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동진 Oct 08. 2020

면접날 지각하면 어떻게 되나요?

지각은 단순히 시간의 늦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집요강이 올라오고 나서 지원서를 제출하기까지 제공하는 기간은 통상적으로 열흘 가까이 됩니다. 물론 회사 상황이나 전형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지원서를 준비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라고 판단한 결과로 산출된 기간입니다. 그럼에도 거의 매년 받게 되는 문의전화가 있습니다.

"제가 11시59분에 지원서를 올리려고 접속했는데, 서버가 다운되면서 최종 제출이 안되었어요.

한번만 봐주시면 안될까요?"


어찌 보면 1분이 남았는데 시스템의 문제로 업로드를 하지 못한 것은 회사의 책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도 모든 얘기치 못한 순간을 대비할 수는 없습니다. 그게 현실이에요. 막판에 더 많은 지원자가 몰릴 것을 대비해 서버를 구축해 놓지만, 그 예상을 뛰어넘는 지원자가 몰리게 되면 서버가 다운되기도 합니다.


그럼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까지 미리 파악해서 준비해 놓으면 되지 않느냐,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습니다. 회사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효율성이 최우선시되는 집단입니다. 무작정 최고 수준의 서버를 구축해 놓는 것은 수지타산에 맞지 않습니다. 예년 수준을 감안하여 적정수준까지 시스템을 개발해 놓고, 그 범위를 넘어가면 회사로서도 어쩔 수 없게 되는 겁니다.


결론은, 지원자 입장에서 미리 준비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제발, 부디, 최종 기한 하루 전까지는 지원서 준비를 완료해 주세요. 그리고 기한일에는 최종 검수 후 지체없이 제출하세요. 물론 지원자들의 심정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됩니다. 한 번 제출하면 회수할 수 없으니,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검토를 해보고 제출하고 싶은 마음이 크겠지요. 아니 그 전에, 최대한 높은 수준의 지원서를 만들기 위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노력을 기울이겠죠. 이해해요. 저 또한 그러한 마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완벽한 지원서를 제출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시간을 지키는 것입니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완벽하지 못한 지원서를 기한 내에 제출하면 어찌됐든 회사에서 내 지원서를 읽어볼 기회는 제공하게 되지만, 기한 내에 제출을 못하면 아예 내 지원서를 읽어볼 기회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니까요.


비단 지원서 제출 뿐이 아닙니다.


면접 참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또한 (매년까지는 아니지만) 심심치 않게 지각자가 발생하곤 합니다. 물론 면접을 못볼 정도로 늦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 정도라면 지원자가 우리회사에 올 마음이 없는 것이겠죠. 5분, 길게는 10분 정도 지각을 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합니다. 면접 안내는 정시에 시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지각을 한 지원자들은 헐레벌떡 대기장으로 들어와서 숨을 고르면서 도중부터 안내를 듣게 됩니다. 물론 중요한 부분은 개별적으로 다시 안내를 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 역시 면접을 못볼 정도로 타격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10분 일찍 도착해서 마음을 가다듬고 면접을 시작하는 면접자와, 10분 늦게 도착해서 불안한 마음으로 면접을 시작하는 면접자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후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할 부분이지만, 면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차분함'입니다. 이는 마냥 조용한 성격과 조곤조곤한 말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격과 말투, 자세를 떠나서 준비된 사람이 주는 차분함이란게 있습니다. 이러한 차분함을 만드는 것은 물론 장기간 준비해 온 노력의 시간들이겠지만, 잘 만들어진 차분함이 몇 분의 지각으로 인해 흐트러진다면 그야말로 막심한 손해가 아닐 수 없겠지요.


면접 시간도 조율이 가능합니다.


수년 전 제가 직접 채용을 담당던 시절, 면접 안내를 실시한 후 바로 다음날 전화가 한 통 걸려왔습니다. 지원자 중 한 명이었는데, 배정받은 면접시간에 참석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현재 잠시 외국에 여행을 왔는데, 면접 당일에 귀국을 하기 때문에 시간만 뒤로 미뤄주면 공항에서 바로 면접을 보러 오겠다고 했습니다.


'중요한 면접 시즌에 감히 해외여행을 다녀와?'라고 생각하는 담당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저로서는 공항에서 바로 면접을 보러 오겠다는 태도가 더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여행이야 개인사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다녀와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해외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다녀왔을 수도 있고, 다시는 못 볼 친구와 마지막 여행을 다녀왔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연락해 어떻게든 면접을 보고자 한다는 것이 현실적이면서도 간절하게 느껴졌나봅니다.


아무튼, 저는 당일 면접자들에게 다시금 양해를 구하고 시간을 조정해 해당 면접자가 오후에 면접을 볼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그 면접자가 최종적으로 합격을 했는지 여부는 묻어두겠습니다.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면접에 늦을 것 같으면 사전 조율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면접도 사람이 진행하는 일이니까요. 물론 그 사유가 충분히 납득할만한 것이어야 하겠지요. 전날 술을 많이 먹고 늦잠을 잘 예정이라 시간을 바꿔달라고 하면 아마도 그냥 충분히 자고 면접은 보러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납득할 수 있는 사유로 인해 지각이 예상된다면, 아둥바둥 시간에 맞추려고 하다가 늦기보다는 미리 회사와 조율해서 시간을 안정적으로 조정하세요. 지원자로서도, 회사로서도 그 편이 훨씬 합리적이고 업무 진행에 차질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유치원에서 배운 대로만 생활한다면, 세상에 범죄는 없을 것이다.


제가 중학생 시절에 읽었던 어느 명언집 비슷한 책에서 읽은 문구입니다. 누가 한 말인지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내용은 정확히 기억납니다. 그만큼 모두가 아는 기본만 지키고 산다면 그 이상은 지키느라 노력할 필요도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점이 지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회사가 최소한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하려면, 딱 한 발짝만 먼저 움직이세요. 지각하지 않는 태도가 습관이 된다면 나중에 실제로 취업을 하고 나서도, 비단 취업이 아니라 그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결단코 독이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럼 지금 저는 그렇게 사느냐구요? 그건 비밀로 하겠습니다 ;)

이전 03화 스펙, 어디까지 준비해봤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