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년간 채용을 담당하다 보면, 생각보다 높은 확률로 한 번 면접 또는 인턴십에서 탈락했던 지원자가 이듬해에 다시 지원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어쩌면 통상적인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광고업계의 경우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회사 자체가 적을뿐더러, 채용 규모도 해가 갈수록 줄고 있는 추세여서 광고인이 되겠다는 욕심이 있다면 한 해에 가질 수 있는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 취업 실패를 겪고 나면 이듬해에 거의 유사한 회사들을 대상으로 다시 원서를 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취준생들의 고민은 재지원에 대해서 회사가 과연 좋게 볼 것이냐, 나쁘게 볼 것이냐입니다. 채용설명회에서도 이러한 질문이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보통은 재지원에 대한 불이익이 있는지를 더 걱정합니다.
"제가 작년에 이 회사에 불합격한 경험이 있는데요, 다시 지원하면 불이익이 있을까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일하는 회사에서는 (그리고 아마도 많은 회사들이) 재지원 자체에 감점을 매기거나 불이익을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과거 저희 회사에 대해서 '입사 포기'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서류-면접-인턴십을 거쳐서 최종 합격을 했는데, 회사 사정이 아닌 본인의 의지로 입사를 포기하고 안 오겠다고 했던 지원자에 대해서는 감점이나 불이익이 아니라 아예 재응시가 불가능하도록 서류전형 단계에서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재지원하더라도 전혀 문제는 없습니다. 오히려 다시 저희 회사를 찾아줄 정도로 충성고객(?)이라는 점에 대해서 고마움을 느끼는 편이죠. 실제로도 2년 연속 지원한 지원자들을 면접 대기장에서 만나서 "올해도 오셨네요. 준비는 잘하셨어요?"라는 응원의 인사말을 나눈 게 수 차례 됩니다.
그렇다면 재지원은 실이 아닌 득으로 보는 게 맞을까요?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즐겨 보는 편입니다. 아니, 사실 매 시즌마다 본방을 사수해가며 열심히 봅니다. 학창 시절부터 힙합을 참 좋아했거든요. 이런 TMI는 제쳐두고, 그 프로그램을 보면 해가 갈수록 과거 참가 경험이 있는대도 재도전하는 지원자들이 많아집니다. 심지어 예전에 본선 진출은 물론이고 제법 좋은 성적을 기록한 가수들도 제법 많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쌓아온 실력이면 이번에는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겠다, 싶은 마음에 지원하는 것이겠지요. 그러한 재지원자들을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과거 좋은 성적을 거뒀던 사람들이 재도전하는 게 마냥 플러스 요인만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물론 기본적인 네임밸류는 미리 챙기고 시작할 수 있지만, 저희로서는 그들이 재도전한 만큼 뭔가 지난번보다 발전된 모습을 기대하게 되거든요. 첫 참가자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여 평가할 수는 없죠. 그만큼 적용되는 기대치가 다르다고 보시면 돼요."
채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재지원을 마냥 득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사실 서류전형에서는 재지원 여부가 거의 작용하지 않아요. 일반전형이라면 정해진 스펙에는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고, 무스펙전형이라면 어차피 지원자의 인사정보를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되므로 지원 경험 여부가 작용할 여지가 없습니다.
재지원 여부가 영향을 끼치는 것은 면접 또는 인턴십에 있어서입니다. '쇼미더머니'에서와 마찬가지로, 회사에서도 지원자가 과거 우리 회사에 지원을 했던, 또는 우리 회사에서 인턴십을 했던 경험이 있다고 하면 기대치가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평가위원은 매년 바뀌기 때문에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정량적으로 또는 수치적으로 비교하여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심리적 잣대가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과거 지원 경력이 있는 사람과 이번이 첫 지원인 사람과의 비교는 동일선상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물론 결과는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합격하기 마련이지만, 그 합격점을 받기까지 미치는 영향력이 생기는 것이지요.
결국 재지원에는 특별히 득이나 실이 있다고 볼 수는 없으며, 정답이 없습니다. 그저 본인의 판단에 맡기는 수밖에요. 제가 어찌 감히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결정을 앞에 두고 쉽사리 재지원하세요, 또는 하지 마세요 라고 조언할 수 있겠어요. 많은 재지원자들이 문을 두드리는 것에 비해서 실제로 회사에 입사하는 케이스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고, 반대로 재지원을 통해 입사한 후배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에 대한 확률은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결국 본인에게는 합격하느냐 불합격하느냐, 둘 중 하나니까요.
Best People이 아닌 Right People
경력사원의 경우이긴 합니다만, 이전 회사에서는 평판이 그저 그런 직원이었는데 저희 회사로 이직한 후에는 높은 성과를 달성해서 승승장구한 분이 있습니다. 실제로 임원 후보로까지 거론되었는데, 본인이 꿈꾸는 바가 있으셔서 지금은 퇴사를 하셨지요. 반대로 이전 회사에서는 장래가 유망하다고 하여 어렵게 스카우트를 했는데, 막상 저희 회사에서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본인 스스로도 적응하지 못하신 분도 있습니다. 그분은 저희 회사로 오신지 2년 만에 다시 다른 직장을 찾아 이직을 하셨습니다.
회사는 최고의 인재를 뽑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최적의 인재를 뽑기 위해 노력합니다. 무조건 최고의 인재만을 고집하다가는 채용 비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위의 예시처럼 그 사람이 우리 회사에 정말 적합한 사람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채용도 결국 사람(직원)과 조직(회사)의 궁합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안 좋은 사람일 수도 있고, 우리는 그러한 경험을 쌓아가며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게 됩니다. 본인이 가고자 했던 회사에서 탈락했다면, 그냥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만입니다. 어쩌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회사에 입사해서 더 좋은 경험을 하고, 더 나은 생활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 회사 아니면 안돼'라는 마음가짐보다는, 본인과 잘 맞는, 그래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고 다양한 지원 경험을 넓혀나가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성공하지 않는 10,000번의 방법을 찾은 것뿐이다.
너무도 유명한 에디슨의 말이죠. 이 말처럼, 제가 드리는 결론은 (다소 허무하게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재지원이라는 것 자체에 의미를 담지 않으셨으면 하는 겁니다. 다시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마지막 한 번의 성공하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도전해보세요. 단단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회사는 지원자의 지원 횟수에 관심 있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의 준비된 역량에 관심이 있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