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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동진 Oct 23. 2020

면접을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

면접 준비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나름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회사에 다닌 덕인지, 채용을 메인으로 담당하던 시절에는 매년 채용설명회를 나가곤 했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나간 경우도 있지만, 오롯이 제가 다니는 회사 차원에서 광고대행사 입사를 꿈꾸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한 경우도 적지 않았지요.


처음 설명회 자료를 만들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원 시절이라,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지를 떠올리기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경험도 부족한 탓에, 내가 취준생 시절에 궁금했던 게 무엇인지를 떠올리기보다 그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회사에 좀 더 많은 지원자가 몰릴까, 어떻게 설명해야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에 대해서 빼놓지 않고 다 설명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던 것 같아요.


몇 번의 경험이 쌓이고 나서야, 청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보다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자보다 후자에 포커스를 맞추고 설명회를 하니 자연스럽게 전자의 문제도 같이 해결이 되었습니다. 물론 둘 다 중요합니다. 어느 한쪽에만 무게를 다 싣고 이야기를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느냐가 관건이겠지요.


면접에 있어서도 무게중심을 잘 두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면접이란 게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 내용을 가지고 합격이냐 불합격이냐를 판단하게 되죠. 그렇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열심히 풀어내는 것과, 면접관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주는 것 중 어느 것이 합격에 더 가까운 결과를 이끌어 낼지는 뻔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면접관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무엇이냐. 여기에 대해서는 저도 말을 아낄 수밖에 없네요. 저희 회사 이야기를 하자니 업무상 비밀(?)을 폭로하는 것이 되고, 섣불리 다른 회사 이야기를 하자니 자칫 잘못하면 거짓부렁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대신 여기서는 저희 회사에 합격한 후배 중 한 명에게 직접 들은, 과연 그는 어떻게 면접을 준비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드리고자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 역시 완벽한 답이라거나 무릎을 탁 칠만큼 기똥찬 아이디어는 아닙니다만,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시 후배의 이야기를 옮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해야 해요. 기본적으로 자소서에 나온 질문들을 토대로 준비하는 게 가장 쉽기도 하고,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성장과정 중에 남들과는 다른 시절을 보낸 경험이라든지, 이 회사 또는 직무에 지원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든지, 관련된 대외활동이나 동아리 활동 경험이라든지 등에 대해서 하나하나 정리해 보는 거죠. 그리고 나서 그들 중 면접관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이 무엇인지를 골라내는 작업을 해요. 골라내기 가장 쉬운 것은 정말 특이한 경험들이죠. 유년시절을 외국에서 보냈다든지, 남들은 쉽게 경험하지 못할 법한 사건을 경험해 봤다든지 하는 것들이요.


하지만 누구나가 이러한 경험을 접하기란 쉽지 않잖아요? 우리는 대부분 보통의 환경에서 보통의 경험을 하고 자라온 보통 사람들이니까요. 그렇다면 그러한 보통의 경험들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면접관이 어떻게 듣고 싶은 이야기로 꾸밀지' 고민해 보는 거예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가 있다면 뻔한 이야기는 다 제쳐두고 그중 가장 핵심적인 성공요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했어요. 반대로 프로젝트를 실패한 사례가 있다면 실패 요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있는지, 이를 극복해서 다른 성공사례를 만들어낸 것은 없는지에 대해서 생각했지요. 실패사례를 물었지만 대답하다 보면 결국 또 하나의 성공사례를 대답할 수 있도록이요.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면접관이 제 대답에 추가적인 질문을 할 수 있게끔 역으로 생각해 보는 거예요.


혼자 하는 것보다는 스터디그룹이나 친구들끼리 모여서 하는 걸 추천해요. 아무래도 사고의 폭도 훨씬 넓어지고, 동시에 모의면접 형태로 연습도 해볼 수 있으니까요.




