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의 경중을 물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참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우선 서류에 붙어야 면접을 볼 기회도 주어지는 것이니, 서류가 더 중요하다고 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면접에서 떨어지면 최종 합격을 하는 것은 아니니, 면접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옳다고 하던 황희 정승처럼, 서류전형도 중요하고 면접전형도 중요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는 제가 좀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두 전형의 경중을 떠나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면접전형은 서류전형보다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서류전형은 한 번 쓰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크게 고칠 일이 없습니다. 회사별로 양식이 조금씩 다르긴 합니다만, 대동소이한 편입니다. 자기소개서는 회사별로 다르게 작성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요. 어느 회사에나 똑같은 자기소개서를 회사명만 바꿔서 제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게으름입니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는 온전히 서류전형에 포함된 것이라고 취급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언급된 내용이지만, 실제로 서류전형 시에 자기소개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보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특히 지원자수가 수백 명을 넘어서는 대기업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서류전형에 있어서 자기소개서는 아주 불성실하게 작성하거나, 전혀 다른 내용을 작성하거나 하지 않은 경우라면 대부분 통과한다고 보셔도 됩니다. 오히려 자기소개서는 면접전형에 더 중요하게 사용됩니다. 그 내용을 토대로 면접 질문의 큰 틀을 구성하고, 세부 질문을 뽑아내니까요. 때문에 오히려 자기소개서는 면접전형의 일부라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할 수도 있습니다.
잠깐 이야기가 옆길로 샜는데요, 아무튼 이렇다 보니 서류전형은 한 번 작성하고 나면 더 이상 특별히 준비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하지만 면접전형은 꾸준히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면접 유형에 따라 예상문제를 뽑아내서 자문자답해보고, 예상치 못한 질문에 대한 대처능력도 반복적으로 훈련해보고, 긴장하지 않도록 모의면접도 해봐야 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이번에는 두 챕터에 걸쳐서 면접의 종류와 면접 질문의 유형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제가 드리는 팁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드리는 팁이며, 공식적인 분석 결과를 통해 도출해 낸 뭔가 굉장히 과학적이고 전략적인 행위의 결과물은 아닙니다.
역량면접 : 과거 경험을 토대로 현재의 역량을 가늠합니다.
회사마다 부르는 명칭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에는 역량면접 또는 구조화면접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1대 1 구두면접으로 진행되며, 대부분 자기소개서에 작성하여 제출한 내용들을 토대로 질문이 이루어집니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역량'의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역량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들과 연구기관들에서 저마다의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 그 공통점을 모아서 요약하자면 '특정 분야에서 높은 성과를 달성하는 사람의 패턴화 된 행동양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지원자의 행동양식을 파악하여 그에 해당하는 역량이 충분한지를 판단하는 면접이 역량면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성실성'이라는 역량이 있다고 하면, 이를 측정하기 위해서 얼마나 성실한지 직접 일을 시켜보는 대신 과거의 행동양식을 토대로 얼마나 성실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자기소개서에 작성한 과거 사실이 정말 사실인지, 꾸며낸 이야기는 아닌 지를 확인하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거짓으로 쓰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역량면접의 압박 질문을 이겨내지 못하고 거짓인 것이 밝혀지면, 다른 전형의 점수들이 아무리 높더라도 합격과는 영영 작별을 고해야 할 것입니다. 그 외에도 평소 관심분야나 전공에 관련된 질문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PT면접 : 분석력과 논리력, 발표력을 평가합니다.
PT면접은 단시간 내에 얼마나 자료를 잘 분석하고, 논리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를 설득력 있게 발표하는지를 보는 면접입니다. 셋 중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할까요? PT면접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발표능력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제 견해는 다릅니다. 자료를 어떻게 분석하는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자료 분석이 잘못되면 이후의 절차들도 함께 망하기 때문입니다.
