 취준생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로 채워보고자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들 합니다.


제가 보기엔 회사생활도 같아요.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입니다. 그토록 갈망하던 취업에 성공하고 나서도 얼마 후엔 퇴사에 목마르게 되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 어찌 됐든, 경험해 보기 위해서는 일단 입사는 해봐야죠?


여러분의 취업 준비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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