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은 결국 큰 틀에서 보자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하는 '소통'의 하나입니다. 다만 그 목적성이 굉장히 뚜렷하다는 특징이 있는 것이죠. 목적성이 뚜렷하다 보니, 오랜 시간 동안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그 유형을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면접을 실시할 때 면접관들이 주로 하는 질문들을 제 나름대로 카테고라이징 해보았습니다. 정확한 데이터 분석 기법을 통해서 도출된 결과도 아니고, 엄청 세밀하게 분류된 내용도 아니기 때문에 그냥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볍게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신변잡기 : 나만의 관심사 하나쯤은 있어야 합니다.
말 그대로 신변잡기에 대해서 묻는 경우입니다. 예전에는 면접 유형과 상관없이 구두면접 형태의 면접에서라면 흔히 물어보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해서 활용되기도 했구요.
후보자의 취미나 특기, 후보자만의 특이사항을 물어봅니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단답형보다는 뭔가 추가 질문이 나올 수 있을만한 대답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컨대 '취미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단순히 '요리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것보다는, 이왕이면 '프랑스 가정식 요리를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면접관의 흥미를 더 당길 수 있겠죠. 그럼 왜 하필 프랑스 가정식이냐, 그중에서 가장 잘하는 요리는 무엇이냐, 프랑스어는 할 줄 아느냐 등 추가 질문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추가 질문들이 반드시 면접 점수에 좋은 영향을 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다만 서두에서 이야기했듯이, 면접도 결국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의 일환입니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아는 사람과 대화하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분위기가 딱딱하게 정해진 질문과 답만 주고받는 분위기보다는 더 좋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튀어 보이기 위해서 대답을 지어내는 것은 지양하세요. 얼마든지 추가 질문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나중에 그 대답이 거짓이었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면 타격이 큽니다. 진정성은 어떤 상황에서든 1순위로 꼽히는 덕목입니다.
자기소개서 내용 : 자기가 무슨 내용을 썼는지 완벽히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주로 실무면접이나 역량면접에서 묻는 질문입니다. 자기소개서에 지원자가 작성해서 제출한 내용을 읽어보고, 그중 면접관으로서 관심이 가는 내용에 대해서 깊이 파고들어 묻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자기소개서에 쓴 내용 중에서도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겠다, 입사 후 포부가 무엇이다 등 미래에 대한 내용보다는 과거에 어떤 경험이 있었다, 대학생활 이외에 어떤 대외활동을 했었다 등 과거에 실제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묻어볼 확률이 높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래에 대해 쓴 내용은 얼마든지 지어낼 수가 있잖아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상상으로 작성한 내용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진정성을 검증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과거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묻는 것은, 100%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검증이 가능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공세를 통해서 그것을 검증하죠. 그래서 압박면접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면도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에 대해서 주로 묻는다고 했지만, 단순히 어떤 경험을 했는지만을 묻고 끝나지는 않습니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서 어떤 점을 느꼈고, 그것이 본인에게 어떤 가치를 갖게 되었는지, 나아가 향후 그 가치를 어떻게 발전시켜서 본인 또는 회사에 플러스 요인이 되게 할 것인지까지 묻기도 합니다. 때문에 자기소개서에 작성한 내용을 달달 외우고 가는 것은 기본이며, 그로 인해 얻은 배움과 발전방향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리 모범답안을 만들어 가기는 힘들겠지만, 한 번 고민해 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현장에서 큰 차이를 발생시킵니다.
전공 지식 : 생각보다 깊이 있는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제가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기 전, 취업준비를 하면서 겪은 일화입니다. 어느 공기업의 홍보/마케팅팀에 지원해서 실무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지원자 3명이 함께 참석하는 多대多 면접이었습니다.
"세분 중 유일하게 임동진씨만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셨네요. 현재 우리 회사가 어떤 접근방식으로 홍보활동을 펼치면 좋을지, 대학에서 배운 이론을 토대로 설명해 주실래요?"
저는 말문이 턱 막혔습니다. 솔직히 대학교에서 PR 수업을 듣긴 했지만, 거기에서 나왔던 이론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기란 쉽지 않죠. 더구나 면접이라는 긴장된 상황이었던지라,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배웠던 이론은 한 방울도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론과는 전혀 무관한,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답을 내놓았고, 그 회사에는 보기 좋게 떨어졌죠.
전공 지식은 아무래도 전문성이 높은 직무일수록, 그리고 모집 요강에서 특정 전공자에게 가점을 주거나 우대해준다고 명시한 직무일수록 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본기 테스트 차원에서 아주 기초적인 질문을 하기도 하지만, 제가 겪은 사례처럼 이를 응용하여 문제 해결을 원하는 수준까지 묻기도 합니다.
사실 이러한 전공 지식에 대해서는 별도로 준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관련 학문을 대표하는 학자나 그가 실시한 연구, 학문의 대략적인 변천사 등은 미리 공부를 해두시면 좋습니다. 하지만 대학 시절에 배운 내용을 다시 다 복습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 방대한 양 중에서 어떤 부분을 물을지 예측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할 테니 모르는 질문이 나왔을 때를 대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 배운 내용이기 때문에 면접이 끝나는 대로 확인해서 다시는 잊지 않겠습니다' 라거나, '너무 긴장한 나머지 관련 이론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 생각에는 이러저러한 접근 방법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등 자신만의 센스 있는 대답을 연습해 두면 좋겠지요.
엉뚱한 질문 : 대답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스타벅스의 작년 매출은 어느 정도일까요?
서울시에 있는 맨홀 뚜껑은 모두 몇 개일까요?
본인의 휴대폰 연락처에 저장된 사람들 중 절반을 삭제해야 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삭제하겠습니까?
이 질문들은 모두 실제로 예전에 면접 시 사용되었던 질문들입니다. 한 때 이처럼 순발력과 창의력을 요하는 질문들이 유행처럼 번져서 각종 면접장에서 인기몰이(?)를 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질문 유형은 (여전히 고집하는 회사도 있긴 하지만) 많이 사라진 추세입니다.
이러한 질문에 대답을 잘하는 사람이 통찰력도 좋고 창의력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제 짧은 소견으로는 그닥 큰 상관관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순간의 기지를 발휘하여 재치 있는 답변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것만 가지고 그 사람의 통찰력이나 창의력을 대변할 수 있느냐 하면 그렇다고 대답하기에는 너무 불안한 것이죠. 앞으로 긴 시간을 함께 할 직원을 뽑는 상황에서, 회사로서는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순발력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논리적이고 경험적인 면을 더 중시해서 사람을 뽑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질문에 대답을 잘 못했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는 없습니다.
질문 자체가 정답을 맞히길 바라고 물어보는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대답을 하든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본인의 대답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필요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그냥 왠지 그럴 것 같아서요'라고 대답한다면, 잔인하지만 0점짜리 답변입니다. 논리적으로 맞든 틀리든, 본인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게으른 천재는 노력하는 범재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요. 사실 현실에서는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 참 씁쓸합니다.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게으른 천재들이 더 잘 먹고 잘 사는 모습도 생각보다 많이 보이거든요. 하지만 면접에서만큼은, 저 말은 통한다고 믿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기발한 답변 한 두 개만 잘 한 사람과, 열심히 준비해서 대부분의 질문에 착실하게 대답한 사람이 있다면 후자가 뽑힐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어떠한 종류의 질문이라도 다 돌파할 수 있는 것이 '자신감'과 '진정성'입니다. 면접에서 10명이 같은 질문을 받았다면, 좋은 답은 10개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단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자신감과 진정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좋은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