지원자는 다양한 자료를 나름대로 해석하여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 내야 하는데요, 1시간 내외의 짧은 시간 안에 주어진 자료를 의미 있게 분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은 굉장히 비슷한 결론을 도출하게 됩니다. 어떤 자료든지, 누가 보더라도 눈치챌 수 있는 굵직한 흐름은 존재하기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간혹, 남들이 보지 못한 포인트를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3개년 매출자료를 보고 단순히 매출이 올랐나 내렸나를 파악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와중에 어느 품목은 반대의 그래프를 그렸다든지, 경쟁사와의 그래프를 비교해보면 결과가 다르게 해석된다는지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얼핏 보기엔 그 정도는 충분히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제한된 시간 내에서 심리적 부담감을 안고서 자료를 접하게 되면 시야가 극도로 좁아지기 때문에 결코 쉽게 생각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발표력과 아이디어 도출능력도 중요합니다. 좋은 결과를 도출했다 하더라도 제대로 발표하지 못하고 더듬거리거나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인다면, 좋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 것입니다. 아이디어 도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창의력이 아닌 논리력입니다. 주어진 시간 내에 뭔가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면접위원들이 보고자 하는 것은 '얼마나 참신한 아이디어인가'가 아니라, '현재의 상황을 분석한 결과와 얼마나 논리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는가'입니다. 결국 자료를 남다르게 분석하고, 그 결과와 논리적으로 연결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에 대해서 발표까지 잘하는 3박자를 다 갖춘다면 최고의 점수를 받을 수 있겠지요. 좀 뻔한 이야기인가요?
토론면접 : 유재석이 되어야 합니다.
다수의 지원자에게 하나의 주제를 던져주고, 그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을 하도록 시킨 다음 어떻게 토론이 진행되는지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면접입니다. 주로 찬반이 쉽게 갈릴 수 있는 주제보다는 선과 악이 불명확하여 찬성과 반대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애매한 주제가 선정됩니다. 별도의 진행자도 없기 때문에, 지원자들끼리 알아서 진행을 해야 합니다.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진행자 역할을 선점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차분히 말하는 것이 물론 가장 중요하겠지만, 거기에 더불어 '혹시 다른 의견 있으신 분은 말씀해 주십시요' 라던지 '아까 아무개님과 홍길동님은 이런 의견을 주셨지만' 등과 같은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만으로도 본인을 진행자로서 인식시킬 수 있고, 리더십 있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정치나 종교와 같은 민감한 주제보다는 해당 시점에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이 주제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평소 뉴스 기사와 논평을 잘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편집한 내용들로만 구성하기보다는 평소 본인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좀 더 묵직하고 진정성 있는 내용으로 보여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의하셔야 할 점은, 너무 장황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여러 지원자들의 의견을 한꺼번에 두루 들어봐야 하는 면접위원의 입장에서는 서론이나 부연설명이 너무 길어지면 지루함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최대한 간결하게, 그 와중에도 논리적으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네, 물론 어렵죠. 빨리 나부터 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하고 싶은 말을 머릿속으로 한 번 되짚어본 다음 입 밖으로 꺼내는 훈련을 하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임원면접 : relax가 관건입니다.
인성면접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면접은, 최근에는 그 비중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과학적 면접기법을 바탕으로 구성된 면접이 아니라, 소위 '높은 분들'의 주관적 판단에 기대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보통 1대1 보다는 1대多의 구두면접으로 이루어지며, 한 사람씩 답변할 기회를 주거나 아예 답변할 사람을 찍어서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면접위원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질문들을 하기 때문에 기출문제가 별 소용이 없습니다.
제가 직접 참여해보기도 하고, 옆에서 진행해보기도 한 경험 상으로는 임원면접은 그냥 마음을 비우고 삼촌이나 큰아버지랑 이야기한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소 연령대가 있는 임원면접의 면접위원들은 어디에서든 위축되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기본적으로 선호합니다. 때문에 적절한 농담을 섞는 용기도 부려볼 만합니다(물론 '적절한' 농담이어야 하겠지만요). 자세도 너무 경직된 자세보다는 자연스러운 자세가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주먹을 쥐고 있는 것보다는 무릎 위에 손을 펴고 있는 자세를 더 좋아하는데, 이는 호불호가 있으므로 제가 함부로 팁을 드리지는 못하겠네요. 다만 허리는 반드시 꼳꼳하게 펴고 계세요. 구부정한 모습은 누가 봐도 좋지 않죠.
면접이 다양해지면서 면접에 대한 명칭들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4개의 유형 중 하나에 속한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더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서 온라인 비대면 면접을 실시하는 회사가 많아졌지요. 하지만 그 역시 내용으로 분류하자면 대부분 이 안에 포함되기 마련입니다. 또한 이색적으로 합숙면접이나 음주면접, 등산면접 등 특이한 면접을 실시하는 회사들도 있는데, 이러한 부분까지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네요. 하지만 본인이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에서 과거 어떤 유형의 면접들을 실시했는지 정도는 미리 파악해 두셔야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