참 잘 준비했구나, 싶었습니다.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사고의 축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로 바꾸고, 이 둘을 차례대로 잘 혼합한 좋은 연습 방법이라고 느껴지더군요. 돌이켜보면 저도 그냥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거든요. 마침 그게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와 잘 맞아떨어져서 합격한 것이라고 반추해 봅니다.


떨지 않는 것이 반, 아니 그 이상입니다.


면접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에 대한 연습과 더불어, 한 가지 더 반드시 연습하셔야 하는 것이 바로 '떨지 않는 연습'입니다. 저는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단 한번 떨기 시작하면 그 떨림을 멈추기란 쉽지 않습니다. 긴장된 상황에서 신경을 바짝 세우고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와중에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란 마음대로 되지 않죠. 물론 이처럼 심하게 긴장한 지원자에게 충분한 심호흡 시간과 아이스브레이킹 질문을 던져주는 면접관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면접관이 그렇지는 않기 때문에, 애초에 떨지 않고 시작하는 것이 최고입니다.


채용을 담당하게 되면, 면접 진행을 위해 지원자 대기실에서 지원자들과 함께 있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면접장에 안내해주면서 파이팅을 속삭이기도 하고, 면접을 마치고 돌아오면 잘 보았는지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 당시 실제로 지원자들에게 자주 들은 이야기가 '너무 긴장해서 대답을 제대로 못했다'는 겁니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는지, 그렇게 말하면서 눈물을 터뜨리는 지원자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대기실에서 면접 순서가 오기 직전까지 얼마나 필사적으로 준비했는지 봤기에 더욱 그렇죠. 하지만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그저 지원자가 짐을 싸서 나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저 역시 취준생 시절에 비슷한 경험을 했었습니다. 한 식품회사의 홍보팀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운 좋게 대표이사가 참석하는 최종 임원면접까지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실무면접에서 나름 좋은 피드백을 받아서 의기양양해 있었는데, 당일 아침부터 갑자기 긴장이 되기 시작하더니 면접을 시작할 때에는 그야말로 입이 마르고 눈 앞이 멍 했습니다. 자기 심장 소리를 직접 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보신 적이 있나요? 그때의 제가 그랬어요.


그러다가 결정타를 맞았죠. 지원자 3명이 함께 참석하는 면접이었는데, 현재 국제시장에서의 식품산업 실태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 주더니 거기에 대해서 우리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한 명씩 순서를 정해서 대답하도록 했는데, 머릿속으로 한창 생각하고 있던 제 대답을 바로 앞 지원자가 거의 80% 이상 똑같이 대답하는 겁니다. 거기서 멘탈이 저 멀리 날아가버렸죠. 아예 새로운 답을 내놓자니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고, 비슷한 대답을 하자니 앞 지원자의 대답을 베끼는 것 같고. 정말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구요. 결국 제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는지도 모르는 채 횡설수설 대답을 했습니다. 당연히 면접은 엉망으로 끝났고, 저는 다음날 다른 회사에 또 지원서를 넣어야 했죠.


떨지 않는 것은 단기간에 준비할 수 있는 암기 시험과는 다릅니다.


떨지 않는 것은 하루아침에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제가 여기서 그럴싸한 해결책을 줄 수도 없을 것 같아요. 다만 그저 최대한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고, 그들 앞에서 일부러 나서서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자주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러한 연습이 쌓이면 아무래도 낯선 환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그나마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는 멘탈이 키워지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광고동아리에서 일부러 운영진으로 활동하며 정모에 새로 온 사람들에게 동아리를 소개하고, 서로를 인사시키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원래는 절대 스스로 나서는 성격이 아니지만(참고로 A형입니다), 그러한 연습을 통해서 어느 정도는 소심한 성격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한 경험은 지금 인사팀원으로서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결론은

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해보자

② 상대방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짐작해보자

③ 이걸 떨지 않고 말하는 연습을 하자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말처럼 쉽게 되진 않겠죠. 준비에도, 연습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손쉽게 할 수 있는 취업 준비 팁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방향성은 꼭 맞는 팁을 드리고자 고민해서 쓴 글이니,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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