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을 쫓는 것이 반드시 정답인 것은 아닙니다.
바야흐로 4차 산업시대, DT(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입니다. 가뜩이나 큰 물결을 준비하고 있던 것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더 크고 빠르게 우리의 일상을 덮쳤죠. 이제 AI가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을 대신해주고, AI까지 활용하지는 않더라도 여러 기업에서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비대면 면접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렇다 보니 당연히 채용 담당자의 역할도 크게 바뀔 것 같습니다. 아니, 이미 바뀌기 시작했지요.
AI 채용에 있어서는 제가 지금껏 드린 이야기들 외에 훨씬 디테일한 부분들 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면접을 볼 때 시선 처리와 음성의 높낮이, 심지어는 눈 깜빡임이나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과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하네요. [관련 기사 : 현실에선 면접왕이던 내가 AI면접은 최약체?!]
내가 쓴 글은 과연 시대에 맞는 글인가
이러한 정보를 접하면서 '지금까지 내가 써 온 글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막상 취준생들이 준비해야 할 것들은 저 위에 있는데, 너무 밑에 있는 이야기들만 가지고 글을 써온 것은 아닌가 싶더라구요. 하지만 지금껏 써내려 온 글들을 되짚어 보면서, 두 가지 측면에서 '못 먹어도 고'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첫째는 '경험의 유무'입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춘들을 응원해 주자고 마음먹으면서, 이왕이면 채용 담당자로서 제가 경험한 일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좀 더 피부에 와 닿고 꾸밈없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AI 채용이나 온라인 면접은 아직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의 것들이다 보니, 함부로 다룰 수가 없었습니다. 단순히 여러 가지 뉴스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정보만 전달하는 것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애당초 제 글은 정보 전달이 주된 목적이 아니었으니까요.
둘째는 '본질에 대한 접근성'입니다. 어찌 보면 첫 번째 이유가 비슷한 맥락이지만, '이렇게 준비하면 취업할 수 있어요'가 아니라 '취업하기 전에 이런 것들을 고민해 보세요'라는 식으로 접근하고 싶었습니다. 누구나가 다 하는 취업준비니까 덩달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자기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해본 뒤에 취업전선에 뛰어들기를 바랐습니다. 회사의 명성보다는 직무의 적합성을 보고 미래를 결정하기를 바랐으며, 그것이 정말 행복한 자신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맞아요, 제가 사실 좀 이상주의자입니다.
새로운 채용 기법들도 마냥 좋은 면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더라구요.
AI 채용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이를 통해 뽑힌 사람들이 실제로 좋은 성과를 낼 것이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높은 수준의 정합성을 확보한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급물결을 타고 우리 곁에 온 만큼, 아직은 좀 더 따져보고 검증해봐야 할 부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관련 기사 : 투명성·공정성·신뢰성... AI면접 믿을만할까?]
그나마 온라인 면접은 새로운 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뿐이지, 내용 자체는 기존의 면접과 많은 부분이 맞닿아 있습니다. 자율화된 면접 장소와 그에 따른 준비사항들, 복장이나 준비물은 조금 새로워졌을지 모르나 어디까지나 사람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점은 AI 채용보다는 기존의 채용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죠.
고맥락 문화 vs 저맥락 문화
저는 온라인 면접이 마냥 보편화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짐작해봅니다. 최소한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요. 고맥락/저맥락 문화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고맥락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할 때 상대방이 어느 정도는 자신의 생각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생략하고는 합니다. 그리고 눈치와 직관이 필수적으로 발휘되어야 하는 문화이기도 하죠. 이를테면 팀장님이 일을 시켰는데 곧 퇴근해야 한다고 말했을 경우, 모호한 표정으로 '그래 그럼 들어가 봐'라고 한다면 맘 편히 들어갈 팀원이 없겠죠. 반대로 저맥락 문화권의 사람들은 직설적이고 명확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훨씬 적습니다.
제가 아는 한 우리나라는 지극히 고맥락 문화권에 속하는 사회입니다. 따라서 모니터 너머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과, 바로 앞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지금의 비대면이 우선시 되는 시기만 극복하게 된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다시 대면 면접을 선호하게 되지 않을까, 라고 어설프게 짐작해 봅니다. 결론은, 이러한 프로세스적인 면들을 다 제쳐두고 우선은 내용에 대한 준비가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겁니다.
저의 기름종이처럼 얄팍한 지식으로 누군가에게 이게 더 좋다, 저건 안 좋다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저 제가 채용을 담당하면서, 혹은 취업을 준비하면서 직접 경험하거나 옆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공유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럼으로써 작게나마 여러분의 취준 생활에 도움이 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겠구요.
뭔가 멋들어진 명언으로 마무리를 장식할까 하다가, 부끄럽지만 제가 예전에 학교 후배에게 적어준 메모로 끝맺음을 할까 합니다. 마지막까지 한번 더, 여러분의 취업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사실 내버려 두면 편해.
니가 내버려 둬도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세상은 또 쉴틈 없이 바뀌겠지.
그럼에도 나는 니가 내버려 두지 않았으면 해.
귀찮고, 버겁고, 때론 싫증이 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내버려 두지 않을 의지를 가졌으면 해.
부디
니 꿈을 내버려 두지 마.