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동진 Oct 26. 2020

인턴십은 야누스처럼

우리는 모두 갑인 동시에 을이다.

최근 저희 회사에 지원하는 대학생들의 인턴십에 대한 내용을 보면 깜짝 놀랍니다. 일단 열에 여덟은 인턴십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광고대행사라는 특성상 인턴십이 굉장히 예전부터 존재해왔고 보편화되어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업보다 더 심한 것 같기는 합니다.


JOBKOREA에서 2019년 말 기준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니 1000대기업 신입사원 중 인턴십 경험자가 42.2%였다고 하더군요. 이를 보면 일반적으로도 인턴십 경험은 거의 필수에 가까운 준비사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듯합니다.


1000대기업 신입사원 합격 스펙 [출처 : 잡코리아]


인턴십은 고용시장에서 자주 화두에 오르곤 합니다. 한 때는 '열정페이' 논란의 중심에 인턴십이 있었고,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채용규모 축소에 따라 정규직 전환율이 줄어들다 보니 정규직 입사는 못하고 인턴십만 몇 번씩 되풀이하는 취준생들의 고초가 기사화되기도 했었죠. 저는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이러한 이슈들보다는, 인턴십의 근본적인 목적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인턴십의 목적은 개인별로 다양합니다.


향후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에 대해서 미리 경험을 쌓아보고 싶어서 하는 사람도 있고, 당장 생활비 마련이 급해서 아르바이트성으로 하는 사람도 있으며, 자기소개서에 뭐라도 하나 더 써보려는 심산으로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아마도 본인이 입사하고 싶은 회사에서 실습을 하고, 궁극적으로 그 회사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목적으로 인턴십을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지원자들이 인턴십 기간 동안 최대한 회사에 잘 보이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물론 이것이 나쁘거나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고 긍정적인 태도이죠. 하지만 저는 지원자들이 꼭 잊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바로 '채용과 입사에 대한 의사결정권은 쌍방에 있다'는 점입니다.


채용 결정권 vs 입사 결정권


기본적으로 인턴십은 회사가 지원자들의 기본적인 근무 태도나 직무 역량을 보다 자세히 파악한 후 채용을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도이긴 합니다.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이는 지원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부분입니다. 지원자 입장에서 회사의 기본적인 근무 환경이나 경쟁력을 보다 자세히 파악한 후 입사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죠. '뽑아만 준다면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는 태도만을 견지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저는 그렇게 '무조건 열심히' 입사하고 나서 1~2년 만에 퇴사를 결심한 후배들을 적지 않게 봐왔습니다. 퇴사 자체를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본인의 커리어 개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직하는 것과, 회사와 맞지 않아서 마음고생을 하다가 퇴사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너무 힘들어서 저에게 심리상담을 해 온 후배들도 있을 정도니까요.


취업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원자 본인의 정신건강과 행복이 더욱 중요합니다.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것도 지양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상황에 맞춰서 스스로에게 헐값을 매기진 않았으면 합니다. 이는 결코 작은 회사, 유명하지 않은 회사를 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규모와 명성을 떠나서 본인과 잘 맞는 회사를 만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닌, 맞고 안맞고의 문제입니다. 작고 유명하지 않은 회사라도 본인의 성향이나 이루고자 하는 꿈과 잘 맞는 회사라면, 그 회사가 본인에게는 좋은 회사인 거죠.


지원자들 입장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회사의 보고 체계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상하관계가 지나치게 수직적이어서 상사에게 의견 개진이 힘들지는 않은지, 반대로 지나치게 수평적이어서 업무분장에 문제가 있지는 않는지, 실수를 저질렀을 경우 어떤 식으로 처리하게 되는지 등을 신경 써서 관찰하세요. 팀장이 팀원에게 업무에 대한 권리는 어느 정도 선까지 부여하는지, 팀원들 간의 관계는 사무적인 분위기로 치우치는지 가족적인 분위기로 치우치는지, 성과를 낸 직원에게는 어떤 보상이 돌아가는지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훗날 우리의 행복한 직장생활을 좌지우지하는 요소들이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정규직으로 뽑혀야겠다는 일념으로 회사의 내부적인 상황이나 분위기는 눈에 담아두지 않고 주어진 과제에만 집중하고 멘토 또는 팀장과의 네트워크 형성에만 신경을 쓰게 되면, 결과가 좋아서 그 회사에 입사하게 되더라도 아무것도 모른 채로 입사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물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회사와 잘 맞아서 행복한 회사생활을 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꼭 인지하셨으면 합니다.


이 회사는 저와 함께 갈 수 없습니다.


이런 멘트는 꼭 회사가 지원자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도 회사에게 할 수 있는 멘트입니다. 인턴십은 회사와 지원자 쌍방이 서로를 평가하는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느 한쪽이 무조건 갑이거나 반대로 을인 경우는 없어야 합니다. 사실 지원자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과의 관계에 대해서 그렇죠. 회사와 직원은 철저한 계약관계에 의해서 근로를 제공하고 성과를 달성하는 사이니까요.


너무 이상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저도 그래요. 아직은 그렇지 않은 관계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고, 그래서 안타까운 현실이죠. 기본적으로 회사와 지원자는 서로가 처한 상황부터가 다르니까요. 하지만 내뱉지 않고, 행동하지 않으면 이상은 현실이 될 수 없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내뱉은 말과 행동하는 모습에 책임질 수 있는 실력과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어차피 취업준비라는 것이 그러한 자신을 갖추기 위한 것이잖아요. 그렇다면 여러분의 취업준비가 회사의 참된 일꾼이 되기 위한 준비가 아니라, 회사와 동등한 위치에서 계약관계를 주장할 수 있는 베스트 파트너가 되기 위한 준비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그럼에도 회사가 자꾸 갑질을 하려 하면... 고용노동부 신고번호는 1350입니다 ;)

이전 14화 경주마가 되지 말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